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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고 거친 그 손을 더 꼭 잡아드리고 싶습니다
글 _ 홍정임, 적십자 봉사원(춘천지구협의회 큰사랑봉사회)
안녕하세요. 저는 춘천 큰사랑봉사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홍정임입니다. 남을 돕는 것이 좋아 적십자봉사원 활동을 시작한 게 어느덧 14년이나 되었습니다. 어떤 날은 잘 충전된 몸과 마음으로 봉사에 나서기도 하지만, 또 어떤 날은 종일 일을 하느라 지친 마음과 퉁퉁 부은 다리로 봉사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신기한 건, 봉사만 시작하면 저절로 힘이 솟는다는 거죠.
3년 전, 희망풍차 결연으로 만난 조O례(91세) 할머니를 뵈러 가는 날도 그렇습니다. 할머니는 좁은 골목길에 높은 계단까지 올라야 나오는 단칸방에 홀로 살고 계십니다. 할머니의 방은 깔끔하기는 하지만 무척 좁아요. 아흔이 넘은 할머니는 별다른 바깥활동을 하지 않고 계시기 때문에 이 작은 방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실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할머니는 제가 갈 때마다 무척 반기십니다. 또, 자꾸만 무언가를 해주려고 하십니다. 물론 저야 괜찮다고 만류하지만요.
사실, 처음부터 할머니와 이렇게 가까웠던 것은 아니었어요. 섣부른 질문과 성급한 다가섬이 할머니께 불편을 끼치지는 않을까, 혹여 상처라도 되지 않을까 조심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서서히 우리 사이의 거리를 좁혀주었죠. 할머니는 조금씩 당신이 살아온 삶을 제게 들려주셨습니다. 자연스럽게 할머니의 가족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은 어렵게 살고 있고 그나마 요즘은 거의 연락이 끊겼다고 합니다. 그래도 할머니는 서운한 내색을 하기보다 아들 내외의 사정을 먼저 헤아립니다. “며느리가 우울증을 앓고 있어 그쪽 내외도 사는 게 힘들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씀하시지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아들 내외를 생각하며 이 작은 방에서 할머니 홀로 얼마나 쓸쓸해 하실지 생각하면 제 눈에도 금세 물기가 돕니다. 긴 세월 살아오느라 마르고 거칠어진 할머니의 손을 더 자주, 따뜻하게 잡아드리겠노라 다짐합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불쌍한 분들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는데 오히려 자기가 얻어가는 것이 훨씬 더 많다고. 저 역시 조O례 할머니와 인연을 맺은 이후 세상을 보는 시각이나 삶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습니다.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함께할 날들이 앞으로도 오래오래 이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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