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RC 국제적십자위원회 (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Red Cross)

콜롬비아의 실종자 명단에는 5만 명의 사람들이 등록되어 있다. ICRC의 얀 포웰이 실종자 가족 중 일부를 직접 만나보고 이들을 돕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콜롬비아를 찾았다.

산드라는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의 교외에서 9살 난 아들 브라이언과 함께 살고 있다. 산드라가 살고 있는 작은 아파트 벽에는 각종 학위와 군복을 입고 있는 남편 프란시스코의 사진이 자랑스럽게 걸려 있다. 산드라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할 때 브라이언은 엄마 옆에 앉아 있었다. 산드라가 남편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2008년 10월의 일이다. 그로부터 5개월 후 남편이 “전투 중 행방불명”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 후 산드라는 남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실한 소식을 듣지 못했다. 단지 여러 가지 소문만 돌 뿐이었다. 산드라는 남편이 생존해있을 것이라는 실낱 같은 희망을 붙들고 살아왔다. 몇 달이 지났고 산드라는 당국에 조사를 계속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산드라가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동안 시간은 느리게만 흘러갔다. 산드라는 눈물을 글썽이며 “우리를 정말 죽이는 것은 바로 침묵이에요.”라고 말했다.

콜롬비아 북부 우라바의 한 시골 마을에서는 또 다른 여인이 19살 난 아들 루이스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흐느끼고 있다. 줄리아와 남편 엘리아스는 나를 만나기 위해 자신들의 소규모 자작 농지를 떠나 숲을 헤치고 수시간을 걸어왔다. 부부는 그들이 갖고 있는 유일한 아들 사진을 보여주었다. 한 청년이 웃고 있는 작은 여권 사진이었다. 부부는 아들이 집 근처에서 활동 중인 무장단체에 가입했을 것이라고 의심하면서 “요즘 젊은이들은 부모의 말은 듣지 않고 친구들의 말만 듣습니다.”라고 말했다.

9개월 후 루이스는 실종되었고, 부부는 아들이 군과의 충돌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부부는 아들의 사망을 입증할 증거가 없기 때문에 아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필사적으로 알아보기를 원했다. “루이스가 정말로 죽었다면, 저는 그 애를 묻고 무덤에 꽃을 놓아주고 싶어요.”라고 줄리아가 흐느꼈다.

줄리아와 산드라는 서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살고 있지만, 비슷한 사연을 공유하고 있다. 그들 외에도 콜롬비아에는 배우자나 자녀 또는 부모의 생사를 모른 채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수천의 가족들이 있다. 사망했다는 확실한 증거나 시신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실종자 가족들은 그들이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이라는 실낱 같은 희망을 안고 살아간다.

콜롬비아의 전국 실종자 명단에는 거의 5만 명의 사람들이 등록되어 있다. 이들은 수십 년에 걸친 충돌 중에 실종된 사람들이다. 최근에는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비밀 무덤이 다수 발견되어 그렇지 않아도 긴 무연고 및 신원 미확인 사망자 명단이 더욱 길어졌다. 매주 발견되는 시신의 숫자가 계속 증가하는 가운데 어딘가에서 이들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을 것이다.

시신을 수습해 신원을 확인하고 유가족에게 유해를 넘기는 일은 당국에게도 엄청난 과제이다. 콜롬비아는 충돌이 여전히 진행되는 와중에 실종 사건의 조사를 시도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다. 전투에서 사망했지만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전투원뿐만 아니라 콜롬비아에서는 충돌 중에 대규모 강제 실종도 발생한다.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 공포를 조장하기 위해 민간인과 붙잡은 적을 살해해 토막 낸 다음 비밀 무덤에 묻거나 강에 던져버린다. ICRC의 콜롬비아 실종자 전문가인 기엠 하비에르는 이러한 행동이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고 고백한다. 기엠은 “대다수의 가족들은 겁에 질려 앞으로 나서기를 꺼립니다. 실제 숫자는 공식 명단에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가족들에게 조사는 신원 미확인 유해가 신원 확인을 위해 실려오는 보고타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종료된다. 건물 1층에서는 근심에 찬 가족들이 복잡한 신청서를 작성하고 신원 확인을 요청한다. 건물 고층에서는 전문가로 구성된 팀이 다양한 시험을 통해 유골과 옷가지 등 잔해를 검사하고 DNA 분석을 실시한다. 수천 건의 신원 확인 요청에 일일이 대응하고 싶은 것이 이들의 심정이지만, 어마어마한 업무량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연구소장인 카를로스 에두아르도 발데즈 모레노 박사는 “가족의 실종을 신고하는 사람들의 수와 발견되는 시신의 수는 점점 늘어만 갑니다. 하루 24시간 내내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토로했다.

기엠은 상황이 좀 더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는 “신원 확인 절차는 길고 복잡합니다. 가족들에게는 마치 미로와 같지요. 사용되는 언어도 관료적이고 이해하기 어렵고, 수개월 동안 아무 정보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라고 설명했다.

ICRC는 실종자 가족들이 이 복잡한 과정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같은 국가 기관과 협력해 이들의 대응 수준을 향상시키고 있다. 그러나 기엠은 실종자 가족들을 돕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엠은 “실종자 가족들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된 정보를 정기적으로 제공받아야 합니다. 왜 시간이 걸렸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어떤 결과를 예상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어야 합니다. 이들은 성인으로서 대우를 받아야 하고, 고통을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내가 방문한 다음 날, 줄리아와 엘리아스는 시체안치소를 방문하게 되었다. 수개월 동안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끝에 한 청년의 시신 사진을 보게 되었다. 엘리아스는 아들 루이스임을 알아보았다. 다음 절차는 공식적인 DNA 분석을 실시하는 것이다. 또 다시 3개월에서 6개월의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줄리아는 마침내 자신의 소원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아들의 시신을 묻고 애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