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RC 국제적십자위원회 (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Red Cross)

요르단강 서안지구에는 약 1천만 그루로 추정되는 올리브 나무들이 10만 가구의 생계를 돕고 있다. 수 년 동안 접근 제한으로 인해 추수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오기도 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점령 지역에서 경제지원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는 톰 글루(Tom Glue)를 만나보았다.

피점령 서안지구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올리브 수확이 그토록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대부분 서안지구에 거주하고 있는 약 10만 팔레스타인 가족들은 어느 정도는 올리브 수확으로 생계비를 충당하고 있다. "어느 정도"라고 말한 것은 올리브 수확은 팔레스타인 인들의 부수입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이 높다 보니 사람들은 최소한의 생계비를 확보하고자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올리브 풍년은 이들의 수입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올리브 나무와 열매 수확은 팔레스타인의 전통과 유산에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올리브 나무는 수명이 수백 년에 달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대물림 되고 있다. 그리고 올리브 나무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땅에 대한 깊은 애정과 그들의 삶의 방식을 상징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대개 모든 가족 구성원들이 추수에 동참한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힘을 보태야 하는 작업인 것이다.

하지만 지난 수년 동안 서안지구 분리장벽과 1949년 휴전선("녹색 선"으로 알려져 있다) 사이 지역에 있는 과수원으로의 접근이 극도로 제한되면서 추수 또한 많은 어려움에 봉착해왔다. 심지어는 농부들이 이스라엘 정착민들에게 공격을 당하거나 추수를 금지당하기도 했다.

올해 수확 현황은 어떠한가?

추수 철엔 항상 큰 사고가 일어나곤 했는데 이는 최근 들어 많이 개선되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당국이 공동으로, 팔레스타인 농부들이 이스라엘인 정착촌과 서안지구 분리장벽 주변의 농장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ICRC는 추수를 모니터링 하고 있지만 예전처럼 상황에 개입해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올해 초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마구 벌목하고 불을 지르는 바람에 수천 그루의 올리브 나무가 사라졌다. 게다가, 일부 지역의 팔레스타인 농부들은 분리장벽 뒤 쪽에 위치한 자신들의 농장에 들어가기 위해서 허가를 받아야만 했다. 팔레스타인 남부에서 400여 건이 넘는 신청이 접수되었으나, 그 중 겨우 절반도 안 되는 신청자들만이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이스라엘 당국은 접근이 불허된 대부분의 경우, 신청한 농부들이 적절한 토지소유 증명 서류를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접근 규제로 입은 농민들의 피해는 어떠한가?

알려진 것과는 정반대로, 올리브 나무는 풍성한 수확을 위해 많은 보살핌이 필요한 수종이다.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농부들이 매달 농장에 가서 가지치기를 하고 비료를 주며 병충해로부터 보호하고 잡초를 제거해주는 것이 보통이다. ICRC의 연구에 따르면, 나무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을 경우 수확량은 최대 80%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일년에 단 한번의 접근 허가를 받은 농부들은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은 고통을 받는다.

또한 농부는 나무에 불이 붙으면 어쩔 도리가 없다. 불을 끄러 농장에 갈 수도 없고, 정착민들이 나무를 뽑아버려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물론 새로 나무를 심기도 하지만 제대로 된 수확을 위해선 약 15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나무의 손실은 농민들의 가족과 심지어 전체 농민들에게 긴 시간 동안 경제적 곤궁을 감당케 한다.

이러한 어려움에 봉착한 농부들을 위해 ICRC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업무는 장벽 설치로 인해 올리브 농장으로의 접근이 불가능하게 된 서안지구 중심부에 사는 사람들을 돕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들을 돕는다. 예를 들어, 이번 겨울에 우리는 7만 그루의 묘목을 적절히 나무를 돌볼 수 있도록 허가 받지 못했거나 나무가 불에 타고 뽑혀 버린 농부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나무를 새로 심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지만 농부들을 돕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보통 한 그루의 나무에 열린 모든 올리브 열매를 다 따려면, 투입된 인력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여러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서안지구 분리장벽 뒤 혹은 이스라엘인 정착촌 근처에 농장을 가지고 있는 농부들은 이스라엘 군대의 호위를 받으며 올리브를 수확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짧다. 추수 시간을 줄이기 위해 우리는 플라스틱 시트를 건네주고 수확 기계를 보급하여 마무를 최대한 흔들어 쉽게 수확을 끝낼 수 있도록 돕는다. 올리브가 플라스틱 시트 위로 떨어지면 금방 자루에 담을 수 있다.

또한 우리는 특별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임시적 지원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농장에 가기 위해 분리장벽을 통과해야 하지만, 그곳이 주거지에서 수 마일 넘게 떨어져 농장으로 가는 일 자체가 너무나 어려운 노인들을 돕는 것이다. 우리는 당나귀나 수레를 제공하여 그들이 농장에 조금 쉽게 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안지구 올리브 농업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올해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앞으로 몇 년간 수확량은 괜찮을 것으로 생각된다. 추수 자체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분리장벽 뒤나 정착촌 부근에 농장을 가진 농부들이 자유롭게 농장에 접근하게 되기까지 추수는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다. 또한 농부들은 자신들이 수확한 올리브의 수출길을 더 넓힐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팔레스타인 지역의 연간 올리브 수확량은 약 2만 톤으로, 다시 말해 풍년이 든다는 것은 잉여분이 증가해 올리브 가격이 하락하게 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부과한 제한을 풀고 올리브 수확량의 일부가 수출되도록 허락한다면, 이는 개인 농부들 뿐만 아니라 서안지구 전체 경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이 국제인도법에 명시된 의무 사항을 준수하여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가능한 한 일상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원문) http://www.icrc.org/eng/resources/documents/interview/palestine-interview-251109.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