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RC 국제적십자위원회 (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Red Cross)

약 153년 전 ICRC와 국제적십자운동의 설립자인 앙리 뒤낭은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마을 솔페리노 외곽의 전장을 지나가면서 수천 명의 군인들이 죽었거나 죽어가고 있는 현장을 목격했다. 15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무력충돌과 기타 비상상황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다음은 ICRC의 위험에 처한 의료서비스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폴-헨리 아르니 Paul-Henri Arni를 만나 현재의 솔페리노와 의료 서비스에 가해지는 폭력이 중단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들어본다.

국제적십자운동의 설립자인 앙리 뒤낭이 오늘날의 무력충돌에서 의료 활동이 처한 상황을 보고 만족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아마 앙리 뒤낭은 용기 있는 적십자/적신월 자원봉사자들이 화염 속에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전선을 가로질러 부상자들을 후송하는 것과 전투지역에서도 진료소나 병원이 운영되고 있는 것을 보고 무척 놀랐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의료 시설, 의료 요원 및 구급차가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경악할 것이다.

또한 환자가 안전하게 진료소에 접근할 수 없고, 의사가 체포될 뿐만 아니라 임무를 수행하고 환자의 의료적 필요만을 고려했다고 살해당하는 현실을 알면 소스라치게 놀랄 것이다.

무력충돌은 어떻게 변해왔고 이것이 의료 서비스에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무력충돌과 폭력은 도시와 인구밀집지역에서 점점 더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전투가 시작되면 의료 서비스 접근은 환자나 부상자들에게 중요한 문제가 된다. 종종 구급차가 검문소를 통과하지 못하는 등 끝없는 장애물에 의해 접근이 지연되거나 불가능하게 된다.

대부분의 충돌에서는 인종이나 종교에 따라 의료 지원 접근을 시도하는 사람들을 차별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부상자가 피를 흘리고 있을 때 어느 편인지, 어느 인종 그룹에 속하는지, 종교는 무엇인지 묻지 말라는 의료윤리의 핵심에 직결되는 문제이다. 모든 부상자는 치료 받을 권리가 있다.

농촌 지역에서는 치안 부재, 만연한 충돌, 수송수단 부족, 의료센터 약탈 등 의료 지원을 가로막는 추가적인 장애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안전한 의료 서비스 제공을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은 무엇인가?

첫째, 의료 시설, 환자, 직원, 의무 수송수단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다. 최근 리비아에서 현지 의사가 살해되었을 때나 파키스탄에서 ICRC 의료 관리자가 살해되었을 때 수천 명의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를 박탈당했다.

둘째, 2009년 가자 지구에서처럼, 구급차, 환자 또는 의료 직원이 수시간 또는 수일 동안 검문소를 통과하지 못해 수많은 부상자가 후송을 기다리는 동안 죽어간다.

셋째, 차별로 인한 살해도 빈번하다. 최근 코트디부아르적십자사와 리비아적신월사 소속 의사들이 차량이 통과하지 못해 다른 인종 그룹의 환자들이 병원에 접근하지 못했던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리비아의 경우 상대 편에 속한 심한 부상을 입은 환자가 병원 침대에서 총격을 당했다.

마지막으로, 의료 시설에 군대나 무장집단이 출입하는 것도 안전한 의료 지원 제공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이러한 ‘방문’을 받은 의료 센터는 충돌 상대 편의 눈에 의료적 신성을 잃는 것으로 비춰지게 된다. 이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일어난 것처럼 의료 시설물이 군사 목표물로 인식되어 군사 공격을 받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군대나 무장집단의 출입은 불법이 아니지만, 더욱 엄격하게 통제되어야 한다. 군대와 무장집단의 출현으로 환자와 직원이 위험에 처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나?

의료 지원 제공을 가로막는 폭력은 의료 문제라기보다는 치안 문제에 가깝다. 군대, 무장집단, 당사국, 의료계, 각국 적십자 및 적신월사 등이 모두 개입해 이와 같이 중요한 인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급선무이다.

각국 적십자사 및 적신월사 직원들과 함께 우리는 무력충돌과 기타 긴급상황에서 의료 지원의 안전과 제공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파악하고 실행하기 위해 4년간의 글로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ICRC와 각국 적십자사 및 적신월사는 당사국 및 다른 이해관계자들과 협의를 시작했고,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전 세계에서 열 번의 전문가 워크숍을 열 계획이다. 전문가 워크숍에서는 파악된 인도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 각국에서 실행될 실질적인 권고사항과 조치를 도출할 예정이다. 이 과정은 각국에서 진정한 차이를 만들게 될 결정과 조치에 맞게 조정될 것이다.

전쟁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나쁘다. 최소한 의료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