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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스 바자르 이주민 판자촌 구호활동
인간적인, 하지만
인간적이지 않은 삶"이렇게 불안한 삶을 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죠. 이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이들을 위해 살아남는 일밖에 없어요." 지난해 10월, 미얀마 라카인 주(州) 북부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를 피해 국경 너머 방글라데시로 건너온 딜 모하마드는 말했다. 언론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행복 지수’, ‘삶의 질 향상’과 같은 단어는 이들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 판자촌에 모인 이재민들은 오늘도 단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그들에게 '삶'이란 그저 버티는 것이었다
지난 30년간 미얀마 라카인주 이슬람계 이재민들은 갈등 상황을 피해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Cox’s Bazar) 지역으로 이동해 현재 30~50만 명에 이르는 이들이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 곳곳에 판자촌을 형성해 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10월, 미얀마 라카인 지역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를 피해 7만 4,000여 명의 이재민이 방글라데시로 넘어오면서 콕스바자르 판자촌의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 콕스 바자르 내 공식적으로 지정된 캠프촌은 나야파라(Nayapara)와 쿠투팔랑(Kutupalang), 수용 인원은 3만 2,700명에 불과하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2014년 수립한 ‘방글라데시 내 미얀마 난민 및 무 증명서 미얀마인에 대한 전략’에 따라 이주민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모하마드 가족과 같은 이재민들의 대규모 유입으로 더 이상의 이재민 수용과 지원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식량, 식수, 거처, 화장실 등의 부족으로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으며, 전염병에도 무방비로 노출되는 등 인간적인 삶을 기대할 수도 없다. 기존에 지원되던 물과 식량의 가구당 배급량은 급감했고, 새로 지어진 판자촌에는 식수가 거의 공급되지 않는다.
그들에게 인간적인 삶은 사치일 수밖에 없나
열악한 인도적 상황에 직면한 방글라데시적신월사는 식량과 구호물품을 콕스 바자르 내 판자촌 이재민들에게 배부했다. 지난 1월부터는 의료진을 급파하여 이동 진료를 실시하고 있으며,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와 함께 이산가족 찾기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역시 방글라데시적신월사를 통해 모하마드와 같은 이주민 2,000세대에 담요와 구호품을 전달하는 동시에 불어나는 이주민들을 돕기 위해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했다.
폭력을 피해, 살기 위해 국경을 넘었지만 열악한 환경 탓에 여전히 하루하루를 연명하듯 살아가는 이재민. 이들에게 인간다운 삶이 사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세계의 관심과 사랑으로 하루빨리 고향을 찾고, 인간다운 삶을 찾기를.... 적십자는 그들의 희망 가득한 미래를 위해 식량 및 식수 공급, 구호물품 배부, 임시거처 제공, 화장실 설치, 심리사회적지지 등의 인도적 지원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 RC HOPE 세계 속 적십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