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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한 몸으로 여러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게 참 기쁩니다
2020년 여름은 제 인생에서 가장 당혹스러운 해이자 가장 뿌듯한 해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집중호우로 섬진강 제방이 무너지면서 집과 하우스, 전답이 모두 물에 잠겼거든요. 빠르게 대피한 덕분에 가족의 신변은 무사했지만, 수중에 남은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슬퍼하고 있을 수는 없었어요. 저처럼 순식간에 모든 걸 잃은 상실감으로 힘겨워 하는 이웃의 모습이 눈에 밟혔거든요.
어떻게 하면 수마가 휩쓸고 간 우리 지역에 도움이 될까 고민하던 중, 대피소에 파견된 적십자 구호급식차량에서 내 손으로 따뜻한 밥을 지어드리자고 생각했어요. 든든히 먹어야 어려움도 잘 극복할 수 있을 테니 영양을 생각해 식단을 짜며 정성을 기울였습니다. 물론, 새벽 5시에 일어나 매끼 700~800인분의 식사를 준비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태풍 이후 찾아온 폭염으로 숨도 못 쉴 만큼 무더웠거든요. 그래도 맛있게 드신 분들의 감사 인사를 들으니 새 힘이 솟아났죠. 그렇게 16일 동안 진행된 급식 봉사는 체중이 빠질 만큼 고됐지만 한편으로는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러 이때를 돌이켜 보면 수마가 할퀴고 간 슬픈 기억보다 봉사원들과 서로 격려하며 이겨냈던 추억이 더 생생할 거 같아요. 베푼 것보다 받은 것이 더 많았던 시간, 앞으로도 저의 가장 큰 행복인 봉사를 하며 지금처럼 기쁘게 살아가겠습니다.
2002년부터 19년째 3,074시간을 적십자봉사원으로 활동한 임옥자 봉사원은 자신도 이번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이었지만, 이웃의 안위를 위하여 대한적십자사 구호차량에서 급식 봉사를 하며 사랑을 실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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