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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십자사연맹
재난대응 활동필자는 2015년 8월부터 국제적십자사연맹(이하 연맹)과 각국 적십자 간 인적역량 강화와 사업지원을 위해 운영되는 인력파견 제도를 통해 말레이시아 국제적십자사연맹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재난위기대응팀에서 재난관리 정책 조정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세계 재난의 무려 40% 이상을 차지하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이하 아태지역). 이 아태지역의 대표 재난대응기관인 연맹은 일 년 내내 끊임없이 발생하는 재난에 어떻게 대응해나가고 있는지 살펴보자.
재난대응의 메커니즘
국제적십자사연맹은 평시에는 대한적십자사를 포함한 190개국 적십자사의 재난대응 역량강화 등 지역사회의 재난 복원력 증대를 위한 정책 및 활동에 대해 조언하고 지원한다. 재난 시에는 긴급호소 및 재난긴급구호기금 등을 통해 금전적 지원에 나서고, 재난 규모에 따라 지역재난대응팀, 현장조사 및 조정팀, 긴급대응단 등의 전문화된 구호 인력을 파견하고 있다. 또한 재난 현장에서 적십자운동 구성체 간 지원 및 조정 역시 연맹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재난의 슈퍼마켓, 아시아태평양지역
연맹 아태본부는 5개의 지역본부 중에서도 가장 재난대응활동이 왕성하다. 지난해에만 피지 태풍, 스리랑카, 인도, 인도네시아, 미얀마, 라오스, 방글라데시, 북한, 베트남 홍수, 몽골 혹한, 솔로몬 제도 뎅기 확산 등으로 일순간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을 위해서 총 10건의 신규 긴급호소와 8건의 재난긴급구호기금을 지원했고, 지역재난대응팀을 17회 파견한 바 있다.
본인은 재난 시 지역재난대응팀을 파견하는 업무를 주로 담당해왔다.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72시간 이내에 피해지역으로 파견할 지역재난대응팀 선발을 마쳐야 하는데,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피해지역에 재난긴급구호기금 지원이 결정되면 아태지역 전체에 지역재난대응팀 모집 경보를 발령하여 48시간 내 접수된 지원서를 검토하고, 기술팀과 협의해서 파견자를 최종 선발한다. 상이한 시간대에 있는 최종 선발 요원들에게 이메일과 화상회의 등으로 파견 전 사전 교육을 실시하고, 파견 기간에 발생하는 고충 지원, 파견 후 임무에 대한 평가 기록 등의 업무도 지원하고 있다.
지역재난대응팀의 통합 운영
2015년 이전까지는 남아시아, 태평양, 동남아시아, 동아시아 등 4개 지역에서 개별적으로 지역재난대응팀을 운영했다. 하지만 필리핀 태풍 하이엔과 네팔 지진을 경험하면서 대형 재난 시 효율적인 재난대응의 필요성이 부각되었다. 이에 연맹과 지역 내 적십자사들은 지역재난대응팀을 통합 운영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2015년 말부터 본격적인 통합시스템 구축 작업에 돌입했다. 수십회를 거쳐 재난운영팀 운영절차 초안이 수정되었으며 인력풀 전산관리 프로그램이 구축되었고, 작년 8월부터 재난파견절차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다. 시스템을 만드는 동시에 연이은 재난에 대응해나가는 것이 녹록지 않았지만, 대응 과정에서 체득한 정보들을 바로 운영절차에 적용하여 문서와 현장의 격차를 줄일 수 있어서 좋았다. 아직은 정비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AP ONE RDRT’ 시스템의 초석을 만들었다는 데 작은 자부심을 느낀다.
글로벌재난구호기관 대한적십자사
효율적인 구호 인력관리는 재난대응 역량을 결정짓는다. 체계적인 인력관리 시스템 구축과 재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철저한 반복 훈련이야말로 재난 시 긴급대응 성패를 결정하는 열쇠가 된다. 지난해 엘니뇨로 인한 베트남 가뭄, 미얀마 라카인주 주민들의 방글라데시로의 추방, 솔로몬제도의 뎅기 확산 등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재난에 대처하면서 매뉴얼적 지식을 넘어선 유연한 사고와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춘 구호 인력과 현금 구호 등의 새로운 모델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인력 양성의 중요성이 다시금 강조되었다. 앞으로 각국 적십자사와 연맹은 세계 최대의 지역사회 기반 재난대응시스템 네트워크인 국제적십자운동의 장점을 더욱 잘 살릴 수 있도록 표준화된 구호전문요원 역량체계 툴과 교육을 개발하고, 양성된 국가, 지역, 글로벌 구호 인력의 연계 통합 운영 논의도 점차 실행에 옮겨나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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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 HOPE
RC 칼럼
글 _ 김옥희 과장 대한적십자사
국제협력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