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음을 대신 전해드립니다

저는 지금 튀르키예에 있습니다

아침 6시, 핸드폰 알람 소리에 눈을 뜹니다. 알람을 끄려고 핸드폰 화면을 살짝 들여다보니 대한적십자사 동료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가 와 있습니다. 한국시간으로는 낮 12시. 메일이나 업무용 메신저가 아닌 카카오톡으로 연락이 왔다면 보통 급한 일이라는 것인데요. 한국에서 온 메시지를 읽으며 튀르키예에서의 하루를 시작합니다. 학창 시절, 저는 봉사활동이 마냥 좋았던 학생이었습니다. 그 경험이 이어져 대한적십자사에 입사하게 됐고 RCY, 국내 재난구호 업무를 거쳐 대한적십자사 인재개발원에서 동료 직원들의 성장을 돕는 연수를 진행했습니다. 그때 튀르키예·시리아에서 대지진이 발생한 겁니다. 지진 피해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개인적으로 기부를 하기도 했는데요. 업무가 구호활동과 큰 연관이 없다 보니 튀르키예·시리아 지진에 이렇게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었죠.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지금 저는 튀르키예에 있습니다.

대한적십자사는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구호활동을 위해 지진 발생 직후 성금 모집과 긴급 지원에 나섰는데요. 많은 사람의 마음이 모여 약 300억 원의 성금이 모금됐고 이를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튀르키예·시리아 지진대응팀이 꾸려졌습니다. 그리고 4월 24일, 저와 팀장님은 튀르키예로 향했습니다.

적십자를 통해 하나 된 우리들

튀르키예에 도착한 후부터는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와 튀르키예 남동쪽 지진 피해지역을 오가며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대한적십자사의 지원 방향을 협의하고 있는데요. 현장에서는 현지 파견팀뿐만 아니라 대한적십자사, 튀르키예적신월사, 정부 부처의 협력과 소통이 필요한 일이 많습니다. 우리는 대한적십자사로 보내주신 여러분의 소중한 기부금을 안전하고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해 현지에서 필요한 지원을 파악하는 것부터 실행하는 일까지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대한적십자사는 튀르키예적신월사와 함께 현장에서 컨테이너 주거단지 1,000동 건설, 이재민 급식 등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중장기적으로 헌헐센터도 건립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담요 1만 매, 긴급구호세트 1,000세트를 지원했고 이동세탁차량, 이동급식차량 등 긴급구호차량도 급파했습니다. 시리아 이재민을 위해서도 발전기, 위생용품 및 주방용품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죠. 최근에는 대한적십자사의 도움의 손길이 닿은 하타이 지역과 카라만마라쉬 지역을 다녀왔습니다. 하타이 지역은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세상 같았습니다. 그러나 곳곳에서 조금씩 희망이 피어나고 있었는데요. 지진 피해 이재민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국제적십자운동의 구호활동과 재건복구활동이 한창이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대한적십자사가 보낸 구호품 담요를 발견하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마음이 하타이 지역 사람들에게 잘 전달되어 필요한 곳에 쓰이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습니다.

저는 이곳에 2년간 더 머무를 예정입니다. 한국 음식이 그립겠지만,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보내준 여러분의 소중한 마음을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대한적십자사를 많이 응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