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열정으로 확장되는 인도주의를 위해

Column 


 

코로나19 확산 이후 사회적 결속력은 느슨해지고, 우리의 일상은 점점 개인화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은 인도주의 위기를 더욱 위협하고 있는데요.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협력과 연대를 바탕으로 한 인도주의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 글 김찬호(성공회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기술 발전의 이면 ‘인도주의 위기’

 

​8월 초, 달 탐사선 다누리호가 솟아올랐습니다. 금년 말에 궤도 진입에 성공한다면 한국은 러시아·미국·일본·유럽·중국·인 도에 이어 일곱 번째로 달에 우주선을 보낸 국가가 됩니다. 지난 반세기 이상 매진해온 경제 성장과 지식 축적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명사적인 쾌거와 대조를 이루는 현실이 우리 주변에서 자주 목격됩니다. 인공지능, 반도체, 나노과학, 생명공학 등을 탐구하는 데는 막대한 돈, 시간, 인력을 쏟았지만 최근 폭우가 쏟아졌을 때 반지하에 사는 이웃의 생명은 구하 지 못했습니다. 

 

​물론 기술의 진보는 인간의 삶을 크게 개선해줬습니다. 그러나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는데 불만·불안·불신입니다. 우리는 무한한 정보를 편리하게 접할 수 있지만, 그에 비례해 욕망이 늘어나면서 불만이 생깁 니다. 또 기술의 혁명으로 일자리가 위협받자 미래가 불안해지고, 인간관계의 단절로 사회적 불신이 팽배해집니다. 다행히 대안적인 방향에서 기술을 활용하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첨단기술을 활용해 청각장애인에게 일터를 제공하 는 소셜벤처 ‘고요한 M(모빌리티)’이라는 플랫폼이 그것입니다. 승객은 앱으로 예약과 호출을 하고 탑승 후 기사와 소통할 때 는 앞 좌석 머리 받침대에 설치된 태블릿 PC를 이용합니다. 그동안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의 생활을 돕는 장비는 다채롭게 개 발됐지만, 소통의 장애를 극복하면서 일자리까지 제공하는 시도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기술 덕분에 일상에서 장애인 을 자연스럽게 만나다 보면 간극도 서서히 줄어들 것으로 기대합니다. 

 


​위기의 시대 ‘연결’은 가장 긴요한 과제 

 

지금 시대에 가장 긴요한 과제는 ‘연결’입니다. 세대, 계층, 젠더, 민족, 이념 등을 경계로 삶이 점점 분절되고 서로에 대한 혐오 와 적대가 만연합니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타인의 행복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인데도 그의 고통을 나누며 더 나은 세계로 함께 나아가고자 하는 열망입니다. 그러한 동기를 얼마만큼 이끌어내고 효과적으로 엮어내는가 에 따라 향후 문명의 진로가 결정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희망은 있을까요? 저는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닥 터 샌더스의 위대한 진단>에서 훌륭한 단서를 봤습니다. 주인공 의사가 각종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처지를 칼럼으로 올리면 비슷한 증세를 경험한 환자, 질환과 관련된 다양한 전문가가 자신의 의견을 업로드합니다. 대중과 전문가가 폭넓게 소 통하고 의견을 조합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가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입니다. 설령 치료법을 찾지 못한다고 해도 외 롭게 분투하던 환자가 다른 환자들과 연결되면서 동병상련의 공동체를 만들어 서로를 지탱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습 니다. 이렇듯 광범위한 네트워킹은 지금과 같은 복합 위기의 시대에 더욱 절실합니다. 

 

​연대와 협력의 네트워킹은 대한적십자사의 구호활동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대한적십자사는 100년 이상 꾸준하게 세계 각 지에서 다양한 사업을 이어오면서 남다른 공신력을 쌓아 왔습니다. 온갖 비극의 현장에서 사람다움의 본연을 되살리려는 몸부 림은 인류의 탁월한 비전을 잉태합니다. 적십자운동은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언어로 인간 안에 깃들어 있는 선한 열정을 일깨 워야 합니다. 생명을 돌보며 서로를 살리면서 기쁨을 누리는 마음이 자라나도록 북돋아야 합니다. 그 기운을 사회적으로 조직 하고 우애와 공의가 작용하는 영역을 넓혀갈 때, 우리는 더 나은 세상과 삶으로 한 걸음씩 나아갈 것입니다. 

 

 

  • 위기가정 지원신청 및 후원하기
    대한적십자사는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위기가정을 상시 발굴하여 생계, 주거, 의료, 교육 분야의 긴급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위기가정 지원 신청하기
    우리 주위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지금 참여해 주세요. 후원 신청하기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