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나 기사를 통해 심폐소생술로 목숨을 건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종종 접합니다. ‘누군가 심정지로 쓰러졌는데 내가 최초의 목격자라면?’ 혹은 ‘내 가족이 갑자기 쓰러진다면?’ 과연 침착하고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영 자신이 없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그동안 심폐소생술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었고 배울 기회도 없었기 때문인데요. 최근 우리 사회에 큰 아픔과 상처를 남긴 이태원 사고는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합니다. <RedCross> 기자는 이번에야말로 심폐소생술을 꼭 배워야겠다고 다짐하고 재난안전체험 캠프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11월 5일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에서 진행된 ‘2022년 우리 가족 재난안전체험 캠프’는 심폐소생술 교육뿐만 아니라 재난 상황 체험으로 안전의식을 높이고 가족 단위의 재난대응능력을 키우기 위해 마련됐는데요. 7가족, 총 23명의 참가자가 재난 대피소로 속속 모였습니다. 적십자의 구호활동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에 재난 상황에 따라 필요한 생존 가방을 꾸려봤습니다. 수해가 났을 때, 전쟁이 발생했을 때, 무인도에 고립됐을 때 등의 재난 상황에 어떤 물품이 도움이 될까를 고민해보는 시간이었는데요. 현금, 초코바, 가스버너, 라디오, 핫팩, 노트북, 반려동물, 생수 등 21개의 품목 중에서 10개를 꼽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이경애 학부모는 물품이 워낙 다양해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고 합니다.
“실제 상황이 닥쳤을 때는 오늘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빠르게 생존 가방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두가 가장 기다린 심폐소생술(CPR) 교육 시간입니다. 보통 심폐소생술을 ‘4분의 기적’이라고 부릅니다. 4분은 심정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말하는데요.
“심정지로 쓰러진 사람을 발견했다면 의식이 있는지 확인하고 반응이 없다면 주위의 특정인에게 119 신고와 자동제세동기를 요청하세요. 그리고 119 구조대가 올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신속하게 실시해야 합니다.”
심폐소생술 교육 강사님의 시범이 끝나고 참가자들의 차례입니다. 애니(심폐소생술 훈련용 마네킹)를 마주했을 뿐인데 실제 상황처럼 긴장이 됐습니다. 애니의 가슴 정중앙에 손과 손을 겹쳐 깍지를 끼고, 양팔을 곧게 편 상태에서 손에 체중을 실어 압박합니다. 성인 기준으로 분당 100~120회의 속도와 5cm 깊이로 가슴압박을 실시해야 했습니다.
“더 세게 압박하세요.”
<RedCross> 기자를 향해 강사님이 외칩니다. 힘이 부족해 제대로 압박이 이뤄지지 않았던 겁니다. 그리고 5cm 깊이라는 게 도통 감이 오지 않았는데요. 생각한 것 이상으로 더 깊고 강하게 누르니 그제서야 애니에서 ‘탁’하고 소리가 났습니다. 1분가량 했을 뿐인데 숨이 차오르고, 손목이 욱신거렸습니다. 꿇고 있던 무릎도 아픕니다. 이처럼 정석대로 심폐소생술을 하면 건장한 성인 남성도 금방 나가떨어질 정도로 에너지가 많이 소모됩니다.
가슴압박을 하면서 자동제세동기(심장충격기)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 생존 확률을 더 높일 수 있는데요. 제세동기사용법, 인공호흡법 등도 함께 배워봤습니다. 이외에도 재난구호쉘터 설치, 소화기 사용 시뮬레이터, 극장 화재 발생 시 대피 VR 체험, 적십자 구호 시설 견학 등이 진행됐습니다.
용기 있는 작은 행동이 생명을 살리고, 선제적 재난 교육이 현장에서 리더십을 발휘합니다. 내일의 ‘안전 히어로’가 될 자격을 얻은 우리, 오늘의 경험이 누구나 안전한 세상을 향한 초석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