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우리 집은 은우의 상태를 살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은우가 앓고 있는 병은 뇌병변 1급 장애와 미토콘드리아 근병증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에 이상이 생겨 뇌와 근육, 시력과 청력, 장기, 뼈 순으로 손상되는 희귀난치병입니다. 물만 잘못 마셔도 호흡곤란이 올 정도로 호흡 근력이 약해진 탓에 가족들은 하루 24시간, 긴장 상태여야 하죠.
은우는 생후 2개월 무렵부터 제대로 젖을 먹지 못하더니 급기야 발작증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영아기에 발생하는 뇌전증인 영아연축이라고 하더군요. 절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희귀난치병인 미토콘드리아 근병증 진단을 받은 것도 모자라, 은우의 동생 준우까지 똑같은 병세를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우리 부부는 오직 살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직장까지 그만두고 두 아이를 돌봤습니다. 하지만 은우와 서로 의지하며 투병하던 준우가 3년 전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준우를 잃은 슬픔과 은우도 곧 우리 곁을 떠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뒤섞여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시간…. 게다가 두 아이의 수술비와 병원비, 약값, 매일 사용하는 기저귀 및 특수 의료용품 구입비로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였고, 집안 곳곳엔 독촉장과 미납을 알리는 우편물이 널려있었죠.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병간호와 쌓여가는 빚에 허덕이고 있던 그때,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건 청나봉사회 적십자봉사원이었어요. 은우와 준우에게 필요한 것이 없는지 꼼꼼히 살피고, 따뜻한 격려로 힘이 되어 주셨죠. 게다가 좁고 위험한 집에 살던 저희를 위해 LH의 정부 지원 매입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얼마 전에는 대한적십자사 본사에서 은우의 사연으로 모금까지 진행해주셨습니다. 덕분에 미납금을 청산하고 은우 재활치료는 물론 평소에 엄두도 낼 수 없었던 일을 하나씩 하고 있어요. 척추측만증으로 힘들어하는 은우를 위한 맞춤형 카시트, 산소포화도 측정기, 영양제 등을 구입하면서 은우를 더 세심하게 돌볼 수 있게 되었거든요. 그 덕분일까요.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한여름에도 두꺼운 옷을 입어야 했던 은우의 손발이 전보다 따뜻해졌고, 컨디션이 좋아 웃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이번 모금은 저에게도 큰 힘이 되었어요. 많은 분의 응원이 한목소리가 되어 은우가 건강해지고 행복해지길 기도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저의 단 한 가지 소원은 은우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듣는 것입니다. 매일 아침 은우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면 은우도 눈빛으로나마 ‘엄마 사랑해’라고 대답해주는 것 같아요. 그 말을 은우에게 직접 듣는 날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절망과도 같은 상황에 위로와 희망을 전해준 후원자분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은우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잘 키울게요. 다시 한번 우리 가족을 위해 십시일반 마음을 내어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