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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사회를 향한 첫걸음을 함께
당신의 이야기
열여덟, 사회를 향한 첫걸음을 함께
소외된 이웃을 한 번 더 돌아보는 나눔의 기간, 연말을 맞아 대한적십자사는 가족돌봄청년과 자립준비청년을 응원하는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아프고 힘들다’라고 소리 낼 수 없는 이들의 목소리를 대신 전하고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던 그날, ‘2023 레드크로스 갈라’ 현장을 찾았습니다.
대한적십자사, 청년을 위한 ‘든든한 울타리’ 될 것
연말 자선 모금행사 ‘2023 레드크로스 갈라(RedCross Gala, 이하 갈라)’가 지난 11월 10일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렸습니다. 올해 9회째를 맞은 갈라는 ‘돌봄과 치유, 그리고 1년’을 주제로 지난해에 이어 가족돌봄청년,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의 꿈과 미래를 응원하기 위해 모금이 진행됐습니다. 대한적십자사 김철수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진정한 나눔을 통해 모두가 더 나은 세상으로 함께할 수 있다”라며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청년과 가족의 경제적·신체적 돌봄을 홀로 부담하고 있는 청년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연대의 힘을 보여달라”라고 당부했습니다.
이날 갈라에서는 돌봄과 치유의 취지에 공감한 기부자 5명의 레드크로스 아너스클럽 및 1개 기업의 아너스기업 가입식이 진행되었습니다. 이후 대한적십자사 홍보대사인 배우 안재욱 씨의 진행으로 열린나눔 토크 콘서트에서는 자립준비청년들의 현황과 어려움, 지원 방안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매년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자립준비청년은 약 2,000명. 인천여성가족재단 박주은 선임연구위원은 “청년들의 온전한 자립을 위해서는 경제적 자립, 심리·정서적 자립, 사회적 자립이 균형 있게 이뤄져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떠밀리듯 홀로서기에 나서야 하는 청년들은 당장 잘 곳부터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적십자사는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주거복지를 위한 유스타트 주택청약종합저축 지원 사업(LH·우리은행·대한적십자사), 주방용품·건강식품·밀키트 제공 및 적십자봉사원과 1:1 결연을 통한 일상생활 지도, 마음 안정 프로그램, 건강 자립 지원 사업 등이 그것입니다. 대한적십자사 사회봉사팀 박종선 과장은 “최근 배우 김선호 씨의 후원으로 자립준비청년과 멘토들이 함께 심리·정서적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고 보듬어주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라며 “심리적 고립감을 해소하는 기회가 계속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2023 레드크로스 갈라가 새로운 변화를 만드는 동력이 되어 청년들에게 희망이 되어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우리들의 이야기
Q. 자립을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모유진 어머니는 저를 낳고 목숨을 끊으셨고, 11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저는 위탁가정에 맡겨졌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방치와 학대를 받았고 13살부터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삶을 스스로 책임져야 했어요. 안전한 울타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접근하는 사람들로 인해 범죄 피해자가 됐고, 사람들에게서 나를 지키는 일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Q. 내가 힘들었을 때 어떤 지원이 큰 도움이 됐나요?
모유진 경제적 지원도 큰 도움이었지만 정서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어른’이 있다는 게 좋았습니다. 불행에 집중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무엇인지 찾고, 나를 그대로 인정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어요.
김미화 저는 한국인 아버지, 베트남인 어머니, 여동생과 살았지만 부모님이 이혼하시면서 지금은 동생과 함께 천주교 양육시설에서 지내고 있어요. 한참 진로를 고민했던 중학교 1학년 때, 원장 수녀님께서 음악을 한번 배워보는 게 어떻겠냐며 제안해주셨어요. 덕분에 현재 여성 청소년들에게 음악 교육을 제공하는 노비따스음악중·고등학교 진학해 비올라를 배우고 있습니다. 또 대한적십자사의 도움으로 올해 제 비올라도 생겼어요. 그전까지는 학교에 있는 비올라로 연주해 왔거든요. 배움의 기쁨과 감사함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Q. 과거에 도움을 받았던 내가 ‘도움을 주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모유진 제가 가장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은 서점이었어요. 그래서 매일 서점을 찾아 책을 하루에 한 권씩 읽었습니다. 책을 읽다 보니 모든 스토리에는 역경이 있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내 삶이 불행한 게 아니라 특별한 게 아닐까, 나를 통해 누군가는 살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입니다. 저를 통해 희망을 얻고, 자립준비청년들이 실수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Q. 자립을 준비하는 후배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요?
모유진 세상에 분명히 우리를 도와줄 사람이 있다는 겁니다. 자립 과정을 거치면서 저도 곳곳에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미화 학생도 그렇고 자립준비청년들에게는 조언보다는 응원과 격려가 필요합니다.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기보다 상처와 잘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어요.
Q.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요?
모유진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서 ‘그룹 홈’을 운영해 보고 싶어요. 그곳은 아이들을 위한 쉼터가 되고, 저는 ‘뭐든지 항상 물어볼 수 있는 어른’으로 함께하고 싶습니다.
김미화 비올라를 열심히 배워서 비올리스트가 되는 것이 꿈이에요. 그리고 오늘 이 자리처럼 기부자가 되어 함께하고 싶어요. 저와 같은 학생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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