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

제 이름은 사라입니다. 제 남편 무삽은 이집트의 인권단체에서 수년간 활동했습니다. 이집트 정부는 남편과 단체 동료들을 가만히 두지 않았습니다. 정부 관계자로부터 무수한 협박과 박해를 받았고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난 2016년, 우리 부부는 자유로운 삶을 찾아 이역만리 떨어진 이곳 한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자유를 찾아 머나먼 타국, 한국에 오다

저와 남편의 고국, 이집트는 인권운동에 대한 감시와 탄압이 심합니다. 공권력을 앞세운 횡포와 범죄 행위들이 정부의 이름으로 버젓이 자행되고 있어요. 제 남편 무삽은 이런 정부의 행위를 세상에 알려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수년 전부터 이집트의 인권단체에서 캠페이너와 사진작가로 일했습니다. 이집트 정부는 이 단체가 정부의 뜻에 반하는 운동을 하고 관련 사진과 영상 등을 제작·배포한다는 이유로 단체 구성원들을 협박하고, 취재 현장을 급습해 카메라를 빼앗거나 파손하는 행위를 일삼았습니다. 지난 2013년부터 정부의 박해는 눈에 띄게 심해졌고, 남편은 체포도 여러 번 당했죠. 급기야 생명의 위협까지 느낀 우리 부부는 고국을 떠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목적지는 비행기를 타고도 10시간이 넘게 걸리는 머나먼 나라, 한국이었습니다.

막막한 하루하루에 찾아 든 희망 한 줄기

우리 부부가 한국 땅을 밟은 건 지난 2016년입니다. 말이 통하지도 않고 의지할 사람도 하나 없는 타국에서의 생활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어렵고 팍팍했습니다. 가장 힘든 것은 정처 없는 떠돌이 생활이었습니다. 처음 얼마 동안은 매일 또는 매주 짐을 싸고 풀며 게스트하우스를 옮겨 다녔습니다. 남편이 한국 정부에 난민 신청을 한 덕분에 한동안 인천 영종도에 있는 난민센터와 난민 지원단체의 임시숙소에서 지내기도 했는데요. 그마저도 정해진 기간만 머물 수 있었기에 짐을 싸고 풀기는 매한가지였죠.

게다가 당시, 저는 임신 중이었습니다. 제대로 먹기도 힘들고, 두 발 뻗고 몸을 누일 곳조차 없는 상황에서 아기가 태어나면 어떻게 하나 막막했어요. 가난한 난민 부부라는 우리의 처지와 아이가 태어난 후 마주하게 될 현실을 원망하며 홀로 숨어 운 적도 많았습니다. 남편 무삽은 저와 아이를 위해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던 건설 현장의 일용직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종일 고된 노동을 하고 손에 쥐는 돈은 6만 원. 그마저도 근로 일수가 불규칙해 아이를 낳고 난 뒤 고정적으로 들어갈 양육비와 의료비, 생활비를 어찌 감당해야 할지, 걱정과 불안은 나날이 커졌습니다. 그런데 그때, 봄 햇살처럼 따듯한 희망 한 줄기가 찾아왔습니다. 바로 대한적십자사의 지원이었습니다.

지난 4월 태어난 부부의 딸, 라일라

대한적십자사의 손을 잡고 새로운 내일로

지난 4월 중순, 충남 천안의 한 빌라에서 오랫동안 기다려온 아기 천사, 라일라를 품에 안았습니다. 게스트하우스도 아니고, 난민센터도 아닌, 우리만의 따듯한 보금자리에서 딸아이를 맞이할 수 있게 되어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대한적십자사의 도움으로 마련한 ‘집다운 집’이었죠. 사실 게스트하우스나 난민센터에 있을 때는 항상 불안했어요.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과 공간을 공유하다 보니 왠지 모르게 활동이 위축됐고, 슈퍼마켓에 갈 때조차 허가를 받아야 해 외출도 꺼려졌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누구의 눈치를 보거나 허가를 받을 필요 없이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부부가 간절히 원했던 자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한적십자사는 처음 아기를 출산하고 키우는 20대 부부에게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낌없이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의 일상은 라일라의 분유와 기저귀, 옷과 각종 생필품 등 대한적십자사의 후원물품으로 따듯하게 채워지고 있습니다. 대한적십자사의 도움이 없었다면 우리 가족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지 생각만 해도 두려워요. 아직도 가끔 누군가에게 쫓기거나 위협을 받는 악몽을 꾸기도 하지만, 꿈에서 깨면 따듯하고 포근한 집과 가족, 든든하게 도움을 주는 대한적십자사가 있다는 사실에 금세 안도하게 됩니다.

어느 날은 곤히 잠든 라일라를 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우리 부부는 대한적십자사의 희망풍차 긴급지원을 통해 그토록 꿈꾸던 자유는 물론, 새로운 희망까지 찾았습니다. 대한적십자사가 내민 손을 잡고, 앞으로도 힘차게 살아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