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RC 국제적십자위원회 (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Red Cross)

지금과 같은 과도기적인 시기와 추후 국제 연합군이 모두 철수하고 난 뒤에 벌어질 주요 인도적 문제와 충돌에 시달리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의 상황에 대해 레토 스토커(Reto Stocker) ICRC 대표단장의 말을 들어보았다.

현재 아프가니스탄 상황은 어떤가?

많은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이 고국을 떠나고 싶어한다. 이들은 지난10년간 전쟁으로 나아진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물론 많은 것이 변했다. 대표적으로 인프라와 통신시설이 좋아졌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국민 대부분에게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상황이 조만간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은 없다. 절망적인 분위기가 아프가니스탄 전역에서 다양한 사회계층에 만연해 있다.

환자와 부상자의 안전한 진료는 ICRC의 우선과제 중 하나인데 이 부분에 대한 아프가니스탄 상황은 어떤가?

의사들이 진료를 방해 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충돌당사자들이 상대방 진영이 치료받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부상자나 환자가 제때 안전하게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보호하는 우리의 사명 및 의무와 직결된다.

아프가니스탄 보건부 및 직원(병원, 농촌 진료소, 보건소)이 계속해서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ICRC의 역할 중 하나다. 칸다하르 미르와이즈 지방 병원을 지원해 약 350만 명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지난 20년 동안 ICRC가 운영하는 물리재활시설 7곳을 통해서 10만 명이 넘는 거동이 불편한 성인 및 미성년자를 지원해 사회에서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억류문제 또한 ICRC의 우선과제 중 하나인데 아프가니스탄 당국으로의 억류자 송환 문제를 어떻게 보나?

아프가니스탄의 법치주의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억류자를 국제 연합군에서 아프가니스탄 당국으로 이양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국제인도법에 따라 이양 책임자들은 억류자가 계속 적절한 수감상태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할 책임이 있다. 따라서 이양 전후의 감시가 굉장히 중요한데, 이양 책임당국이 이를 담당한다.

또한 억류자는 절차적인 안전조치와 사법보호를 보장받는데, 이를 통해 ICRC는 감시 결과를 비공식적으로 모든 당사자와 공유하고 이 문제에 대해 국제인도법상 이들의 의무를 알려주는 등 일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지속가능성 문제도 제기되는데, 여기서 지속가능성이란 아프가니스탄 교도소로 이양되는 억류자가 점점 늘어남에 따라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수감시설이 2014년 말까지 갖추어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다행히 우리는 국제 및 아프가니스탄 관계자와 억류문제에 관해 수년 동안 일관되고 긍정적인 논의를 해왔으며, 무장반군 조직(탈레반, 하카니 네트워크, 헤즈비 이슬라미 등)과도 국제인도법에 따른 억류자의 인도적 대우 의무와 관련해 이들과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2014년 국제 연합군 철수는 어떤 의미가 있나?

현재 진행 중인 국제 연합군 철수 가속화 논의는 ICRC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왜냐하면 이제는 적대행위와 민간인 보호에 관한 협의를 국제 연합군이 아닌 아프가니스탄 치안군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파병국은 아프가니스탄 군대와 경찰, 여러 민간방위조직(최근 설립된 아프가니스탄 지방경찰 등) 등을 지원, 교육하고 있다. 제네바협약에 의해 이런 조직은 항시 (국제 연합군 대부분이 철수한 이후 에도) 국제인도법을 존중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지닌다.

또한, 아프가니스탄 치안군 축소 논의가 마무리될 즈음에는 군 해산과 재통합과 같은 복잡한 프로세스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13년 전 카불에 왔을 당시만해도 인구40만이 사는 작은 도시였는데 지금은 약 5백만 명이 거주한다. 그 중 상당수가 파키스탄과 이란에서 고국으로 돌아온 사람들이다. 생계에 필요한 기술을 배워 온 사람들은 잘 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다른 빈곤계층(농민 등)과 마찬가지로 전시경제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전시경제로 부자가 된 사람은 드물지만, 치안관련 일자리와 일일 노동 등으로 가족을 먹여 살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전시경제가 앞으로 몇 달에서 몇 년 후에 종식되고 국제사회의 관심도 시들해지면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나 풍요롭게 사는 사람 등 사회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미 USAID 자금 지원이 작년 말 대폭 삭감되면서 여러 거대 국제 NGO가 진행 중이던 사업을 접고 아프가니스탄 직원을 해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시작일 뿐이다.

ICRC(이미 25년 상주)와 같이 장기 상주하는 구호단체는 전쟁피해 지역사회와 점점 빈곤해지는 주민을 위해 할 일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2014년 이후에는 더 바빠질 것 같은데, 그렇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