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RC 국제적십자위원회 (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Red Cross)

그루지야 같은 국가에서 결핵에 걸린 불행한 사람들은 보통 이를 알리고 다니지 않는다. 두려움, 이해부족 그리고 감염자를 격리하는 구소련의 전통으로 인해 결핵이 금기시된 것이다. ICRC의 안나 넬슨은 저명한 아프가니스탄/스위스 사진작가인 잘마이와 함께 결핵의 낙인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두 명의 남자를 만나러 트빌리시로 향했다.

얼핏 보면, 바노와 알렉산드르는 공통점이 거의 없어 보인다.

가구상인 바노 바르도사니제는 24년 전에 결혼한 아내 베네라와 10대인 아들, 딸과 함께 트빌리시 시내에 있는 낡은 옛 공장건물에서 살고 있다. 검은색 운동복을 입은 바노는 잘 웃고 누군가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애정을 표시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루지야의 보건장관인 알렉산드르 크비타슈빌리는 바노와 베네라의 아파트에서 2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넓은 사무실에서 일한다. 회색 양복, 빨간색 넥타이, 빡빡한 일정 그리고 사무적인 태도가 없다면 그는 근육질의 축구선수나 럭비선수로 쉽게 오인되었을 것이다.

레스토랑이나 버스에서 두 남자의 옆에 앉아 이들이 공기를 통해 퍼지고 전 세계적으로 매년 거의 200만 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고전염성 질병인 결핵과 힘든 싸움을 벌였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알렉산드르는 몇 년 전 결핵을 완전히 치료했고 바노는 길고 고통스러운 치료가 거의 끝나가지만, 두 남자는 그루지야에서 결핵에 따라다니는 낙인과 수치를 타파하려는 희망 속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소망을 공유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감염사실

“저는 2002년 미국에서 공부하기 위해 영주권을 신청한 상태에서 정기검진을 받다가 결핵을 진단받았습니다. 병을 발견했을 당시 이미 최악의 상태를 지나 상처가 치료되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의사는 무척 놀랐고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알렉산드르의 말이다.

진단 당시 알렉산드르는 완전히 건강한 상태였다. 그는 먹는 것에 신경쓰며 스스로를 돌봤지만, 지금까지 언제 어디에서 결핵에 걸렸는지 모른다.

“저는 결핵이 아픈 사람들이나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만 걸리는 병이라는 인식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걸릴 수 있다면 모든 사람이 걸릴 수 있습니다.”

현재 그루지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알렉산드르는 결핵에 대한 대중의 편견에 맞서 싸우고 결핵의 위험성과 예방 및 철저한 치료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결핵과의 싸움에서 큰 진전이 있었고, 국가결핵전략의 진행 상황은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이제는 현대적인 치료시설과 진단법을 갖추고 있지만, 결핵에 따라다니는 낙인은 여전히 큰 문제입니다.”라고 알렉산드르는 말한다.

“사람들이 결핵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올바른 정보가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사람들을 치료센터에 격리해 일반 대중으로부터 멀리 떨어지게 하는 구소련의 전염병 취급 방식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것이 두려움을 조장합니다. 전염병에 걸린 사람이 대중교통수단에 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를 격리하면 그 사람은 낙인이 찍히기 때문에 의료 지원을 계속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도 계속 신경을 써야 합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그루지야는 전 세계에서 다제내성결핵(MDR-TB)의 유병률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이다. 다제내성결핵은 치료가 까다롭고 값비싼 질병으로 표준 "1차" 약제가 듣지 않는다.

지난 15년 동안 결핵의 온상인 그루지야 교도소에서 결핵 퇴치를 위해 당국과 협력해 온 ICRC의 결핵 전문가 나나 데이사드제는 “많은 사람들은 누군가가 다제내성결핵에 걸리면 환자나 시스템의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환자들이 일반 결핵에 감염되어 약을 먹다가 내성이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무서운 점은 다제내성결핵이 다른 변종 결핵만큼 쉽게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제내성결핵에 감염된 사람과 숨이 닿을 만한 거리에 있어도 감염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쉽지 않은 여정

40세의 바노는 다른 누구보다도 결핵에 대해 잘 안다. 알렉산드르와 마찬가지로 그도 어떻게 결핵에 걸리게 되었는지 전혀 모른다. 그러나 알렉산드르와 달리 바노는 더욱 치명적인 다제내성결핵에 걸려 24개월 동안 매일 정확히 같은 시간에 약을 먹어야 했다.

그와 그의 아내는 처음에는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초기에는 약 때문에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해 전혀 차도가 없었어요. 두어 차례 남편은 치료를 방해하는 술을 마시려고 했어요."라고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남편을 지켜온 베네라가 말한다.

“두세 차례 포기하고 싶은 때가 있었어요. 저는 너무나 지쳤지만, 제 아들과 딸을 생각했고 어찌해서든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제 옆에는 티나가 있었어요.”라고 방에 있는 또 다른 여인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바노가 덧붙인다.

전염되는 사랑

그루지야 적십자사의 치료준수 상담가인 티나 카라나제는 어느 면에서나 생명의 은인이다. 핫핑크 레인부츠를 신고 녹색 아이섀도우를 칠하고 적십자 조끼를 입은 티나는 들어가는 모든 방을 밝게 만드는 쾌활한 여성이다. 매월 티나는 트빌리시를 종횡무진 다니며 결핵 피해 가정들을 방문하여 용기를 북돋아 주고 조언을 해줄 뿐만 아니라 기댈 수 있는 어깨를 빌려 준다.

일주일에 서너 번 티나는 바노에게 전화해 약을 일정대로 먹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상황이 어려워지면 아파트에 들러 언젠가 완전히 낫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상기시켜준다.

“티나는 이제 거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고 계속 견뎌야 한다고 말해줍니다. 저는 그녀를 매우 존경합니다. 그녀의 말은 저에게는 법과 같아 항상 마음속에 지니고 다닙니다."라고 자신과 같은 결핵 환자들이 힘든 순간을 견뎌낼 수 있도록 돕고 있는 바노가 말한다.

바노는 결핵이라는 최악의 악몽에서 살아남았고, 이제 "보통"의 삶으로 돌아가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들이 받은 가라데 트로피가 쌓일 때마다 아들을 격려해주고, 눈이 사슴을 닮은 딸이 성숙한 여인으로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고, 목공일을 다시 시작하고, 아내가 만든 요리를 즐기고 있다.

바노와 베네라는 "치료 일정을 지키고 의사의 말을 따르는 것"이 치료에 있어 필수적이라는 보건장관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그들은 결핵과의 싸움에서 사랑이야말로 비밀 병기라고 굳게 믿는다.

“남편으로부터 병이 전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저는 아이들을 보호하려고 애썼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사랑이 일종의 면역체계가 되어 주었다고 믿습니다. 저는 남편을 다르게 취급하지 않았고 이 점이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라고 베네라가 말한다.

티나도 동의한다. “저는 매일 병과 싸우고 있는 50명의 사람들과 함께 일합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사랑은 언제나 삶을 더 쉽게 만듭니다."

이는 티나의 경우처럼 사랑이 결핵처럼 전염될 때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원문) http://www.icrc.org/eng/resources/documents/feature/georgia-feature-220310.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