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세계적십자의 날 기념사
안녕하십니까. 김철수입니다.
오늘 우리는 제77회 세계적십자의 날을 맞아 장 앙리 뒤낭의 탄생을 기념하고 전쟁과 폭력에 맞서 ‘인간다움’을 회복하려 했던 인도주의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165년 전, 장 앙리 뒤낭은 솔페리노 전투의 참혹함 속에서 전 세계 보편의 인류애를 확립하고자 평생을 바쳤습니다.
평범한 28살의 사업가였던 그가 제1회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고 오늘날까지도 위대한 선각자로 불리는 이유는 적군과 아군의 구분없이 인간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인도주의 정신과 자신의 확고한 신념을 위해 실천하고 행동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제 그의 정신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191개국에 퍼져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대한적십자사를 비롯한 국제적십자운동이 오랜 세월 인류애를 실천하며 적십자 인도주의 운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사랑과 봉사를 실천해 오신 여러분 덕분입니다.
적십자 가족 여러분,
국제적십자사연맹은 올해 세계적십자의 날 슬로건을 ‘인도주의는 계속되어야 합니다(Keeping Humanity Alive)’로 정했습니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는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분쟁이 고조된 이래, 직원과 봉사자 15명이 목숨을 잃었고 13명은 실종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가자지구 주민들을 위해 트럭으로 식량을 운송해 전달하는 인도적 활동을 중단하지 않았습니다. 어떠한 상황에도 인도주의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한적십자사 역시 어려운 대내외 환경속에서도 인도주의 가치와 사명을 실천하기 위해 그간 총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대형재난과 감염병 확산, 복지사각지대의 증가 등 위기 상황에서도 가장 먼저 달려가 차별화된 인도주의 활동을 수행했습니다.
또한 공공병원으로서 공공의료의 한 축을 담당했으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혈액 수급 안정에도 힘을 쏟았습니다.
차별 없이 모든 사람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인도주의의 가치와 보호와 지원이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적십자 운동이야말로 언제 어디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인간의 고통을 예방하고 경감시킬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적십자 가족 여러분,
지금 세계 곳곳이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분쟁이 심화하고 총성이 끊이질 않습니다.
가자지구 분쟁은 격렬해지고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은 고조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벌써 두 해를 넘겼습니다.
시리아 내전은 13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쟁과 전쟁은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고 치유할 수 없는 아픔과 고통을 남기고 있습니다.
또한, 감염병과 재난, 무력 충돌에 따른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은 경제적 불평등을 가중하고 빈부격차를 더 벌리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도 더는 좌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각국 정부에서 현재 진행하는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모두 실행하더라도 2040년 지구 표면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올라갈 것입니다.
그러나 이처럼 다양하고도 전방위적인 위기의 현장에 주저 없이 달려가 인도주의 가치를 실천하는 것이 바로 적십자의 사명입니다.
따라서 지금은 대한적십자사가 인도주의 대표기관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회복과 도약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핵심사업을 정상화하고 더 많은 국민이 함께 참여함으로써 인도주의 활동의 미래 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합니다.
재난관리책임기관으로서 재난구호 및 안전교육 등 핵심역량을 제고하고 전국 15개 지사, 15개 혈액원, 7개 적십자병원이 서로 협력하여 지역사회와 더 긴밀하게 연계하면서 현장 수행 능력을 강화해 나가야 합니다.
또한 저출생과 고령화 등 앞으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혈액 사업 정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전문성을 갖춘 의료인력 확보와 특화된 공공의료를 통해 병원 운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더불어 스스로 생을 마감하거나 홀로 외롭게 죽어가는 이들이 없도록,
치매 돌봄을 개인이 떠안지 않도록,
자립 준비 청년이 사회에서 고립되지 않고 자립을 이룰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이바지해 가겠습니다.
사랑하는 적십자 가족 여러분,
현대사회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갈등이 극도로 심화하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마음, 더 나아가 서로 용서하고 화해에 이를 수 있도록 하는 인도주의 가치와 실천이 필요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올해 적십자 봉사명문가로 선정된 조옥수 봉사원님과 그 가족이 함께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봉사와 헌신이 선한 영향력으로 대물림되어 3대가 함께 지역사회를 위해 적극적으로 봉사하는 모습은
인도주의의 가치와 실천이 어떻게 계속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그리고 반가운 소식이 있습니다. 적십자봉사원, RCY 단원 및 지도자, 헌혈자, 기부자 등 대한적십자사 인도주의 활동 유공에 대한 정부 훈·포장이 지난 2월에 신설되어 적십자 활동에 참여한 분들을 예우할 수 있는 공적인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이웃의 어려움과 아픔을 함께 나누어 짊어지는 일에 더 많은 이들이 참여하고, 이러한 실천들이 존중받을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오늘 수상하신 조옥수 봉사원님을 비롯해 ESG 경영 모범 공기업으로서 서울시 지하철 전 역사에 적십자 홍보를 위한 공간을 내어주시고, 헌혈 등 고귀한 생명나눔 활동에도 앞장서주신 서울교통공사 백호 사장님, 그리고 이 순간에도 세계 각지의 위기 현장에서 이웃의 손을 놓지 않고 인도적 활동에 진심을 다해 실천하시는 모든 적십자 가족에게 존경과 감사의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여러분 덕분에 인도주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바쁘신 가운데에도 세계적십자의 날을 함께 축하하기 위해 참석해주신 자밀라 함마미 ICRC 한국사무소 대표님을 비롯해 적십자 임직원 그리고 봉사자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2024. 5. 8.
대한적십자사 회장 김 철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