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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으로 무너진 가슴을 어루만지다
지난 11월 중순,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갑작스런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컸습니다. 불안과 공포에 떠는 이재민들의 가슴을 따듯하게 어루만졌던 대한적십자사의 포항 지진 구호활동을 소개합니다.
이재민을 위로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대통령
예고 없이 찾아온 지진에 이재민이 된 사람들
재난은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법입니다. 지난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경, 포항시 북구 북쪽으로 7km가량 떨어진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 역시 아무런 예고 없이 찾아왔습니다. 지난해 9월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에 이은 역대 두 번째 규모로, 포항과 인근 도시는 물론이고 수도권과 강원도 지역에서도 흔들림이 감지될 만큼 강력한 지진이었습니다.
기상청은 지진의 규모를 비롯한 관련 정보를 발 빠르게 파악해 발표했지만, 이미 시작된 지진은 현재까지 총 68회의 여진으로 이어지며 무수한 피해를 낳았습니다. 3만 1,000개소에 달하는 주택과 상가, 공장 등의 사유시설과 수도, 도로 등의 공공시설이 균열되거나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고 100명에 가까운 인명이 부상으로 치료를 받았습니다. 또한 이날은 수능을 하루 앞둔 날이기도 했는데요. 계속되는 지진으로 수험생들의 안전을 염려해 예정된 수험일을 7일 뒤로 연기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큰 피해는 나날이 가중되는 불안과 공포였습니다. 하루에도 수차례, 수일간이나 다발적인 여진이 이어지면서 집을 떠나 인근의 학교와 실내체육관, 마을회관 등에 마련된 임시대피소로 피신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최초의 지진 발생일로부터 10일에 걸친 여진 발생 기간 동안 누계 1,000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이재민들의 상태를 확인하는 심리지원 활동가들
따듯한 식사와 포근한 잠자리로 힘을 불어넣다
대한적십자사는 피해 지역 주민들을 돕고자 신속한 행동에 나섰습니다. 11월 15일 지진 발생 직후, 대한적십자사 본사와 대구지사, 울산지사, 경북지사, 경남지사, 전북지사 총 5개 지사에서 재난구호대책본부를 가동해 지진 피해 여부와 피해 상황을 파악했습니다. 또한 186명의 대한적십자사 직원들과 1,139명의 봉사원들을 피해 지역의 구호활동에 파견했습니다. 봉사원 중에는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도 있었습니다. 자신 역시 갑작스런 재난으로 어려움에 처했지만,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작은 도움이라도 보태겠다며 소매를 걷어붙인 것입니다.
지진 피해 지역에서 적십자봉사원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밥을 짓는 것이었습니다. 집이 아닌 곳에서 기약 없이 밤을 보내야 하는 이들에게 사랑이 담긴 밥과 희망을 담아 끓인 국으로 따듯한 식사를 차려 대접했습니다. 배를 든든히 채운 이재민들의 표정에 떠오르는 만족감과 활기를 보며 오히려 힘을 얻는 것은 적십자봉사원들이었습니다. 그 힘으로 11월 15일부터 30일까지 총 68회에 걸쳐 1만 4,000여 명의 이재민에게 6,600만 원 상당의 급식을 지원했습니다.
담요와 내의 등 생필품으로 구성된 응급구호품
놀란 가슴으로 집을 뛰쳐나온 이재민들에게는 기본적인 생활용품 지원도 시급했습니다. 대한적십자사는 흥해실내체육관, 항도초등학교, 대도중학교 등에 마련된 대피소에 머물고 있는 이재민들에게 총 2억 3,000만 원 상당의 구호물품을 지원했습니다. 베개와 담요, 세면도구와 내의, 운동복, 양말, 생리대 등의 생활필수품으로 구성된 응급구호품 1,100세트와 함께 핫팩, 매트와 같은 방한용품과 빵, 생수, 컵라면, 과자 등의 부식류를 지원해 대피소 생활의 불편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려 노력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대한적십자사는 이재민 지원활동으로 주택 복구와 같은 물리적인 피해 지원뿐 아니라 심리 회복과 같은 정신적인 지원도 병행했습니다. 11월 19일부터 30일까지 90여 명의 적십자봉사원이 피해 지역의 주택 복구에 참여했고, 270여 명의 심리지원 활동가가 1,400여 명의 내담자를 맡아 재난으로 인한 스트레스 대처와 원만한 일상 복귀를 위한 심리 회복 등을 지원했습니다.
지진이 발생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난 지금도 금 가고 무너진 피해 현장을 복구하는 활동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대피소에 머물던 이재민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지만, 대한적십자사는 끝까지 지진으로 인해 입은 물리적·정신적 피해 수습에 함께하며 이번 지진이 남긴 상처가 모두 회복될 그날까지 힘을 보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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