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RC 국제적십자위원회 (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Red Cross)

2006년 9월부터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ICRC의 보건활동을 감독하고 있는 아일린 댈리는 가자에서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보건의료 시스템의 지속적인 퇴보라고 말한다. 

가자 지구의 보건의료 시스템이 계속 열악해지는 주요한 이유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가자의 보건의료 시스템은 최악의 상태입니다. 전력부족, 의료용품 부족, 의료장비의 열악한 상태 등 이유는 자명합니다. 시스템이 정상적인 가동능력을 반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서, 작년에 발생한 전쟁 규모의 군사작전을 또 한번 겪게 된다면 대처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스라엘, 라말라에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가자의 하마스 당국, 이 3자 모두에게 일정 부분 책임이 있습니다. 보건의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이들은 보건의료 종사자들, 그리고 무엇보다 환자들입니다.  

인도주의 단체들은 그때그때 발생하는 문제들을 응급조치로 땜질하는 수준 이상은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국제사회의 지원과 함께 관련 당국이 나서서 장기적 해법을 마련해야 합니다.

단전이 병원의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어떤 것입니까?

가자에서 병원이나 기타 필수 서비스 제공자들이 겪는 큰 문제가 바로 단전입니다. 전력은 이스라엘과 이집트에서 일부 구입하며 나머지는 만성적 연료부족에 시달리는 가자의 발전소에서 생산합니다. 연료부족의 원인은 이스라엘이 이 지역에 충분한 연료를 판매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상당 부분은 자치정부와 하마스가 연료비용 부담을 서로 떠넘기려 하기 때문입니다.  

병원에 전기공급이 중단되면 비상 발전기가 가동됩니다. 발전기용 연료는 발전소에서 쓰는 것과 같은 종류는 아니지만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세계은행에서 지원하는 병원용 연료의 계약주체인 자치정부의 보건부가 연료를 제때 가자에 보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갈수록 나빠져서 요즘에는 정전이 하루 평균 일곱 시간이나 발생하는 가운데 병원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주요 병원들이 매달 큰 위기들을 겪고 있습니다. 시파 병원과 유러피안 가자 병원의 경우 긴급하지 않은 수술을 모두 취소하고 응급환자만 치료할 수밖에 없었던 경우가 올해 세 번이나 있었습니다. 그 중 유러피안 가자 병원은 원내 세탁소를 여러 번 닫아야 했고, 가자 아동병원은 더 이상 운영이 불가능해져서 환자들을 다른 시설에 의뢰했습니다. 연료부족으로 고비를 겪는 사례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전이 되면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환자나 신장투석 환자를 포함해 장비에 연결된 환자들 모두 타격을 받습니다. 아직도 수동식 스위치를 쓰는 병원에서는 정전이 발생하고 발전기가 가동을 시작할 때까지 수 분이 걸리는데, 치료 도중 투석기 회로판이 작동을 멈출 경우 간호사가 손으로 혈액을 펌프해주지 않으면 혈액이 응고됩니다. 2007년에는 인공호흡기 환자 주변에 의료진이 아무도 없는 순간에 정전이 나는 바람에 환자가 한 명 사망한 사례가 있습니다. ICRC가 여러 병원에 설치해 준 자동전환 스위치 덕분에 발전기로 전력원 전환이 즉시 이루어지도록 개선이 되었지만 전력변동이 너무 심한 상황에서는 스위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전은 모든 종류의 병원 서비스에 영향을 미칩니다. 수술실 전등이 꺼지고 수술용 전자장비가 갑자기 작동을 멈출 것이고, 투석기, 심장모니터, 컴퓨터단층촬영기, 실험실 분석기, 자기공명영상장치 등의 기계가 정전 때문에 고장이 날 수도 있습니다. 세척기와 멸균처리기 역시 정전에 취약합니다. 이런 장비들이 자꾸 고장이 나기 때문에 수리에 필요한 여분 부품들을 상비해야 합니다.

가자지구 봉쇄가 의료물자나 장비 보급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나요?

필요한 여분 부품을 가자로 들여오려면 끝없는 관료체계를 헤쳐나가야 하기 때문에 고장 난 의료장비를 오랫동안 방치하게 됩니다.

이스라엘 측에서 의료목적 이외로 쓰일 수 있다고 판단하는 물자를 이 곳으로 들여오려면 승인을 얻기가 극도로 힘듭니다. 실험실 혈액 분석기 등 전자 관련 장비가 이런 범주에 듭니다. ICRC가 유방조영술 장비의 부품을 가자로 들여오는 데도 무려 8개월이 걸렸습니다.

심장병 환자의 심장박동 측정에 필요한 일회용 전극 반입 문제도 1년 가까이 답보상태에 있습니다. 이 때문에 머지않아 가자에 있는 심장모니터기 대부분이 사용불능 상태가 될 것입니다. 이 장비가 없으면 심장 상태를 제때 파악할 수가 없어서 환자들의 생명이 위험해집니다.

라말라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가자의 하마스 당국 간 협력이 교착 상태여서 가자로의 필수 의약품과 일회용품 반입량 역시 사상 최저 수준입니다. 일부 화학치료 약품은 구할 수 없게 된 지 한참이나 지났습니다. 화학치료를 하다가 중단하면 성공 확률이 현저히 낮아지고 환자들은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필수 일회용품 네 가지 중 하나 이상이 재고가 바닥난 상태입니다. 어쩔 수 없이 의료진들은 높은 감염 가능성을 무릅쓰고라도 인공호흡기 튜브나 결장 수술 환자용 인공항문 주머니 같은 물품을 재활용 수밖에 없습니다.

가자지구 밖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에게도 어려움이 많겠지요?

타 지역 병원으로의 환자 의뢰 현황을 보면 가자지구 안에서 가능한 치료와 그렇지 않은 치료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요즘은 방사선 촬영을 위해 환자를 의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CT와 MRI 등 가자지구 내 공공장비들이 부품이나 새로운 장비가 도착하기 전에 고장이 나거나 부분적으로만 가동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암환자나 심도자술을 요하는 환자를 비롯해 일부 환자들은 특정 약품이나 일회용품의 부족 때문에 가자 밖의 병원으로 의뢰해야만 합니다.  

한 가지 중요한 문제는 타병원 의뢰 환자들 중 가자 외부 출입을 위한 이스라엘의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전체 의뢰 환자의 30-40%를 차지할 정도입니다. 이로 인해 환자 의뢰 요청을 받고 기다리던, 동예루살렘이나 서안 지역의 다른 곳에 있는 병원에서는 혼란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환자가 출입승인을 받지 못해 수술예약이 마지막 순간에 취소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가자지구가 봉쇄되기 전에는 전문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라파 검문소를 통해 이집트로 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라파가 항상 열려있는 것은 아니어서 환자나 병원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가자에서 이집트로 넘어가려는 사람들을 위해 라파 국경이 갑자기 개방되면 환자 수 백 명이 동시에 이집트로 몰려갑니다. 병원이 아수라장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집트 정부는 대기소를 설치해 환자 유입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라파를 통해 이집트로 가면 첫 병원이 나올 때까지 8시간이나 걸리기 때문에 응급상황에서는 별 소용이 없습니다.

가자지구와 요르단 강 서안지역의 보건의료 시스템을 비교해 본다면 어떻게 다를까요?

보건 수준의 척도로 자주 쓰이는 영아사망률은 서안지역보다 가자지구에서 30% 정도 높습니다. 서안지역에서는 최근 몇 년 간 보건서비스의 질이 계속 개선되고 있고, 의료진 훈련도 한 곳에서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데다 필요한 장비나 물품 위주로 기증이 조율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가자지구는 거의 완벽하게 고립되어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수준의 서비스 전달에도 혼란이 생깁니다. 가자에서 불가능한 전문훈련을 다른 곳에서 받으려 해도 지역 안팎으로 이동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어서 이마저 불가능합니다. 필수 약품과 일회용품들은 극심하게 부족한 마당에 갑자기 아무도 다룰 줄 모르는 정교한 기계들이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기도 합니다. 청하지도 않은 기증품인 거지요. 이런 상황에서 보건의료 전략이라는 게 있을 수나 있겠습니까?

인도적 원조의 확대가 문제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이 상황은 인도적 원조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습니다. 지속성 있는 해법을 이끌어내는 유일한 방법은 봉쇄를 풀고 보건의료 서비스를 정치적 이해와 분리시키는 것입니다. 그 해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이더라도, 우리는 가자에 있는 병원들을 계속 지원할 것입니다. 현장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니터하고,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적신월사, 적십자사나 기증을 원하는 다른 단체들에게 팔레스타인 적신월사와 공동으로 제공함으로써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임의적인 기증을 피하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ICRC 활동:

-       의료시설에 약품과 물품을 공급한다. 2010년 초부터 약품과 일회용 물품 90톤을 보건부에 제공했다.

-       필수 의료장비의 여분 부품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투석기 20대의 수리를 보조했다.

-       의사와 간호사 50명을 대상으로 한 사상자 사정 및 치료 과정 2회를 포함하여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       팔레스타인 적신월사와 긴밀히 협력하며 적신월사의 응급서비스를 지원하고 보건부 구급차 60대를 유지하고 있다.

-       병원의 전력공급, 물 공급, 위생시설, 세탁 서비스 등을 개선한다.

-       가자시티에 있는 “의수족 및 소아마비 센터”를 증축하고 있다.

-       필요할 경우 환자들이 가자지구 밖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이스라엘의 허용을 촉구하고 있다.

(원문) http://www.icrc.org/eng/resources/documents/interview/palestine-interview-250610.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