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

겨울이 지나간 자리에 봄이 오고 꽃이 진 자리에 초록 잎이 무성해졌지만, 계절의 변화도 비껴간 듯 우리의 일상은 적막하고 고요합니다. 코로나19로 일상의 시계가 멈추어버린 2020년.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세월호 참사 추모곡으로 헌정한 임형주 대한적십자사 친선대사가 우리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또 한 번 노래했습니다. 9번째 디지털 싱글 ‘너에게 주는 노래’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캠페인 송으로 헌정한 임형주 친선대사를 만났습니다. 

음악으로 

마음을 나누고, 

희망을 

선물합니다  

임형주 대한적십자사 친선대사 

Q. 코로나19로 공연과 행사들이 취소되면서 문화예술계가 많이 위축되어 있습니다. 대사님은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저 역시 모든 해외 일정이 취소되었고, 4년 만에 선보이려고 했던 정규 7집 앨범 준비도 미뤄지면서 한동안 힘들었어요. 지금은 중요한 국가 행사들만 최소한으로 참석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반추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Q. 얼마 전, 코로나19에 지친 국민을 위해 ‘너에게 주는 노래’를 헌정하셨습니다. 대사님께서 직접 제안해주셨다고 들었는데요? 

대한적십자사에서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국민을 위한 응원 메시지를 요청해주셨어요. 저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니까 음악으로 도움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너에게 주는 노래’라는 곡을 헌정하고, 음원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고 싶다고 제안했죠. ‘너에게 주는 노래’는 1998년 제 데뷔앨범 수록곡이자, 열두 살이었던 저에게 ‘음악이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해준 곡이에요. 슬럼프가 왔을 때도 이 노래를 셀프 리메이크해서 부르며 마음을 다잡았을 정도로 애착이 깊은 곡이기도 하고요. 수익금은 코로나19로 고생하는 의료진과 소외 이웃을 돕는 데 사용될 예정이니, 좋은 음악도 듣고 기부에도 동참해주시면 좋겠습니다. 

Q. 노래로 국민의 마음을 위로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요. 2014년에도 세월호 참사 추모곡으로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헌정하셨습니다. 

당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한 진혼제에서 ‘천 개의 바람이 되어’ 를 사용하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오고 라디오에서도 제 노래가 계속 나오더라고요. 그러더니 실시간 음악 차트 1위에 오르는데…. 순간, ‘이건 이제 내 노래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머리에 스쳤어요. 세월호 참사를 슬퍼하는 국민이 듣는 노래로 내가 이득을 취해서는 안 된다고요. 그래서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세월호 참사 추모곡으로 헌정하고 수익금 5,700만 원도 대한적십자사에 기부했습니다. 음악으로 많은 이의 마음을 위로하라는 하늘의 계시를 받은 것 같아서 저에게도 굉장히 의미가 있었어요. 

Q. 대한적십자사 홍보대사부터 친선대사까지, 15년이라는 긴 세월을 적십자와 함께하셨습니다. 대사님께 대한적십자사는 어떤 의미인가요? 

대한적십자사와 함께한 시간은 한마디로 ‘나의 부족함을 채워가는 시간’이었어요. ‘나눔’ 하면 내가 타인에게 재능이나 물품을 주는 ‘일방적인 행위’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거든요. 적십자는 열두살에 데뷔해, 치열한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느라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저에게 더불어 사는 방법을 알게 했고, 적십자와 함께한 경험은 저를 내적으로 성장하게 했어요.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도 저는 몇 번이고, 적십자와 함께할 겁니다.

Q. RCHC의 창립 멤버로 1억 원도 기부하시고, 수많은 봉사활동과 재능기부에 동참해주셨는데요. 기억에 남는 활동, 혹은 사람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2015년 필리핀의 최극빈 마을인 깔리보 지역에서의 봉사활동을 잊을 수가 없어요. 청소년합창단을 결성해서 마을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쳐주고 마을 사람들 앞에서 함께 공연하면서 참 행복했거든요. 하루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가정에 방문해 제가 음식을 대접해드리기도 했어요. 직접 시장에 가서 장을 보고, 아이들을 위해 요리하고, 함께 나눠 먹고…. 아이들 먹이느라 잘 드시지도 못하는 부모님이 안타까워서 나중에 두 분만 다시 레스토랑으로 초대했는데, 어머니께서 막 우시더라고요. 말은 안 통했지만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아서 안타까웠던 기억이 나요. 얼마 안 되는 금액이었지만 내 돈이 이렇게 값지게 쓰인 적이 있던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곳에서의 봉사활동은 제가 적십자의 친선대사로 활동하고, 나눔을 지속하는 데 큰 자극제가 되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코로나19를 이겨내는 국민께 응원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코로나19가 종식되어 음악가로서 여러분과 다시 만나기를 고대하 고있습니다. 그날까지 부디 희망을 잃지 마시고요. 특히 감염병의 최전선에서 고생하시는 의료진과 관계자분들, 여러분의 숭고한 희생정신에 깊은 존경과 감사를 보냅니다. 부디 본인의 건강도 잘 챙기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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