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비대면성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요구되었다. ‘우버’의 성공, ‘배달의 민족’ 앱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게 된 것도 여기에 해당한다. ‘우버’의 경우 드라이버가 고객의 목적지를 알고 있어 목적지에 관한 대화가 줄었고, 그 결과 전반적인 대화의 양도 줄었다. 그런데 이것은 의외로 사람들에게 달콤하게 다가왔다. 택시를 이용할 때 기사님과의 대화가 부담스러운 적 있지 않았는가. 배달 음식 주문도 마찬가지다. 전화 주문을 위해 식당 직원과 나눠야만 했던 대화 역시 부담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배달의 민족’과 같은 배달 앱은 그런 버거움을 깨끗하게 해소해 준다. 즉 코로나19 이전에도 만남과 대화에 지쳐 있던 사람들은 ‘비대면’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재미있게도 이런 앱과 서비스에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앱을 이용하면 드라이버가 어디에 있는지, 음식이 어디쯤 배달되고 있는가를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이런 걸 ‘실시간 피드백’이라고 한다. 인간은 피드백을 참으로 좋아한다.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피드백만큼 중요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열차나 지하철이 언제 도착하는지 몰랐던 시절, 사람들이 왜 플랫폼에 발끝을 걸치고 어두운 터널 끝을 쳐다보는 위험한 행동을 했겠는가. 언제 올지 모르는 초조함 때문이지 않은가. 이제 모든 승객은 고개를 들어 전광판을 쳐다본다. 거기에 피드백이 있기 때문이다.
‘우버’와 배달 앱같이 대면의 부담을 줄이되, 더 많은 피드백을 주는 서비스들이 실패한 경우는 거의 없다. 이를 현실 세계에 적용한 어느 식당의 사례를 보자. 필자가 자주 가는 일식집 사장님이 고충을 토로하신 적이 있다. “더 친절하게 해드리려 주방장이 수시로 홀에 나와 인사하는데 오히려 예전보다 손님이 줄었습니다.” 물론 주방장이 직접 나와 손님에게 인사하고 음식에 관해 말하는 것은 매우 훌륭한 서비스 정신이다. 하지만 계속 ‘뭐가 필요하신가’를 묻는 의류매장의 응대가 부담스러워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던 것처럼, 우리는 인사하고 정담을 나누는 것이 버거울 때가 많다. 그래서 사장님께 방법을 바꿔 보라 말씀드렸다. 주방장이 굳이 홀에 나와 손님을 응대하는 대신 종업원이 조리 상황을 한두 번 정도만 알려주라고 말이다. 실제로 이런 피드백을 받은 손님들은 높은 만족감을 보였다. 어떤 고객은 ‘사려 깊은 배려를 받았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코로나19 시대의 소통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다만 비대면의 시대일수록, 예전에는 상식적이었던 큰 메시지를 좀 더 잘게 나누어 상대방에게 전달하면 된다. 감염병으로 불안한데 굳이 얼굴 보자는 부담스러운 이야기 대신 말이다. ‘우버’와 배달 앱처럼 편안하면서도 기능적인 소통을 하는 것이다. 이는 역경이자 고난인 코로나19 팬데믹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소중한 교훈이 아닐 수 없다. 불안은 그 실체가 무엇이든 평소보다 더 잘게 썰어서 소화시켜 주는 소통 방식으로 가장 잘 다독여진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지심리학자인 김경일 교수는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며 게임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생각의 작동 원리를 바탕으로 심리를 쉽고 친근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대학은 물론 기업과 TV 프로그램을 통해 활발히 강연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이끌지 말고 따르게 하라>, <지혜의 심리학>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