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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RC 국제적십자위원회 (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Red C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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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 콜리옵차칸, 물이 만들어낸 인생 이야기_2

2012-01-31

(계속)

화창하고 추운 아침 여러 명의 여성들이 ICRC 요원들에게 차를 대접하기 위해 펌프장 근처에 있는 펌프감독관의 집으로 초대했다. 젊은 펌프감독관은 13살 난 어린 여동생 무르살에게 자신의 업무를 맡기기도 하는데, 오늘 아침에는 무르살이 손님들을 맞이했다. 마을 전체가 마시는 물을 담당하는 일이 버겁지 않냐고 묻자 무르살(Mursal)은 “모두 저를 잘 알기 때문에 저에게 일을 맡겨도 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라고 수줍게 대답했다.

젊은 엄마 말리카는 쿠션이 깔린 매트리스 위에 무르살 옆에 앉아서 방문객들에게 자신이 어렸을 때 물을 긷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들려주었다. 보라색 커튼과 라일락 색깔의 벽으로 인해 방은 연보라 빛이 돌았고 아프가니스탄 특유의 붉은색 카펫과 대비되었다. 차와 다과를 나누며 대화는 물에서 여러 일상적인 이야기로 이어졌다. 말리카는 “오늘 아침 자격증을 받으러 가야 되는데 여러분들과 여기 오느라고 안 갔어요. 있다가 오후에 가려고요”라고 했다. ICRC요원들은 무슨 자격증이냐고 물었다. 우리는 “자살폭탄테러범 무장 해제 자격증”이라는 놀라운 대답을 들었다. 말리카는 알고 보니 여자 경찰이었다. 말리카의 말에 모두들 자신들이 어디에 있는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쿠션이 깔린 매트리스에 앉아 녹차를 마시다 보니 아프가니스탄이 30년 동안 전쟁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깜박 잊었다. 물 공급이나 고달픈 일상노동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그 때, 헐렁한 무채색 옷을 입고 짙은 회색 스카프를 한 하미다(Hamida)라고 하는 체격 좋은 중년여성이 미소를 띠며 들어왔다. 쿠션에 털썩 주저 앉으면서 찻잔을 받아 들었다. 대화는 다시 콜리옵차칸의 일상생활 이야기로 되돌아 갔다. “우리 가족은 판시르에서 왔어요”라고 하미드가 말했다. “하지만 여기 온지 워낙 오래돼서 말리카가 얘기한 옛날 물 긷던 시절도 겪었죠.”

이런 이야기로 대화에 끼어든 하미다는 자신의 용무를 꺼냈다. 큰 봉투에서 문서 한 다발과 추천서들을 꺼내면서, “개발 NGO를 시작할 생각입니다.”라고 하면서 “기금을 모으고 있는데 ICRC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ICRC요원들은 ICRC는 기부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도와줄 수 없음을 설명해야 했다. 하미다는 “아 네, 알겠습니다.”라며 뭔가 생각하는 듯 웃으면서 말했다. 봉투를 뒤져 식료품 쿠폰 같은 것을 꺼내며 “적십자사가 가난한 여성과 홀로된 여성을 한때 지원하지 않았나요?”라고 물었고, 우리는 “네, 그랬었죠. 1990년대 ICRC 활동 중 일부였어요.”라고 대답했다.

미르 아마드 샤는 참을성 있게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거의 산 정상까지 연장된 새로운 수도관 작업현장을 보기 위해서 잘 다져진 가파른 비탈길을 올랐다. 길의 일부는 험한 바위들이라 오르기가 더 힘들었다. 학교를 마치고 아이들이 방문객들을 앞질러 재빠르게 지나갔다. 높은 곳에 놓인 수도관은 맨 꼭대기에 있는 집 부근에 설치되어 있었다. 수도시설 옆에 노란색 물통이 일렬로 세워져 있었는데 가히 볼만했다. 언덕아래 카불이 보이고 눈 덮인 산이 반짝거렸다. 잠시 쉬면서 미르 아마드 샤는 “이 작업은 복잡하고 어려웠어요. 우리가 파이프와 부품을 제공하면 마을주민들이 직접 작업을 했어요. 그러니깐 이 프로젝트는 마을주민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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