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

이러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대한적십자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요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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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인천적십자병원 이영숙 간호사님의 이야기입니다.

지난 2월 연차를 소진하기 위해 고향인 대구에 휴가차 내려가 있던 중에 병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코로나19 문제로 대구에 의료 지원을 나갈 인력이 필요한데 지원자가 없다고, 대구 내려간 김에 파견을 나가는 건 어떻겠느냐고 병원 측에서 제안을 해주셨다. 처음에는 겁이 났다. 아직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바이러스인데 괜찮을까, 살아서 못 돌아오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나로선 거부할 수 없는 제안임을 알았다. 그 순간 내가 대구에 있다는 사실이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았고 파견 업무에 지원하겠다고 말씀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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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중순부터 대구의료원으로 출근하게 되어 중증 환자들을 돌봤다. 파견 근무가 힘들 거라고 충분히 예상하고 가서 그런지 적응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육체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인 어려움이 더 컸다. 자각 증상 없이 갑자기 건강상태가 악화되는 환자를 볼 때마다 이 병의 무서움을 실감하곤 했다. 환자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봐야 하는 일도 슬프고 고통스러웠다. 중증환자의 경우 입원 기간 내내 가족들의 얼굴을 보지 못하다가 임종을 맞이하는 분이 많았다. 산소 포화도 수치가 떨어져 호흡 곤란이 온 상황에서 자녀의 전화를 받았던 한 환자 분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환자 분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병원에 오겠다는 자녀를 오히려 안심시켰다.

“아유, 괜찮아. 바쁜데 오긴 뭘 와. 애들이나 잘 챙겨. 담에 와, 담에.”

그렇게 전화를 끊은 뒤 참았던 숨을 몰아쉬고는 휴대폰에 저장된 손녀 사진을 보며 미소를 지으시던 환자 분, 그것이 그분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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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는 환자와 가족들이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순간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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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재난 상황이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 그런지 대구의료원에서 겪은 모든 일이 내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특히 환자를 돌보느라 자녀들과 떨어져 지내던 선생님들이 많았는데 어느 날 가족과 영상통화를 하다가 가지 말라는 아이의 말 한마디에 참았던 눈물을 끝내 터뜨리던 선생님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 파견 가 있는 동안 안부 물어봐 주시던 인천적십자병원 선생님들, 손편지와 작은 선물 등으로 응원을 보내주신 시민들 덕분에 울컥해서 울기도 여러 번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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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파견 근무를 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걱정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잘못되면 원래 일상에 복귀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했지만 막상 현장에 투입된 뒤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다만 파견이 끝난 다음날부터 몸이 아팠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흉통, 근육통 등으로 몸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었고 호흡곤란까지 생겼다. 그런 상황에서도 파견 근무를 다 마친 뒤에 이런 일이 생겨 오히려 다행이라고 나 자신을 다독였다. 파견 근무를 했던 일은 결코 후회스럽지 않았다. 정해진 숙소에서 자가격리를 하며 모니터링을 했는데 다행히 음성 판정이 나와 약 40여 일간의 파견 근무를 마치고 인천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적십자사에서 운영하는 혈액원에서 일하고 싶었다. 학창시절부터 헌혈을 자주 했는데 그러다 보니 혈액원에 관심이 갔던 것 같다. 헌혈을 자주 하게 된 건 그 시절 대구 지하철 화재사건과 관련이 있다. 당시 전철역으로 향하는 길의 횡단보도에 불이 안 들어오는 바람에 눈앞에서 지하철을 놓쳤는데 바로 그 차량에서 사고가 났던 것이다.

그 일로 같은 반 친구들을 많이 떠나보내야 했다. 그 이후 사고 현장 인근에 있던 헌혈의 집에서 헌혈을 하게 됐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대학에서 간호과를 전공했다. 그리고 봉사 기회가 더 많이 있을 거라 생각해 적십자병원에 가게 됐다. 그로 인해 이번 대구의료원 파견 근무라는 소중한 기회가 주어진 것이 새삼 생각해 보게 된다. 이번 재난으로 너무나 안타까운 희생, 가슴 아픈 상황 들을 숱하게 마주해야 했다. 이를 계기로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 특히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더욱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 상황이 무사히 지나가고 나면 집으로 돌아가 고향에 계신 부모님 얼굴부터 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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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라는 재난 상황속에서 격리되고 자신의 생사를 확신할 수 없는

두려움을 가졌을 환자들과 그런 무서운 상황에서 환자를 다독이고

진료하며 환자에겐 희망이 되어준 의료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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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코로나속에서 자신도 두렵지만 남을 위해 일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인천적십자병원 이영숙 간호사님의 노고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