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한 삶에 비친 한 줄기 등불ㅣ미정 씨 가족 이야기

예고 없이 찾아온 불행, 끝나지 않는 절망

십 수 년이 지나 되돌아보아도, 올해는 참 힘들고 아픈 나날로 기억될 것 같아요. 평생을 바친 남편의 사업이 코로나19로 무너지고 말았거든요. 집과 보험을 모두 처분 하고도 사업 부도로 쌓인 빚만 45억 원. 하지만 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미안해. 고생만 시키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여기까지인 것 같다….”

매일 같이 빚 독촉 전화에 시달리던 남편은 지난 7월, 이 메시지를 끝으로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전기도 끊긴 공장 사무실에서 마지막 메시지를 남기며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요… 아이들만 남겨놓고 세상을 등진 남편이 원망스럽다가도 죽을 만큼 괴로웠을 그에게 힘이 되어주지 못한 제가 미웠습니다. 남편의 죽음을 충분히 애도하거나 슬퍼할 수 없는 현실은 저를 더욱 비참하게 했어요. 중증 자폐 스펙트럼을 앓는 첫째 윤우와 아직 아빠의 빈자리를 알지 못하는 둘째, 서윤이를 돌봐야 했으니까요.

 

윤우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자폐아’입니다. 내년이면 초등학생이 되지만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감정과 의사 표현이 서툴러요.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언제, 어떻게 돌발 행동을 할지 몰라 늘 불안합니다. 꾸준히 치료해서 아이의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게 하는것 만이 유일한 희망. 남편의 사업이 기울어 가던 지난 5월부터 대한적십자사봉사회 양주지구협의회에서 운영하는 경로식당의 영양사로 근무하고 있었지만, 매달 100만 원 가까운 치료비를 제하고 나면 생활비도, 월세를 낼 돈도 남지 않았습니다. 이러다가 결국 윤우의 치료를 포기하는 순간이 올까 봐 덜컥, 겁이 나던 그때 기적처럼 도움의 손길이 다가왔습니다.

절망의 끝에서 만난 희망, 적십자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저는 지난 5월부터 적십자에서 무료급식을 진행하는 경로식당의 영양사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전까지만 해도 적십자에 대해 잘 알지 못 했어요. 적십자회비 지로용지를 보내는 곳, 헌혈을 담당하는 곳 정도였죠. 그런 적십자에서 저는 너무나도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남편의 사망과 가족의 어려운 사정을 알게 된 양주지구협의회에서 적십자의 위기가정 긴급지원금을 신청해주셨고, 본사에서는 저희 가정의 사연으로 모금을 진행해주셨습니다. 덕분에 당장 필요한 생계비와 밀린 월세 등을 충당할 수 있었죠. 가장 기쁜 건, 윤우의 치료를 중단하지 않아도 되는 거예요. 얼마 전, 치료비 문제로 윤우가 치료를 받지 못했던 적이 있었는데 과잉행동과 폭력성이 늘어 걱정이 많았거든요.다행히 적십자의 지원으로 센터를 다시 다니게 되면서 아이는 안정을 찾았고, 인지능력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완치되는 병이 아니기에, 앞으로도 퇴행과 발전을 반복하겠지만 지금 받은 도움을 항상 기억하며,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키우겠습니다.

그리고 이 기회를 빌려, 양주지구협의회의 봉사원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오전에는 경로식당과 양주지구협의회 사무실에서 일하고, 오후에는 윤우의 발달 치료와 아이들 양육으로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인데요. 항상 제 사정을 이해해주시고, 깊이 공감해주셔서 너무 힘이 나요. 경로식당에서 만나는 적십자봉사원분들은 아이들 갖다 주라며 인형이며, 생필품을 챙겨주십니다. 살아갈 날이 막막하고 모든 것이 걱정뿐이었을 때 실질적인 도움은 물론, 제 마음까지 다독여주신 분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꼭 알려주겠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힘들 때 누군가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우리도 언젠가는 절망에 빠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다시 한 번 곁에서 저를 응원해 주시고, 멀리서 가정에 힘이 되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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