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위기상황을 바라보며…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침공했습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민간인 사상자 2,421명(3월 21일 기준), 폭격으로 인한 전기·수도·도로·교량·주택 등 민간시설 피해도 심각합니다.

이에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회장은 민간인 보호, 적대행위의 규칙 위배 자제, 민간인 및 핵심기반시설 공격 금지 등

국제인도법 존중을 위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위기를 통해 무력충돌 상황에서도 지켜야 할

국제인도법, 그리고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살펴봅니다.

글 김회동(육군사관학교 법학 교수)




러시아-우크라이나, 끝나지 않는 갈등


러시아의 전신인 구(舊)소련의 일부였던 우크라이나는 1991년 12월 8일 소련이 해체되면서 독립했습니다. 하지만 독립 이후에도 친EU 세력과 친러시아 세력 간의 정치적인 충돌이 계속되었고, 2014년 군사력을 앞세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자치지역이자 전략적 요충지인 크림반도를 합병했습니다. 이 같은 러시아의 무력침공에 위협을 느낀 우크라이나는 NATO1) 가입을 추진했지만, 서유럽과의 접경 지역인 우크라이나를 자국의 영향력 아래 두고 싶었던 러시아는 지난 2월 24일 또다시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습니다.

  

침공 직후 러시아 국방부는 “고정밀 무기를 이용해 우크라이나 군사기반 시설을 공격 중이며, 도시를 겨냥한 미사일 공격이나 포격을 진행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을 위협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는 러시아가 국제인도법을 근거로 펼치는 고도의 여론전에 불과합니다. 무력침공의 불법성을 희석하고 러시아를 향한 부정적인 국제여론을 환기하고자 전시 국제인도법을 잘 준수하고 있음을 내세우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왜 전시 상황에도 국제인도법을 의식하는 걸까요?

 

어떠한 상황에서도 지켜야 할 국제인도법 


국제인도법이란 모든 무력충돌 상황에서도 보장되어야 하는 전쟁희생자의 기본적 권리, 즉 유보되거나 제한할 수 없는 인권을 규정함으로써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고 존엄성을 보장하는 국제법입니다. 국제인도법은 ‘정당한 전쟁인가’를 규율하는 정전법(jus ad bellum)과 ‘전시 행동규칙’을 규율하는 전시 국제인도법(jus in bello)으로 구성되는데, 단 두 가지의 예외적 사유2)를 제외한 모든 무력행사는 국제법상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어떤 이유로도 용인될 수 없으며 국제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에 불과합니다.  

 

러시아 전투차량이 이동을 막아서는 우크라이나 주민을 공격하지 않고 우회하는 모습, 전쟁을 규탄하는 노인의 항의에도 별다른 위협을하지 않는 러시아군의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반면, 민간인 아파트와 병원시설을 공격한 사진이 보도될 때마다 국제사회는 러시아를 강력하게 비난하고 규탄합니다. 이 역시 국제인도법 정신에 기초한 행위로, 국제인도법은 피아(彼我)를 불문하고 부상병 치료, 여성·아동 보호, 적십자 같은 구호단체 활동 보호 등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시 국제인도법 원칙상 합법적인 공격대상(군사시설 등)이 아닌 민간인 또는 민간시설과 병원시설에 대한 공격 또는 공격 위협을 가해서는 안 됩니다. 이는 제네바협약과 제1추가의정서, 제2추가의정서에 명확히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들 협약과 의정서 규정은 대부분 관습 국제법으로 인정되어 협약 가입 여부를 불문하고 모든 국가가 지켜야 할 국제법상의 의무가 되었습니다.  

 

위기상황에 놓인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지원을 


지금 우크라이나가 처한 인도적 위기상황이 그들만의 위기여서는 안됩니다. 불과 70여 년 전, 국제적십자위원회와 국제적십자사연맹 회원국들은 한반도에서 일어난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인도주의 구현을 위해 의료인원을 포함한 많은 구호 인력과 장비를 지원했습니다. 국제사회의 도움이 없었다면 한국전쟁은 더욱 참혹했을 것이며, 상흔에서 회복되는 일도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은 국제인도법의 최대 수혜자입니다. 이제는 우리가 무력충돌의 충격에 빠져있는 우크라이나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희생자를 보호하기 위한 구호의 손길을 보내야 할 때입니다. 평화에 대한 염원, 인류애 회복에 대한 희망을 담아 도움의 손길을 보낸다면 무력충돌의 잔혹성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대한적십자사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된 긴급구호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도주의 구현을 위한 실질적인 행동과 실천만이 무력충돌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희생자를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긴급구호활동에 저부터 작은 정성을 보태고자 합니다. 독자분들도 우크라이나를 위한 인도적 지원에 함께하시길 부탁드립니다.

 

 

1) 제2차 세계대전 후 동유럽에 주둔하고 있던 소련군과 군사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체결한 북대서양조약의 수행기구 

2) 자위권 행사와 유엔안보리 결의에 의한 무력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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