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적십자와 인연을 맺은 게 2000년이니까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네요. 이전까지 홀트아동 복지회 후원회와 이싹회 연합회 등의 활동을 하며 아이들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일에 매진해왔는데요. 그런 모습을 본 지인께서 대한적십자사의 다양한 사업을 소개해주셨고, 좋은 일에 힘을 보태고 싶어서 적십자 본사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남매를 키우는 엄마이기에 자연스럽게 아동복지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닐 무렵 어려운 환경에서 생활하는 친구들을 보게 되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 생각했어요. 그렇게 유치원 학부모님과 함께 보육원, 어린이병원 등을 다니며 아이들과 놀아주고 부족한 일손을 보태는 등의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친정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정직과 나눔을 강조하셨어요. 너희가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건 누군가의 도움과 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니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받은 것을 베풀면서 살라고 말씀하셨죠. 어머니는 사랑이 충만하고 겸손하신 분이었습니다. 타인에게서 배울 점을 찾고, 절대 오만하지 말라고 교육하신 덕분에 이렇게 인도주의 정신을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봉사란 공동체를 살아가는 시민이라면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흔히 봉사를 굉장히 거창한 것, 사명감을 느끼는 일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지 않거든요. 헌혈, 시간, 용돈, 재능 등 마음만 먹으면 각자의 상황에 따라 나눌 수 있는 게 많아요. 적십자에서는 어려운 이웃을 위한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으니, 시민으로서 조금 더 책임감을 가지고 동참해주시길 바랍니다.
2007년에 일어났던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가 기억에 남아요. 당시 적십자봉사원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러 갔는데, 현장 상황이 정말 처참했거든요. 검은 바다, 기름으로 뒤덮인 해안을 보며 ‘이걸 언제 다 복구하나. 아니, 복구가 되기는 할까?’하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국민이 앞장서고 적십자가 힘을 보태니 조금씩 희망이 보이더라고요. 어려운 일도 함께하면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답니다.
RCY는 적십자의 희망이자, 대한민국의 미래입니다. 더 많은 단원이 RCY에서 인도주의 정신을 배우고 체험하기를 바라요. 코로나19로 봉사활동에 제약도 많고 학업과 병행하는 일이 쉽지 않겠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행동하는 단원들이 되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경험과 마음가짐은 분명, 여러분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적십자사의 부회장에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19가 확산되었고, 활동을 많이 하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앞으로는 적십자의 인도주의 현장을 더 많이 찾아다니면서 적십자봉사원 분들을 격려하고 후원하고 싶습니다. RCY 모임에도 참석해 우리 단원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시기가 시기인 만큼 일단 건강하면 좋겠어요. RCY 활동도 건강해야 마음껏 할 수 있으니까요.그리고 따뜻한 마음으로 주변을 살피는 시민으로 자라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이 열심히 활동하고 성장할수 있도록 저도 응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