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RC 국제적십자위원회 (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Red Cross)

ICRC 법무과장 크누트 도만(Knut Dormann)은 제네바협약이라는 전쟁의 규칙이 오늘날 직면한 도전과제와 이 규칙들이 시험의 시기를 잘 견뎌내도록 하기 위한 ICRC의 노력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8월 12일, 제네바협약은 60돌을 맞이한다. 이 협약이 전쟁의 수행 방식에 제한을 가하고자 했다는 것에서 국제조약의 역사 상 획기적인 사건이자 국제인도법의 토대가 되었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1949년, 기존의 제네바협약을 수정하고 전시 민간인 보호를 위한 제4 협약을 추가하기 위해 각국의 대표들이 제네바에 모였다. 그 이후 모두 3개의 추가의정서를 채택하여 협약의 내용을 보충해 나갔다.

제네바협약이 이제 은퇴할 때가 되었다는, 다시 말해 국가들 간의 전쟁에 맞도록 재단된 이 법률이 더 이상 무장단체와 정규군 사이의 충돌로 대표되는 현대의 무력충돌에는 더 이상 들어맞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 법률의 지지자들은 제네바협약이 여전히 실질적으로 관련성이 높으며 협약이 추가의정서와 함께 민간인 및 더 이상 전투에 가담할 수 없는 사람들을 보호함에 있어 유용한 법적 틀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제네바협약은 무엇이며 그 목적은 무엇인가?

 

제네바협약은 부상자, 병자 및 전쟁포로를 포함하여 더 이상 전투에 가담할 수 없는 사람들과 민간인을 보호하는 일련의 규칙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국제인도법의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라 할 수 있다.

 

제네바협약은 국제적 무력충돌 뿐만 아니라 공통3조 (4개 제네바협약에 공통으로 포함되어 있는 조항)에 의해 비국제적 무력충돌에도 적용된다. 1949년 이 조항을 채택한 것은 하나의 돌파구가 되었는데, 그 전까지는 국제인도법 조약들이 국가 사이의 전쟁 상황에만 적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전쟁은 비국제적 무력충돌이기 때문에, 공통3조는 국제적 혹은 비국제적 무력충돌 그리고 어느 편이냐에 상관없이 무력충돌에 가담하지 않거나 더 이상 가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는 기본 토대를 제공하는 조항으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특히 제네바협약은 전 세계적으로 비준된 국제조약으로, 모든 국가가 이 협약의 체결당사국이라 할 수 있다.

 

제네바협약과 ICRC의 관계는 무엇인가?

 

ICRC는 설립 초기부터 제네바협약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ICRC의 설립자인 앙리 뒤낭은 1864년 채택된 최초의 제네바협약을 창안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 이후, ICRC는 항상 제네바협약과 전체 국제인도법을 현장에서 경험한 실제 무력충돌과 비교·적용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초기부터, 우리는 전쟁 양상의 끊임없는 변화에 맞춰 국제인도법도 진화할 수 있도록 하는 역동적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온 것이다.

 

예를 들어 제2차 세계 대전 기간 동안 ICRC는 점령당한 적국의 민간인이 처한 환경과 그들의 보호에 관한 국제 협약의 초안을 만들어 국제사회의 승인을 요청하였다. 하지만 많은 국가의 정부가 그 협약의 채택을 결정할 외교회의 소집을 거부함에 따라 어떠한 조치도 취해질 수 없었다.

 

그 결과로 제2차 세계대전의 잔혹함에 대항해 민간인을 보호할 구체적인 조약은 만들어질 수 없었다. 결국 1949년이 되어서야 국제사회는 민간인 보호를 위한 제4 제네바협약을 채택하기에 이른다. 이는 민간주민과 그들의 재산이 무력충돌 중에도 보호될 수 있음을 법으로 보장했다는 측면에서 실로 중요한 사건이었다.

 

오늘날 ICRC는 자신의 인도적 임무를 제네바협약으로부터 끌어오고 있는데, 협약은 ICRC에 전쟁포로를 방문하고 구호활동을 조직하며, 이산가족의 재결합을 지원하는 등의 인도적 활동의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ICRC는 제네바협약의 몇몇 조항에 명확하게 언급되어 있기도 하다.

 

제네바협약이 오늘날과 전혀 다른 시대에 고안된 것이기 때문에 새로 쓰거나 최소한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당신의 의견은 어떠한가?

 

문제는 법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 제네바협약은 지난 60년간 놀라울 정도로 관련성이 높았음이 증명되었다. 1949년 이후, 본 협약은 추가의정서와 관습국제인도법의 중요한 발전 등에 힘입어 많은 부분 보충되었고, 특히 비국제적 무력충돌 시 민간인 보호에 관한 부분이 상당 부분 보충되어 새로운 현실에 따라 변모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중요한 도전과제는 법이 충분히 존중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제네바협약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반면 상당수의 교전 당사자들은 이를 무시하거나 업신여기기 일쑤다. 현존하는 규칙이 존중되고 구속력이 커진다면 무력충돌로 인한 고통은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동시에 제네바협약이 지난 60년간 셀 수 없는 생명을 구하고, 수천 이산가족들의 재결합을 도모하며 전쟁포로들에게 위안을 제공하는 등의 혁혁한 성과를 만들어왔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야말로 60주년을 축하해야 할 가장 커다란 이유다. 제네바협약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더 많은 고통이 양산되었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리고 국제적 무력충돌과 이로 인한 적국의 점령은 결코 과거의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작년에 일어난 러시아와 그루지야의 전쟁은 4개 제네바협약이 모두 적용될 수 있는 엄연한 국제적 무력충돌이었다.

 

지난 60년간 국제인도법은 어떻게 발전해 왔나?

 

지난 세월 동안 전쟁의 성격과 영향이 변화함에 따라 국제인도법도 상당한 팽창을 이루었다. 특히 1977년 두 개의 추가의정서가 채택된 것이 가장 큰 발전이다. 제1추가의정서는 국제적 무력충돌 희생자 보호를 강화하였고, 제2추가의정서는 내란을 비롯한 비국제적 무력충돌 희생자 보호를 강화하였다.

 

1980년대와 1990년대 다른 국제조약도 발효되었는데, 대인지뢰와 같은 특정 재래식 무기와 화학무기를 금지하였고, 작년에는 100개국이 모여 집속탄의 사용을 금지하는 역사적인 조약에 서명하다.

 

마지막으로 전쟁범죄를 수사하고 처벌하는 데서도 괄목할 만한 진전이 이루어졌다. 구유고 국제법정과 르완다 국제법정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형사재판소의 설립이 이루어졌다.

 

이 모든 것이 국제인도법이 세월의 흐름을 완벽하게 좇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국제인도법의 발전을 위해 무엇이 더 필요한지, 현장의 현실과 법을 비교하면서 당신이 주목하는 또 다른 현안은 무엇입니까?

 

현존하는 법적 틀을 좀 더 강화하고 명확히 해야 할 여지는 남아있다. ICRC는 최근 "직접적 적대행위 가담"이라는 개념에 관한 해설 지침을 내놓았다. 제네바협약이나 추가의정서 모두 이것이 과연 무엇을 뜻하는지 명확히 정의 내리지 못한다. 하지만 이는 중요한 문제다. 제네바협약에 의하면, 민간인은 적대행위에 직접적으로 가담할 때 그리고 가담하는 동안 보호 받을 권리를 상실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공통된 이해가 없다면 민간인들이 불법적인 혹은 자의적인 공격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만약 탄약을 실은 트럭의 운전사가 전선의 총격전 현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것은 적대행위에 직접적으로 가담하고 있다고 간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같은 운전사가 탄약을 공장에서 전투 지역에서 떨어진 항구로 싣고 가는 경우라면 어떠한가? 우리가 볼 땐 그가 전쟁 수행을 돕고 있다고 하더라도 전투에 직접적으로 가담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따라서 공격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군대의 기능이 점점 사기업들의 용역으로 대체되고, 군사적·행정적 지원에서부터 급식과 숙소 마련까지 각종 활동을 통해 점점 더 많은 민간인들이 무장단체를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러한 문제들은 더욱더 중요해진다.

 

주요 인도적 문제들이 현존하는 국제인도법 조약으로는 완전히 다루어지지 않는 비국제적 무력충돌과 관련해서는 다른 문제점들도 존재한다. 관습 국제인도법 규칙은 이러한 간극을 메워주고 있지만 이 법률이 더욱더 명확해지고 발전되어야 할 부분도 남아 있다. 예를 들면, 비국제적 무력충돌과 관련하여 안보의 이유로 구금된 민간인들을 위한 사법적 보장을 확립하는 구체적인 틀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그러한 보장은 합당한 이유가 있을 때만 구금된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소위 "테러와의 전쟁"은 국제인도법에 대한 수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제네바협약과 추가의정서는 테러 현상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나?

 

2001년 9월 11일에 발생한 사건이 국제인도법에 가장 힘든 시험을 치르게 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근본적으로 테러와의 전쟁이 과연 무력충돌이냐에 관해 상이한 의견들이 존재한다. 또한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틀에서 억류된 테러용의자들이 국제인도법의 적용 대상인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제네바협약과 추가의정서가 이와 관련하여 많은 대답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쨌든 테러리즘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제네바협약이나 추가의정서 모두 테러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테러리즘이 주는 위협을 해결함에 있어, 제네바협약이 국가 안보 문제와 인간존엄성 존중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데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국제인도법은 테러와의 전투가 실질적인 전쟁이 되는 상황에만 적용되어야 한다. 무력충돌 밖에서 행해진 테러 행위는 국제인도법을 적용하기 보다는 국내법 혹은 다른 국제법의 집행을 통해 다루어질 수 있다. 그러한 수단에는 첩보 수집, 경찰 및 사법당국의 협력, 자산 동결 혹은 테러용의자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국가에 대한 외교적·경제적 압력 등이 포함된다. 국제인도법이 본래의 목적이 아닌 상황에 적용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여전히 9 11 이후 시작된 논란이 국제인도법의 틈과 단점을 꺼내 보여주고 있다. 일례로 무력충돌 상황에서 테러용의자 구금과 관련해 공통 제3조는 어떤 측면에서 매우 애매하여 보다 명확한 해석을 필요로 한다. 억류 환경이라는 것도 단지 인도적 처우라는 말을 넘어서는 보다 구체적인 규정이 필요하다. 또한 안보의 이유로 억류된 사람들이 누려야 할 사법적 보장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없다.

 

아까 지적한 대로, 제2차 세계대전의 경험을 통해 ICRC는 제네바협약이 민간인을 보호할 수 있는 데까지 확장되도록 많은 노력을 쏟았다. 이것이 왜 중요하며 이로 인한 변화에는 무엇이 있는가?

 

1949년엔 모두가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여전히 혼란을 겪고 있었다. 대다수 국가가 참전하고 1억 명의 군인이 동원되었을 뿐 아니라, 7천만 명의 사람들 - 대부분 민간인 - 이 사망한 엄청난 규모의 전쟁이지 않았는가.

 

제4제네바협약과 이후 체결된 추가의정서는 민간인들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실로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슬픈 현실은 오늘날의 전쟁에서도 민간인은 여전히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이다.

 

1949년 이후 주요 변화로는 비대칭적 전쟁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 쪽의 훈련이나 무기 체계가 다른 한쪽 보다 월등하다는 것이다. 대개 좋은 무기를 갖추고 제대로 훈련을 받은 정규군이 무장 반란 단체를 상대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어떤 경우엔 이러한 차이가 상대적으로 약한 쪽이 국제인도법의 기본 규칙을 지키지 않은 데 대한 변명으로 활용된다. 국제인도법을 존중하지 않았음을 정당화하기 위해 한 쪽이 다른 쪽을 탓하기 시작하면 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또 다른 주목할 만한 발전은 점점 인구가 밀집한 도심 지역에서 군사 작전이 행해진다는 것이며 때때로 중장비나 높은 폭발력을 가진 무기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로즈니에서 모가디슈까지 그리고 바그다드에서 가자 지구까지 무력충돌은 민간 주민들에게 파괴적 영향을 끼쳤다.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민간인 보호라든가 전투 시 수용되는 행위와 같은 이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ICRC가 돕고자 하는 사람들이 제네바협약이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ICRC는 최근 전쟁이나 폭력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8개 국가를 대상으로 여론 조사를 의뢰한 바 있다. 사람들에게 적대행위와 기타 관련 이슈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국제인도법의 주요 원칙과 전쟁에도 제한이 가해져야 한다는 기본 생각에 동의를 표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가 보여주듯, 아주 소수의 사람만이 이러한 규칙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어떤 사람들은 이 법이 현장에서 실질적 효과를 발휘하는지 의심하기도 했다.

 

이는 민간인들이 계속해서 죽임을 당하고, 가족들과 헤어지며 전쟁에 휩싸인 고향을 떠나 지구를 가로질러 안전한 곳을 찾아야 하는 현실과 함께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국제인도법의 존중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원문) http://www.icrc.org/eng/resources/documents/interview/geneva-convention-interview-120809.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