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RC 국제적십자위원회 (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Red Cross)

국제인도법은 국제적 무력충돌뿐만 아니라 비국제적 무력충돌 피해자를 보호하는데 필요한 근간을 제공한다. 제 31차 국제적십자회의 개최에 앞서 ICRC 법률 전문가 실베인 비테로부터 국제인도법 및 준수 강화를 선결과제로 삼아야 하는 이유를 들어보았다.

현대 전쟁에서 희생자보호와 관련된 도전과제는 무엇인가?

무력충돌지역의 용병 및 보안업체 사용 증가, 신무기 개발, 장기 점령, 모호한 구금 규정(특히 비국제적 무력충돌의 경우)과 일반적인 국제법 위반 등으로 인해 무력충돌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률시스템이 도전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도전과제의 심각성을 고려해봤을 때 국제인도법이 제 역할을 하고 있나?

11월에 열리는 제 31차 국제적십자 및 적신월회의를 준비하면서 분명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으며 (물론 주의할 점도 있지만), 국제인도법의 여러 중요한 부분을 강화하는데 필요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체약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2010년 ICRC내부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제인도법은 여전히 전반적으로 (국제 및 비국제적) 무력충돌 당사국 행동 규제에 필요한 적절한 근간을 제공하고 있고, 대부분의 경우 미흡한 점은 준수 실정이었다. 하지만 법규이행 (위반 시 희생자 보상), 자연환경 보호, 자국 내 이재민 보호, 구금자 보호 등 4가지 분야에 문제가 있고 약하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체약국과의 논의에서 구금자 보호와 국제인도법 준수 감시방안 마련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의제를 추진하기 위해 “무력충돌 희생자 법적 보호 강화”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체약국이 이 시점에 구금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분야의 구체적인 문제를 알리자 체약국들은 실제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법적 지침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했다. 가령 국가간 구금자 이송의 경우 안전보장을 위해 구금자를 이송 받는 체약국이 동의하고 준수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기를 원한다.  

또 다른 예는 치안상의 이유로 체포하거나 억류하는 경우 처리방법이다. 억류는 아무런 법적 혐의 없이도 특정 개인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널리 사용된다. 그런데도 국제인도법에는 비국제적 무력충돌에 적용할 수 있는 이와 관련된 보호장치가 부족한 실정이다. 어떤 근거로 억류되는지 억류자가 정기적으로 재심의 받을 권리가 있는지 명기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억류하고 있는 체약국들은 명확한 규정을 두는데 관심이 있다.

구금환경 또한 문제다. 국제무력충돌에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은 상세하게 나와 있지만 지금은 비국제적 무력충돌이 대부분이다(예: 비정부 무력단체와 정부간 충돌). 비국제적 무력충돌에 적용가능 한 규정은 미흡하여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활동을 인도주의뿐만 아니라 명확한 법적 기준을 근거로 할 필요가 있다. 체약국과 비정부 무력단체에게 구금자를 좀 더 인간적으로 대우해줄 것을 요청할 때도 이런 근거는 중요하다. 

이것이 구금에 관한 새로운 조약을 작성하는 목적인가?

지금 이 시점에서는 이런 노력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국제인도법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선택사항이 있다. 체약국들은 향후 진행될 여러 논의를 바탕으로 추후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구금에 관한 새로운 조약을 협의하는 것도 하나의 옵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조약법을 채택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정부도 있으므로 다른 가능성도 열어놓아야 한다. 

그 중 하나가 “소프트로(soft law)”의 사용으로서 법적 구속력이 없는 상세한 규정을 담은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이다. 혹은 우수사례를 좀 더 정확하게 알릴 수도 있다.

하지만 소프트로가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  

소프트로가 국제조약과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법도 항상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국제인도법에 준수 장치가 있지만 이는 국제적 무력충돌에만 국한되고 그렇게 효과적이지 않다. 비국제적 충돌의 경우 이런 장치는 아예 전무하다.

일부 전문가는 국제법 위반이 일어나면 이 위반사건을 조사하는 새로운 독립기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ICRC의 입장은 어떤가?

우리는 모든 옵션이 논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감시기관을 설립하는 것도 옵션 중 하나다. 하지만 우리의 입장은 특정 원칙에 먼저 합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국제회의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우리는 준수장치가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독립적이어야 하며 무력충돌 당사자의 합의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되며, 구속력 있는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완전히 독립적인 기관 설립에 대해 현실적으로 일부 체약국은 반대하지 않겠나?

그렇긴 하지만 지금 현 방식에 만족하지 않는 정부도 있고 국제인도법을 정치적이라고 보는 정부도 있다. 따라서 이들 정부들은 국제인도법 위반여부를 독립적으로 파악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공정한 기관을 설립하는데 관심이 있을 것이다.  

지금 있는 준수장치 중 하나는 진상규명위원회다. 하지만 이 위원회는 사전에 충돌당사자의 합의를 받아야 일을 진행할 수 있다. 이런 합의는 실질적으로 받아내기가 어렵다. 항상 당사자 중 한 쪽이 감시를 거부할 위험이 있다. 체약국은 위원회가 이런 기능을 수행할 법적인 근거가 있다고 언제든 선언할 수 있지만, 이런 사례는 많지 않다. 새로운 장치가 필요한지 현 장치를 개선시킬지는 체약국과 논의할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