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돌아본 국제인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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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전쟁, 영화로 돌아본 국제인도법


정전 70주년 기념 ‘국제인도법 시네마 토크’ 개최


올해는 6·25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70주년이 되는 역사적인 해입니다. 대한적십자사는 정전 70주년을 맞아 6·25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 <고지전>을 함께 관람하고 그 의미를 되새겨보는 ‘국제인도법 시네마 토크’를 마련했습니다.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살펴볼까요?

 

 

 

 

■ 동족상잔의 비극 녹인 <고지전>


정전 70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6월 24일, 예술영화전용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국제인도법 시네마 토크’가 열렸습니다. 국제인도법 시네마 토크는 영화를 관람한 뒤 국제인도법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대한적십자사가 마련한 행사인데요. 시네마 토크 상영작은 장훈 감독의 2011년 개봉작 <고지전>입니다.

 

영화 <고지전>은 6·25전쟁 막바지, 휴전 협상이 진행되던 시기에 동부전선의 애록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남과 북의 군사적 대치를 다룬 작품입니다. 휴전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남북은 협정이 효력을 발휘하기까지 한 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하루에도 3~4번씩 고지의 주인이 바뀔 정도로 치열한 쟁탈전을 벌입니다. 영화 종반부엔 전쟁의 비극과 피로감을 부각하며 6·25전쟁의 피해자는 남북 모두임을 강조합니다.

 

 영화는 6·25전쟁 마지막 전투로 불리는 1953년 7월 화천군 고지 전투를 모티브로 제작되었습니다. 남북 청년들이 이데올로기에 휘말려 치열한 고지 쟁탈전을 벌이지만 결국 승자도 패자도 없이 죽음과 허무만 남게 된다는 내용으로 개봉 당시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400만 명의 사상자를 낸 6·25전쟁에서 300만 명의 사상자가 휴전협상이 진행되던 2년간의 고지 쟁탈전에서 희생되었다고 하죠. 이러한 기록은 무엇 때문에 서로 총구를 겨누는지 이유도, 명분도 불분명해진 전쟁으로 숱한 희생자만 낳았던 당시의 상황을 잘 보여주는 듯합니다. 

 

 

■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국제인도법

 

 

 

 

상영 후에는 영화 내용과 국제인도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관객과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국제인도법 전문가인 육군사관학교 김회동 교수와 씨네21 배동미 기자, 이화여자대학교 재학생이자 대한적십자사 IHL(International Humanitarian Law, 국제인도법) 서포터즈로 활동중인 박채영 대학RCY 회원이 함께했는데요. 

 

김회동 교수는 “국제인도법은 과거에 전쟁법으로 불렸으며, 적대행위에 가담하지 않은 사람, 과거 적대행위에 가담했더라도 더 이상 가담하지 않는 사람을 보호하고 전쟁의 수단과 방법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김 교수는 영화 속에 나오는 여러 장면을 토대로 국제인도법의 적용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영화상에서 김수혁 중위(고수)가 인민군 군복을 입고 신분을 속인 채 적을 몰살시키는 행위는 국제인도법상 배신행위로, 적군의 복장을 하거나 대한적십자사와 같은 인도주의 기구의 일원인 것처럼 위장하여 적을 살상하거나 피해를 입힐 경우 전쟁범죄로 간주해 처벌받습니다.

 

북한군 저격수 ‘2초(김옥빈)’가 남성식 이병(이다윗)을 일부러 한 번에 제압하지 않고 여러 차례 총을 쏘며 불필요한 고통을 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비인도적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극중 17세인 남성식 이병처럼 나이 어린 병사들이 전쟁에 투입되는 것을 두고 아동권리협약 선택의 정서와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 규정을 들어 일정 나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청소년과 아동은 징집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너도, 나도 우리 악어중대 모두 그리고 ‘2초’ 저 아이도 아주 오래전에 죽었던 거야. 수많은 남성식이처럼.” 김수혁 중위가 숨을 거두기 직전 내뱉었던 마지막 말이 인상적이었다는 박채영 회원은 “원치 않는 전쟁으로 끊임없이 누군가를 살해하고 견뎌내야 하는 상황이 잘 드러난 장면이라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적십자 표장 올바르게 사용하기 캠페인을 소개하며 “적십자 표장을 약국의 상징으로 잘못 알고 있거나 오남용하는 사례가 많은데 정작 보호받아야 할 사람이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관객들도 끝까지 자리에 남아 질문을 하거나 감상평을 전하며 적극 참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한 관객은 “영화를 보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떠올랐다”며 “국가 지도층이 자국민 보호라는 명분으로 국제인도법의 허점을 이용한다는 사실이 슬프다”고 말했습니다.

  

함께 영화도 보고, 국제인도법에 대해 깊이 이해한 시간. 정전 70주년을 맞은 올해, 여러분들도 이 영화를 챙겨보며 인도적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국제인도법과 평화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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