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RC 국제적십자위원회 (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Red Cross)

필리핀 국립교도소에 수감된 많은 사람들이 TB, 즉 결핵에 걸리고 있다. ICRC의 알리손 로페즈는 최근 수감자 및 보건담당직원과의 만남을 통해 뉴빌리비드 교도소에서 결핵 확산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이 펼쳐지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아침 7시 반 문틴루파 시에 있는 뉴빌리비드 교도소의 최고보안구역(maximum security compound) 주변으로 수감자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70명이 넘는 수감자들이 손에 물통이나 생수병을 들고 자그마한 막사에 들어서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좀 어떠신가요?”라고 간호사가 알약 3개를 수감자에게 주면서 묻는다. “괜찮아요.”라고 씽긋 웃으며 대답하고서 알약을 꿀꺽 삼킨다. 그의 뒤에 있는 다른 수감자가 필리핀 국립교도소 내의TB환자를 위한 6개월간의 약물치료 프로그램인 “투톡 가무탄(Tutok Gamutan)”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린다.

“우리의 전략은 수감자들이 약을 다른 곳에 팔지 않고 직접 복용하게 하는 것입니다.”라고 뉴빌리비드 교도소 병원의 결핵 담당자인 세실리아 비야누에바 박사가 말한다.

비록 결핵이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지만, 수감자가 병원으로 보내지는 3대 주요 원인 중 하나였고, 또한 지난 6년 동안 수감자들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였다.

비야누에바 박사에 따르면 여전히 많은 수감자가 결핵에 감염되고 있다. 지난 해에만 4월에서 12월 사이 약 300명의 수감자가 결핵 치료를 받았다. 결핵 환자의 치료를 위한 직접관찰 단기화학요법(DOTS)은 2003년에 이 교도소에 도입되었다.

도움의 손길

교도소의 DOTS 병동에는 40명이 넘는 수감자가 결핵에 의한 합병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결핵은 연령대와 상관없이 발생하며, 24세의 마르크*나 32세의 조셉*과 같이 젊은 수감자들도 결핵을 앓고 있다.

조셉은 2005년에 수감되어 결핵 진단을 받았고 작년 12월에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그는 식욕을 잃어 몸무게가 53킬로그램까지 내려갔었다고 한다.

“몸이 많이 망가졌어요. 짧은 거리를 걸어도 쉽게 지쳐요.”라고 증세를 설명한다.

비좁고 통풍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은 교도소는 공기를 통해 전염되는 결핵과 같은 질병이 퍼지기 쉬운 공간이다. 햇볕, 영양 공급 그리고 건강관리가 부족한 것도 결핵 확산의 원인일 수 있다.

몸무게 75킬로그램으로 눈에 보일 정도로 건강을 회복한 조셉은 현재 공식적으로 완치되었고, 결핵으로 고통받고 있는 자들을 자원해서 돕고 있다. “이 병은 정말로 힘들어요. 당신에게 무슨 일이 닥칠지 예상할 수 없거든요.”라고 조셉이 말한다.

반면, 마르크는 2006년 국립 교도소로 이송되어 오던 당시 이미 결핵을 앓고 있었다고 믿고 있다.

“여기 와서 증상이 악화되었어요. 자주 피를 토했거든요. 거의 죽을 뻔 했었지요.”라고 2007년 이곳에서 치료를 받은 마르크가 말한다.

조셉과 마찬가지로 마르크도 병세가 호전되어 몸을 허약하게 만드는 이 질병에 걸린 동료들을 돕고 있다. “전 이제 병이 다 나았어요. 더 이상 기침을 하지 않거든요. 이 일을 하는 것은 남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입니다. 저는 타액 샘플을 채취하고 피를 토하거나 당장 의사의 손길이 필요한 환자들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돕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인다.

결핵퇴치시스템 구축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비야누에바 박사는 ICRC가 국내 단체들의 협력으로 시작한 일명 “행동 촉구(Call for Action)” 프로그램이 필리핀의 감옥과 교도소에서 효과적인 결핵 퇴치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기여했다고 믿고 있다.

비야누에바 박사는 “구체적인 운영 지침이 없었을 당시에는 단지 보건부의 DOTS 프로그램을 따랐지만, 이 프로그램은 교도소보다는 지역사회에서 결핵을 퇴치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행동 촉구” 프로그램이 시작된 후 구체적인 행동 지침이 시행되었습니다. 또한 ICRC는 교도소관리국(BJMP)과의 소통이 원활해지면서 우리 직원의 교육을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라고 설명한다.

이제 이 지침은 국내에 있는 7곳의 감옥과 교도소에서 우선 시행되어 30,000명의 수감자가 질병 발생 시 국가결핵프로그램의 수혜를 받을 수 있다.

교도소 보건 당국에 따르면 이 시스템 덕분에 새 수감자들이 적절히 검진을 받을 수 있고 출소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진료가 가능해졌다.

박사는 “이전에는 일부 수감자들이 이미 결핵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이제는 수감과 동시에 간단한 결핵 검사를 실시합니다. 수감자들이 출소하면 연계 시스템을 통해 보건소에서 계속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필리핀의 교도소에서 ICRC의 결핵 관련 활동을 관리하는 사르지 물동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효과적인 결핵 퇴치를 위해서는 결핵의 진단과 치료 과정을 각각의 수감 단계에 맞춰 시행해야 합니다. 즉, 처음 수감되었을 때부터 수감 기간 내내 그리고 출소 되고 나서 까지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따라서 보건 담당 직원이 현장에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2009년 ICRC는 필리핀에 있는 22곳의 교도소와 감옥에서 수감자 160여 명을 대상으로 올바른 결핵 관리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

당국은 또한 ICRC의 지원을 받아 가래 검사를 실시하는 병원부속건물 외부에 DOTS 병동을 세워 더욱 정확한 검사를 실시하고 자문을 제공할 예정이다.

비야누에바 박사에 따르면 아이러니하게도 개선된 검사 시스템으로 인해 결핵 예방 활동으로 초기에 더 많은 수의 결핵환자가 확인될 수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질병 진단 및 관리 시스템이 향상됨에 따라 수감자들의 발병률이 장기적으로는 줄어들 것이다.

“감염자 수가 줄면 좋겠지만 개선된 DOTS 전략으로 더 많은 결핵 환자를 확인하게 돼 감염자 수가 향후 2~4년 동안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숫자가 줄어들 것입니다.”

질병 감염 경로와 확산 방지에 대한 캠페인 또한 진행 중이다. 모든 병동의 일명 “건강 도우미 수감자”들이 2주 이상 지속적으로 기침하는 수감자가 있는지 확인한다. 기침이 계속되면 결핵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물동 박사는 “교도소는 이동이 제한된 사람들의 집단입니다. 효과적인 결핵퇴치 프로그램을 제대로 시행하면 교도소 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뉴빌리비드 교도소와 같은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한다면 이 치명적인 병이 교도소 내에서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수감자들의 요청으로 가명 사용.

(원문) http://www.icrc.org/eng/resources/documents/feature/philippines-feature-260310.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