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RC 국제적십자위원회 (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Red Cross)

콜롬비아에서는 무력충돌의 피해로 신음하는 국민의 수가 수 천에 달하지만 그 실상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들을 무력충돌 피해자로 인정함으로써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이들을 위해 수행하는 원조와 보호 활동을 개선할 수 있다. 피해자로 인정될 경우 이들은 콜롬비아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하는 ICRC 콜롬비아 대표단장 크리스토프 베네(Christophe Beney)의 2009 콜롬비아 연차보고서 서문이다.

서문

최근 들어 콜롬비아에서는 인구밀집지역 주변의 교전이 약화되었고 생활 조건도 점차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농촌 지역의 상황은 이와 크게 다르다. 아직도 수 천명의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무력충돌의 피해를 입고 있으나 그 실상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들 피해자 중 다수가 안티오키아,  아라우카, 카케타, 카우카, 초코, 코르도바, 구아비아레, 우일라, 메타, 나리뇨, 푸투마요, 톨리마, 카타툼보 지역에 살고 있다.  

많은 수의 무력충돌 피해자들이 드러나지 않은 채 고통 받고 있다:

•  교전으로 인해 마을 출입을 자유로이 할 수 없는 시골 주민들
• 친지의 죽음이나 사랑하는 이의 실종으로 오랫동안 고통 속에 살고 있는 가족들
• 무기오염으로 인해 사망, 사지절단, 심리적 외상 등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 단지 해야 할 일을 했다는는 이유로 협박, 공격, 기소 당하는 의료진들  
• 침묵 속에서 (때로는 성적인) 학대를 감내하는 남성, 여성 그리고 아동
• 교전이나 위협을 피해 모든 것을 버린 채 집을 떠나는 민간인들
•  무력충돌에 노출된 수 천 명의 민간인들 중 특히 피해가 심한 원주민과 아프리카계 콜롬비아인 공동체
•  자유를 박탈당한 채 억류된 인질, 경찰 및 군인들, 그리고 고향에서 이들을 기다리며 언젠가 사랑하는 이들과 재회하리라는 희망에 매달리는 가족과 친지들
• 무력충돌에 휘말려 과밀한 교도소에 구금된 사람들

국제적십자적신월운동의 지침이 되는 인도주의 원칙에 의거하여 우리 모두는 콜롬비아의 무력충돌 피해자들에 대한 인식을 고취할 책임을 지닌다. 이들의 역경을 인정함으로써 우리는 적대행위에 가담하지 않거나 더 이상 가담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보다 나은 예방, 보호 및 원조 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피해자들 또한 콜롬비아 정부가 국내법에 의거하여 제공하는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콜롬비아는 ICRC의 인도주의 사업 규모가 전 세계 활동지역 가운데 가장 큰 곳 중 하나이다. 2009년 한 해 동안 ICRC는 콜롬비아 적십자사와 협력을 통해, 피해자들의 가장 긴급한 욕구를 공정하고 독립적인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광범위한 프로그램과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수행해 왔다. ICRC는 콜롬비아 내에서 접근이 특히 힘들고 욕구결핍이 가장 심한 20개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피해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ICRC는 파벌을 불문한 모든 무장단체와 정기적으로 대화한다. 무력충돌 피해자 보호와 원조 제공을 유일한 목적으로 하는 이러한 교류가 건설적일 수 있도록 ICRC는 중립적, 독립적인 방식으로 행동해야 할 뿐만 아니라 외부적으로도 그렇게 보여야 한다. ICRC의 인도적 활동에서 주요 협력 파트너로 함께 일하고 있는 콜롬비아 적십자사의 경우에도 동일한 원칙이 적용된다.

ICRC는 콜롬비아 정부와는 완전히 별개로, 자체 인력과 재원을 활용하여 독자적 판단을 내리고 직접 행동을 취한다. 그러나 국내 실향민을 위한 원조 제공의 경우에는 사업의 중복을 방지하기 위해 아크시온 소시알과 같은 정부산하기관들과 활동을 조율한다.

정부는 국민을 원조하고 보호할 책임과 의무를 지닌다. 그러나 무력충돌 와중에는 인도적 활동이 정치적, 군사적 목적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여 오용될 위험이 있다. 도구화된 인도적 활동은 중립성, 독립성, 공정성의 원칙을 왜곡시켜 민간인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고 ICRC와 콜롬비아 적십자사를 비롯한 인도주의 행위자들의 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ICRC에 부여된 구체적인 임무와 기본 원칙들은 반드시 준수되어야 한다.

인도적 활동은 철저히 인도주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ICRC의 신념이다. 그래야만 ICRC가 중립성, 독립성,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으며, 무력충돌의 모든 당사자들에게도 그와 같이 인식될 수 있다. 중립성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인간은 본성 자체가 중립적이지 않을뿐더러 단순히 자기선언을 통해 중립적으로 바뀔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중립성이란 ICRC의 행위와 의사소통 방식을 근거로 관련 당사자들 스스로가 인정해 줄 때 비로소 ICRC의 특성으로 인식될 수 있다. 무력충돌로 인해 민간인들이 피해를 입는 다른 모든 지역과 마찬가지로 콜롬비아에서도 ICRC는 중립적이고 공정하며 독립적인 인도주의 기관으로서 고난에 처한 사람들에게 원조를 제공하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것이다.  

크리스토프 베네

국제적십자위원회

콜롬비아 대표단 단장

(원문) http://www.icrc.org/eng/resources/documents/report/colombia-report-main-220410.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