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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25-10-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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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적십자 가족 여러분,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120주년을 기념하는 뜻깊고 감격스러운 오늘, 귀한 시간을 내어 자리를 빛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20년 전 오늘, 근·현대사를 넘나들며, 선한 영향력을 끼쳐온 적십자 운동이 한반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오랫동안 우리의 시선은 한결같이 고통받는 이들을 향했고, 모든 활동 기준은 언제나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데 있었습니다. 이 위대한 유산 덕분에 지금까지 많은 이들이 생명을 되찾았고,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우리의 여정이 언제나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식민지 시기와 전쟁, 정치적 격변의 순간마다 우리가 지켜온 인도주의 정신은 늘 도전에 직면해왔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우리는 인도적 위기 속에서 모든 역량과 자원을 투입해 인도주의를 지켜냈습니다.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병원을 세우고, 구호 활동을 통해 가난과 병마에 시달리는 이웃에게 희망을 전했습니다.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를 위해 안전 지식을 보급하고 헌혈 운동으로 생명을 구했으며, 그리운 가족이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았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끊임없는 헌신에도 불구하고 이 세계는 여전히 인도적 위기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사회 변화 속도에 비춰볼 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 위기, 감염병, 복합적인 재난보다 어쩌면 더 큰 위기가 닥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대한적십자사는 변화하는 환경과 갈수록 거세지는 인도적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기 위해 앞으로 다가올 100년을 준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한 첫 번째 과제는 인도주의 활동 영역의 확장입니다. 지난 120년간 대한적십자사는 인도적 위기 상황 발생 시 대응적 측면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미래의 인도주의는 대응을 넘어, 재난을 예방하고 경감하며, 지역사회의 회복 탄력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확장되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시대의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응체계 구축입니다. 인구 구조와 사회 환경 변화에 맞추어 시작된 치매 예방, 자살 예방, 다문화 지원 사업처럼 새로운 인도적 과제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업구조와 조직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이를 통해 사회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대한적십자사의 사회적 신뢰와 위상을 더욱 높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국제 인도주의를 선도할 글로벌 인재의 체계적 육성입니다.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인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게, 우리 역시, 국제 인도주의 현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대한적십자사는 우크라이나, 튀르키예, 미얀마, 필리핀 등 전쟁과 재난 지역에 구호요원을 파견하고 대표단을 설치해오고 있으나, 앞으로도 우리 활동가들을 세계 각지의 현장에 파견하여 역량과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대한적십자사‘본연의 모습’을 회복해야 합니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은 “정부가 할 수 없는 일을 UN이 하고, UN도 할 수 없는 일을 적십자가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적십자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적십자운동 기본원칙에 따라 자율적으로 행동해야 함을 일깨워 줍니다. 우리가 지켜온 원칙에서 흔들림 없는 신뢰가 비롯되고, 그 신뢰가 더 많은 이웃의 생명을 살리는 힘이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적십자 가족 여러분, 대한적십자사의 120년은 인도적 위기를 남의 불행으로 여기지 않고 자발적으로 나서준 수많은 봉사원, 헌혈자, 기부자 여러분 덕분에 이어져 왔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적십자 가족 여러분은 재난 현장은 물론, 일상에서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적십자 인도주의 활동에 참여하는 모든 분이 인정받고 존경받아야 마땅하지만, 그중에서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공적을 세우신 오늘 수상자 여러분께 특별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지난 40여 년 동안 나눔 문화에 앞장서시고 대한적십자사 총재 재임 당시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애쓸 뿐만 아니라 적십자 직원과 봉사원의 장학금과 우수 직원들의 포상을 지원해 적십자 인적 자원의 역량 개발에도 기여하시고, 본사에 재난안전종합상황실을 건립해 재난 대응 선진화를 이끄신 유중근 전 총재님과 1988년부터 지금까지 700회 이상 생명을 나눈 이상윤 헌혈자님, 그리고 50년 가까이 13,500시간 동안 어려운 이웃을 보듬어 오신 백순임 봉사원님의 열정과 헌신은 우리 모두에게 영감을 불어넣었고, 타의 모범이 되었습니다.
시간 관계상 모든 분을 호명하지 못하지만, 적십자 인도주의 각 분야에서 일궈낸 탁월한 성과로 정부 포상과 적십자 포상을 받는 수상자 여러분들, 그리고‘전쟁중에도 자비를’이라는 적십자의 숭고한 정신을 치하하는 나이팅게일 상을 받으신 신경림 대한간호사협회 회장님께 저와 적십자 구성원 모두의 존경을 담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적십자 가족 여러분,
지난 120년이 인도적 위기를 극복해 온 역사였다면, 앞으로의 100년은 인도적 위기를 예방하고 경감하는 ‘선제적 인도주의’의 시대가 되어야 합니다.
대한적십자사는 이 새로운 시대의 길 위에서 전국 23만 명의 적십자 봉사원과 청소년적십자 단원, 3백만 명의 헌혈자와 5백만 명의 후원자 여러분과 함께 고통받는 이웃에게 희망을 전하는 고귀한 인도주의 활동을 흔들림 없이 이어 나갈 것입니다.
“인류가 있는 곳에 고통이 있고, 고통이 있는 곳에 적십자가 있습니다.”
우리 모두 함께 또 다른 100년의 역사를 만들어 가기를 희망합니다. 고맙습니다.
2025. 10. 27. 대한적십자사 회장 김철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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