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RC 국제적십자위원회 (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Red Cross)

무력충돌로 헤어진 가족연계 복구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ICRC는 최근 가자지구에 사는 나이 든 어머니가 10년의 이별 끝에 요르단 암만에 있는 딸과 같이 살 수 있도록 도왔다.

가볍게 숨을 쉬며 창 밖을 내다보던 핫제 모아자즈 알다바는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날 아침, 그녀가 작은 옷가방에 짐을 싸고 있을 때 햇빛이 가자지구를 환히 비추고 있었다. 조카 니마가 와서 “고모, 적십자사 사람들이 방금 도착해서 차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오늘 암만으로 가서 사바를 만나게 해준대요” 라고 말했을 때, 오랜 세월 그녀를 괴롭히던 불안과 고통은 섬광처럼 사라졌다.

지난 몇 년간은 핫제 모아자즈에게 무척 힘든 시간이었다. 외동딸 사바가 가자에 있는 엄마 집을 떠날 때는 십대 소녀였다. 아빠와 암만으로 간 사바는 18세에 결혼도 했다.   

처음에는 엄마가 암만으로 가거나 딸이 가자로 와 일년에 한번씩은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2차 인티파다가 발생하고 2000년부터는 이스라엘 당국이 그들의 방문을 중단시켰다. 

악화된 건강상태

여든이 넘은 핫제 모아자즈는 몸이 약해져 혼자 생활을 꾸려갈 수가 없었다. 오빠 알리와 같이 살았지만 오빠마저 일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지난 십 년 동안 딸과의 유일한 연락 방법은 전화뿐이었다. “제 건강이 점점 나빠지고 있어서 남은 생을 손주들 목소리에 둘러싸여 살고 싶었어요. 그 아이들과 내 사랑하는 딸을 보지 않고서는 평화롭게 죽을 수 없을 거예요.”

사바는 엄마가 가자에서 나올 수 있도록 승인을 받으려 했지만 몇 번이나 실패하자 2010년 2월 마침내 암만의 ICRC를 찾아가 최대한 빨리 엄마와 재회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ICRC는 모든 승인 신청을 대행해주고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요르단 당국들과 핫제 모아자즈의 이주에 대해 조율하기로 동의했다. 예루살렘에서 ICRC의 심인 담당자로 일하는 베로니카 힌츠 굴류차는 “노인과 어린이는 우선배려 대상입니다. ICRC는 무력분쟁으로 헤어진 가족들의 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합니다” 라고 말한다.

힘든 여정

적십자사의 차에 오르고 난 후, 이 지역의 정치와 보안 현실로 인해 핫제 모아자즈는 하루 종일 힘겨운 여정을 감당해야 했다. 일단, 가자에서 이스라엘로 넘어가는 에레츠검문소 에서 경계을 통과하기 위해 ICRC 현장 사무관이 미는 휠체어를 타고 1.5km나 되는 보안경비 통로를 지나갔다. 이스라엘 검문소에 도착해 샅샅이 몸수색을 받았다.

다시 ICRC 차량을 타고 예리코로 가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마지막 행정 절차를 거쳤다. 이후, 서안지역과 요르단을 잇는 킹후세인교 (구명칭: 알렌비교)를 향해 갔다. 이 장대한 여정에 핫제 모아자즈를 동행한 안느-소피 보네 ICRC 대표는 노인이 차창 밖으로 보이는 모든 풍광에 너무도 신기해했다고 전한다.

딸과 재회하기 직전 킹후세인 다리를 건너는 동안, 핫제 모아자즈는 머리에 감은 스카프를 매만지며 눈에는 기쁨이 가득한 채 부드럽게 말했다 “지난 십 년간 매 순간 이 날을 꿈꿨답니다.” 

감격의 재회

마침내 다리를 건너고 나자 피로가 몰려오면서 손이 떨렸다. 군중 속 어딘가에 있을 딸의 모습을 찾고 있는데 불안스런 표정으로 ICRC 차량을 향해 달려드는 딸을 발견했다. 사바는 엄마의 손을 잡고 입을 맞췄다. “다리를 건너오는 차를 발견한 순간 가슴이 너무나 가슴이 떨려 참을 수가 없었어요." 눈물 가득한 얼굴로 사바가 말했다.,

딸의 집에 도착하자 사바의 자식들, 손주들이 모두 집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 중요한 순간을 축하하기 위해 제일 좋은 옷들을 차려 입고서.

“제겐 자식이 열 명, 손주가 네 명 있어요.” 사바가 말한다. “엄마는 제 자식들 중 네 명만 만나보셨고 손주들은 한 명도 못 보셨답니다. 엄마를 다시 품에 안기까지 10년이나 기다렸어요. 엄마와 다시 만나니 세상을 얻은 것 같아요. 이젠 한 순간도 엄마와 헤어지지 않을 겁니다. 단 한 순간도!”

(원문) http://www.icrc.org/eng/resources/documents/feature/palestine-jordan-feature-180510.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