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생태계가 바뀌고 있다

공우석의 사람, 생각 


기후변화로 생태계가 바뀌고 있다


자연현상이 아닌 인간의 활동에 기인한 기후변화는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기후변화는 우리 삶에 어떤 파장을 일으키고 있을까요? 

이에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 글 | 공우석 기후변화생태계연구소 소장


 

 

 

미래 기후, 예측하기 어렵다 


시린 겨울을 보내고 봄기운이 산모퉁이를 돌아 우리 곁으로 찾아왔습니다. 봄이 반갑기는 하지만 황사, 산불, 꽃가루 알레

르기 등이 걱정되시지요? 여름 무더위, 열대야, 태풍, 폭우도 달갑지 않습니다. 가을은 짧아지고 있고, 겨울은 한파, 폭설, 비

정상적인 온난함 등으로 예보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여름은 덥고 길어지고 있고, 겨울은 덜 춥고 짧아지는 것을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의 탓으로 봅니다.


흔히 혼돈해서 사용하는 ‘기상’과 ‘기후’는 의미가 서로 다릅니다. 아침마다 일기예보에서 듣는 날씨, 일기, 기상은 짧은 시

간 동안의 대기의 상태를 말합니다. 사람의 기분처럼 순식간 에 바뀔 수 있습니다. 따라서 며칠 사이에 나타나는 변덕스러

운 날씨를 두고 이상기후, 기후변화라고 하면 바른 표현이 아닙니다. 한편 기후는 30년 정도의 기상자료를 바탕으로 알아

낸 대기 변화의 누적된 경향성으로,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과학자들의 우려도 여기에 있습니다.

 

기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고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지구 역사의 산물입니다. 지구가 만들어진 이후 한 차례도 똑같은 날씨와 기후는 없었고 끊임없이 변화했습니다. 과거와 오늘날의 기후변화가 다른 점은 요즘의 기후변화는 속도가 빠르고 정도가 심하며 넓은 지역에 걸쳐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오늘날의 기후변화는 자연현상이 아닌 인간의 활동 때문에 발생하며, 미래 기후는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큽니다. 기후변화는 과거 기후를 알고 현재 기후를 이해해야만, 미래 기후를 예측할 수 있고 대응할 수 있습니다.







지구온난화에 비정상적인 생태계·질병 등 나타나

 

지구온난화 추세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기온이 섭씨 1.5도 가까이 가파르게 더

워졌다고 강조합니다. 우리나라 기상관측 역사가 백여 년이 넘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는 나

라 중 하나입니다. 짧은 시간에 인구가 크게 늘고 산업화, 도시화라는 고도의 압축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경제가 발달하는 한편, 화석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면서 탄소를 많이 배출하고 숲을 파괴하면서 생긴 부작용입니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치나 생태계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1920년대에 비해 개나리, 진달래, 벚

꽃, 아까시나무 등의 꽃이 피는 시기가 한 달 남짓 빨라졌습니다. 몇 해 전부터는 시차를 두고 피어야 하는 봄꽃이 일주일 사이에 동시에 피는 일이 잦습니다. 봄꽃이 너무 일찍 피는 바람에 곤충이나 철새가 활동하지 못해 꽃가루받이가 제대로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봄꽃 피는 시기를 예측하기 힘들어 봄꽃축제를 준비하는 지역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가을에 단풍 드는 시기는 갈수록 늦어지고 색깔도 아름답지 않은 생물계절 변화도 나타납니다. 또한 늦가을에 개나리나 철쭉이 꽃

을 피우고 소나무 새순이 일 년에 두 번씩 싹이 돋는 비정상적인 생육도 관찰됩니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숲에서는 남부지방에서 자라던 동백나무, 대나무 등 상록활엽수가 북쪽으로 분포지를 넓히고 있습니다. 

반면 서늘한 기후에서 자라는 구상나무, 가문비나무와 같은 침엽수가 대규모로 말라 죽고 있으며, 산 정상에 자라는 고산

식물은 벼랑 끝으로 몰렸습니다. 지구온난화의 최대 피해자인 고산 생태계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예상치 못한 질병이 나타나 사회 불안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남부지방의 기후가 아열대화되면서 열대지방 풍토병으

로 알던 뎅기열이 국내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또한 말라리아 환자와 가을철 쯔쯔가무시증 환

자가 빠르게 늘고 있어 야외활동시에 물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기후변화의 영향이 커지면서 우리 밥상도 바뀌고 있습니다. 농촌에서 여름철 열대야가 이어지면 벼 생산량이 감소하고, 전

통적인 지역특산물이 바뀔 것이라고 합니다. 사과의 재배지는 대구 등 남부지방에서 강원도 양구, 경기도 연천 등 휴전선 가까이 옮겨가고 있고, 감귤과 한라봉은 이제 제주도만의 특산물이 아닙니다. 여기에 더해 바나나, 망고, 파파야 등 열대과

일과 여주, 공심채 등 열대 채소, 심지어 커피까지 우리 농민들이 재배합니다. 바다에서는 찬물에서 잡히던 명태 등이 거

의 사라지고, 참치, 파랑돔, 백상아리 등 열대성 물고기가 자주 잡히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를 걱정하고 남의 탓만을 하고 있을 수 없습니다. 나부터 에너지와 물자를 아끼고, 가정과 학교, 직장에서도 지속

가능한 생활을 실천해야 합니다. ‘사람은 자연보호, 자연은 사람보호’는 1974년 대한적십자사 공모전에서 선정된 후 국내에

서 가장 대표적인 환경표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편의성에 밀려 자연의 아픔을 외면한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3월 21일은 세계 숲의 날이었습니다. 기후변화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지구와 공생하는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나부터 

 

실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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