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세계의 모습

지금 인류는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도 현 상황을 ‘바이러스와의 전쟁’이라 표현하며 승리를 위해 인류가 하나 될 것을 요청했다. 인류 사회에서 전쟁은 없어져야 하지만, 인류를 향한 사악한 바이러스의 공격에는 일치단결하여 맞서야 하는 것이다.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인류는 서서히 단일대오를 갖추어가는 형국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초기 대응 과정에서는 연대와 협력보다 각자도생의 전략이 주로 사용되었다. 국경봉쇄, 이동제한, 수출금지, 정보통제 등이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졌고 중국과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 전략으로 사태를 악화시켰다. 이 때문에 한편에서는 각국의 봉쇄 조치, 개인정보의 이용 및 공개, 몇몇 나라 시민의 인종차별 행태 등을 확대해석하여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를 반(反) 세계화 경향, 국가의 감시·통제 체제 강화, 인종주의 심화 등으로 특징짓기도 했다.

코로나와의 전쟁은 코로나19의 대유행이 끝난다고 해서 종식되는 것이 아니며,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이런 위험이 잠재된 코로나 이후의 세계, 즉 코로나 위험 세계에서는 재발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강력한 방역체계가 요구된다. 하지만 각자도생의 전략은 단기적으로만 일부 유효하지, 전쟁의 장기화에는 적합하지 않다. 더구나 안정화 국면이나 평화 시기에는 이런 전략의 한계가 더 분명해진다. 그래서 코로나 전쟁에 임하는 대부분의 책임 있는 국제기구나 지도자들은 글로벌 연대와 협력만이 승리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글로벌 연대와 실천에서 답을 찾다

재난이 발생하면 사회적 취약집단의 피해가 더 크다. 전쟁과 감염병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으로는 부유한 북반구보다 빈곤한 남반구의 피해가 더 큰데, 이는 보건의료 인프라가 취약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감염병 대처에 필요한 재정 능력의 어려움 때문이기도 하다. 다행히 G20은 4월 중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세계 최빈국들의 부채상환 의무이행을 일시적으로 유예하는 조치에 합의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 국가와 시민으로부터 자발적인 코로나19 연대대응기금을 마련하여 보건의료가 취약한 곳에 지원하고 있으며, 유럽연합을 비롯한 각국과 빌 게이츠 재단 같은 민간단체의 지원을 바탕으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및 분배를 위한 국제 이니셔티브를 출범시키는 데 성공했다.

세계화는 인류 문명의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이지만 경쟁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적인 세계화는 21세기에 와서 이미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다 이번 코로나19로 공공 의료체계와 사회 안전망의 중요성이 명백해지면서 신자유주의 노선은 그동안 이들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한 책임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결국, 코로나 이후의 세계에서는 자율성 외에도 공공성과 연대성이 이전보다 훨씬 더 강조되는 새로운 방향의 세계화가 추구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와 글로벌 민간단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재난 상황에 서 보건의료 분야와 구호 분야를 아우르는 인도주의 활동을 가장 오랫동안 지속해온 적십자 운동이 코로나 전쟁을 맞이해서도 여러 형태의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이 같은 국제기구와 글로벌 민간단체는 각국 정부와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지원과 참여가 있어야만 그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의 세계에서 요구되는 글로벌 연대가 국제기구와 민간단체를 통해서만 실천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각국의 정부와 시민사회단체는 일반 시민이 코로나19로 위기 상황에 놓인 국내외 지역과 주민의 처지에 관심을 갖고 연대할 수 있도록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도울 필요가 있다.적십자 운동을 통해 글로벌 연대 실천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더욱 널리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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