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과 나눔문화 저변 확대를 위해 연말 자선 모금 행사 형식으로 마련된 레드크로스 갈라는 2015년 대한적십자사 창립 110주년 기념으로 시작돼 올해 8회째를 맞이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최근 이태원 사고와 국민 애도 분위기를 고려해 규모를 축소해 진행됐습니다. 대한민국을 넘어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자선 모금 행사로 거듭나고 있는 레드크로스 갈라는 지난 11월 11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렸으며, 6개국 대사와 대사 부인, 적십자 친선대사 임형주, 배우 이광기, 사회협력기관 관계자 및 레드크로스 아너스클럽 회원 등 35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습니다.
식전 행사로 마련된 이수동 작가 전시회는 총 16점의 작품이 전시됐으며, 본 행사 직전까지 진행된 도슨트 해설로 참석자들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작품 판매 수익금 일부는 자립준비청년, 가족돌봄청년, 위기가정 지원 사업 등에 쓰일 예정입니다.
방송인 주영훈 씨의 사회로 진행된 갈라는 이태원 사고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과 함께 시작됐으며,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습니다. 대한적십자사 신희영 회장은 환영사에서 “올해 레드크로스 갈라는 자립준비청년과 가족돌봄청년이 꿈을 펼치는 데 도움을 주고자 돌봄과 치유를 주제로 마련됐다”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청년들이 아픔을 극복하고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연대의 힘을 보여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환영사에 이어 자립준비청년의 삶과 애환을 들어보는 나눔 토크 시간을 가졌습니다. 나눔 토크에는 자립준비청년 출신 박강빈 활동가, 경북영천교육청 이성남 장학사와 배우 이광기 씨가 함께해 자립준비청년의 삶과 관련된 현실적인 문제와 개선방안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자립준비청년들의 경험을 공유하며 후배들의 자립을 돕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 박강빈 활동가는 “저는 4살 때 시설에 입소해 18세에 자립했는데 퇴소 당시(2016년) 자립정착금 300만 원으로 월세방 보증금과 생활비를 해결해야 했다”며 “장학금으로 산 책상과 짐 두 박스로 이사를 마친 집을 보며 이제 앞으로 모든 걸 혼자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두려워했던 기억이 난다”고 소회를 전했습니다.
무엇보다 자립준비청년을 힘들게 하는 점은 주변에 조언을 구할 선배나 어른이 없다는 사실인데요. 이성남 장학사는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걷어내고 이들이 ‘홀로’가 아닌 ‘함께’ 설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며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대한적십자사의 멘토링 프로그램 지원으로 가수와 보컬 트레이너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이유림 양은 토크 중간에 깜짝 등장해 희망의 메시지와 노래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나눔 토크 후에는 자립준비청년 지희망 군이 팝아티스트 찰스장 작가와 함께 작업한 작품에 대한 경매가 진행됐습니다. 열띤 경합 속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금액에 낙찰이 이뤄지자 참석자들의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아름다운 노랫말과 선율이 가득한 나눔 공연도 이어졌습니다. 대한적십자사 친선대사인 팝페라 테너 임형주 씨는 특유의 맑고 청아한 음색이 돋보이는 무대로 깊은 감동과 여운을 선사했습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의 홀로서기와 꿈과 희망을 향한 도전에 하나 된 마음으로 응원을 보냈던 2022 레드크로스 갈라. 이날을 계기로 나눔과 연대의 물결이 우리 사회에 파도처럼 번져나가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