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RC 국제적십자위원회 (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Red Cross)

[본 글은 적십자소식지 제509호(2009. 9. 1. 발행)에 게재된 글입니다.]

2009년 솔페리노 전투 150주년과 제네바협약 60주년을 기념하여, 무력충돌과 폭력 사태가 민간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자 ICRC는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한 무력충돌을 겪고 있거나 그 후유증으로 고통 받고 있는 8개 국가(그루지야, 라이베리아, 레바논, 아이티, 아프가니스탄, 콜롬비아, 콩고민주공화국, 필리핀)에서 대규모의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본 설문조사는 국제적인 명성을 갖춘 여론조사기관 Ipsos가 수행했으며, 일반 성인을 중심으로 선정된 조사 대상자들은 직접 혹은 전화를 통해 인터뷰에 응했다. 질문은 대체로 응답자들의 무력충돌이나 무장폭력에 대한 개인적 경험 여부와 그것이 그들에게 미친 영향이 무엇이었는지를 알아보는데 초점이 맞추어 졌다. 또한 어떤 전투원들에게 교전행위가 허용될 수 있는지, 무력충돌 시 활동하는 각종 구호기관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제네바협약에 대한 인식 등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물었다.

ICRC는 1999년에도 "People on War"라는 주제로 유사한 조사를 실시한 바 있으며, 이는 올해 실시한 조사결과와의 비교를 통해 지난 10년간의 변화와 발전을 가늠해 볼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설문조사 결과를 요약한 내용이다.

전투행위에도 “제한”이 가해질 필요가 있다?

8개국에서 설문에 참여한 사람들 중 약 75%가 전투원들의 교전행위에도 일정한 제한이 가해져야 한다고 답했다. 단 10%만이 그런 제한이 필요 없다고 답했으며 나머지는 대답하지 않았다.

콜롬비아의 거의 모든 응답자와 99%에 달하는 필리핀 응답자들은 특정 행위들은 반드시 “금지”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가장 용납될 수 없는 행위로는 “민간인/어린이/무고한 자를 죽이는 것“, ”특정 형태의 폭력/억압, 예를 들어 납치, 고문 및 약탈 등“, ”특정 건물이나 장소에 대한 공격, 특히 민간인 지역을 약탈하거나 공격하는 것“ 그리고 ”성폭력“ 등을 들었으며, 특히 민주 콩고에서는 43%의 응답자가 성폭력을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무력충돌 시 민간인들은 반드시 보호되어야 한다?

전체 응답자의 97%가 무력충돌 시 공격에 있어 전투원과 민간인은 반드시 구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은 민간인이 항상 공격대상에서 배제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콜롬비아에서 88%가 이렇게 응답했고, 필리핀에서는 80% 그리고 민주 콩고에서는 75%가 이러한 견해를 지지했다.

1999년 콜롬비아와 그루지야에서 같은 내용의 설문을 실시한 바 있는데, 오늘날 이 두 나라에서는 그 때와 비교해 더 많은 사람들이 민간인은 항상 보호되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콜롬비아의 경우 10년 전 72%에서 오늘날 88%로 높아졌으며, 그루지야의 경우 69%에서 73%로 높아졌다.

아프가니스탄과 레바논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뒤바뀌기도 했다. 2009년 많은 사람들이 민간인들은 ‘항상 보호 되어야 한다’고 하기 보다는 ‘가능한 한 그래야 한다’고 답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이러한 견해를 가진 사람이 32%에서 47%로 증가하였고 레바논에서는 29%에서 63%로 늘어났다.

무력충돌 시 민간인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가능한 시나리오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면, 여전히 민간인들이 보호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지지하고 있음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        민간인 납치 인질극: 전체 응답자의 88%가 이는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콜롬비아와 필리핀에서는 조사 대상자의 100%기 이런 견해를 피력했다.

-        많은 민간인 피해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인구 밀집지역에서 전투원을 공격을 감행하는 것: 88%의 응답자를 이를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콜롬비아에서는 99%가 반대했고 필리핀에서는 100%가 반대했다. 그루지야에서는 1999년 조사에서는 39%가 ‘괜찮다’고 답했던 반면 이번에는 단 12%만이 괜찮다고 답했다.

-        적의 전력 약화를 위해 민간인으로부터 식량, 의약품, 식수 등을 빼앗는 행위: 전체 응답자의 91%가 이러한 행위에 거부감을 표시했으며, 라이베리아와 콜롬비아에서는 97%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레바논에서는 이러한 행위에 대한 반대 의사 표시가 10년 전 69%에서 94%로 증가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이러한 행위를 수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1999년 11%에서 올해 17%로 살짝 증가했다.

-        민간인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는 지뢰 매설: 이것은 반대표를 가장 많이 획득한 시나리오였다. 93%에 달하는 응답자들이 이 행위를 ‘절대 옳지 못한’ 것으로 보았으며, 모든 나라에서 골고루 반대 의사 표시율이 높았다. 레바논에서는 1999년 27%가 이러한 행위가 '괜찮다‘고 응답했던 반면 올해는 단지 5%에 그쳐 큰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        종교적·역사적 유적 공격: 96%에 달하는 응답자가 이에 반대했으며, 8개국의 응답률이 대체로 비슷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민간인들이 보호되어야 한다는 견해에 8개국 국민 대다수가 대체로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간인들이 자발적으로 적을 지원하는 경우에도 민간인들은 공격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데는 의견이 갈리기도 했다.

-        적을 위해 자발적으로 탄약을 운반하는 민간인들에 대한 공격이 ‘부적절’하다는데 54%가 동의한 반면 여전히 41%의 사람들은 그것이 ‘타당하다’고 답했다. 특히 라이베리아에서는 75%, 레바논 62% (1999년 37%에서 증가), 아이티 55%, 아프가니스탄 45% (1999년 31%에서 증가)가 이를 수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단지 필리핀과 콜롬비아에서는 이에 대해 격렬한 반대 의견을 내놓았는데 필리핀에서는 92%가, 그리고 콜롬비아에서는 85%가 이에 반대했다.

-        전체 응답자의 63%가 적에게 자발적으로 식량이나 거처를 제공하는 민간인들에 대한 공격이 ‘부적절’하다고 답한 반면, 8개국 전체에 걸쳐 31%가 ‘타당하다’고 답했다.

의료인과 구급차에 대한 공격에 반대한다?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의료인과 구급차에 대한 공격은 절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필리핀, 레바논, 콜롬비아에서는 대략 거의 모두가 (98% 이상) 이러한 견해를 피력했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는 27%가 때때로 의료인을 공격할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고 답했고 32%가 구급차를 공격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공격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의료인과 구급차가 중립을 유지하고 자신의 역할을 명확하게 표시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러한 요구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특히 아프가니스탄, 민주 콩고, 아이티, 라이베리아에서는, 공격이 타당하다고 보는 이들도 있었다.

무력충돌 시 의료 지원은 보편적이어야 한다?

의료인과 구급차가 누구를 도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응답자들에게 별로 논란이 되는 문제는 아닌 듯 했다. 대체로 8개국 모두에서 상대편의 부상자 및 병자를 치료하는 의료인과 구급차도 보호되어야 한다고 답했으며 특히 상대편 민간인을 치료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고 답했다.

96%에 달하는 응답자가 무력충돌 시 모든 부상자나 병자는 의료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였다. 이 원칙은 모든 국가 - 가장 높게는 레바논 96%, 가장 낮게는 아프가니스탄 71% -에서 강한 지지를 받았다. 또한 많은 사람들(89%)이 무력충돌 시 부상자가 적군？아군의 구분 없이 모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원칙에 대한 지지율은 가장 높게는 콜롬비아에서 96%, 가장 낮게는 아프가니스탄에서 84%로 나타났다.

제네바협약?

전체적으로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42%의 응답자들이 제네바협약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그 중 절반을 조금 넘는 55%가 제네바협약이 ‘전시 민간인들의 고통을 줄이는 데’ 효과를 발휘한다고 답했다.

제네바협약에 대한 인식 정도는 국가 별로 매우 다르게 나타났는데, 가장 높게는 레바논 69%에서 가장 낮게는 필리핀 19% 수준이었다.

라이베리아에서는 대다수 (65%)가 제네바협약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라이베리아인들은 또한 이에 대해 가장 긍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기도 했는데, 85%가 제네바협약이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답했다.

아프가니스탄과 그루지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제네바협약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각각 70% 및 67%)

레바논과 같은 한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는 무력충돌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국가의 사람들이 대체로 제네바협약에 대해 아주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사이트를 참조해 주시길 바랍니다.

http://www.icrc.org/eng/resources/documents/report/research-report-240609.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