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RC 국제적십자위원회 (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Red Cross)

무력충돌이나 내전의 결과로 사라진 혈육의 생사를 알지 못해 실종자 가족들은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ICRC 법의학 전문의 모리스 티드발-빈즈(Morris Tidball-Binz) 박사가 실종자의 생사를 확인함에 있어 시체 감식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람들은 대체로 시체 감식과 인도적 활동의 연관성을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것 같은데, 이 과학 분야가 ICRC의 인도적 임무를 달성하는데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 설명해 달라.

국제인도법에 의하면 무력충돌 당사자들은 사람들의 유해가 적절한 처리될 수 있도록 하고 실종자들의 생사 확인을 지원할 의무가 있다.

시체 감식은 실종 신고된 사망자 시신의 복구, 처리 및 신원확인에 필수적인 것이며, 살아있는 사람들의 신원확인에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ICRC는 시체 감식 전문가들을 활용하는 유일한 인도적 기구이다. ICRC는 실종자 문제를 다루는 전문가 그룹을 조직하여 실종된 혈육의 소식을 기다리는 가족들에게 답을 줄 수 있는 시체감식 역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기술적 조언과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시체 감식이 실종자 생사확인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으며 그것이 실종자 가족들에게 그토록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시체 감식은 사망/생존 여부에 관계 없이 실종자들의 신원과 생사에 관한 객관적인 해답을 제공해 준다. 이 과학은 몇 가지 전문 분야에 의지해 여러 전문 분야의 시체감식 팀들에 의해 복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전문 분야로는 인류학 및 고고학, 병리학, 지문감식, 치의학 및 DNA 감식 등의 유전학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과학 분야는 실종자의 신원을 파악하는데 필요한 핵심 자료를 도출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병리학자는 부검을 통해 개인의 신체적 특징과 사망 당시의 환경 및 원인에 대해 밝힌다. 이후 그 자신이 밝혀낸 사실과 실종자에 대한 자료를 비교해보고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인류학자는 많은 정보 중에서도 두개골 유해를 분석하여 사람의 나이, 성별, 신장, 조상 등을 밝혀낸다.

유전학자는 가족과 헤어진 어린이의 DNA를 친척들의 그것과 비교하여 어린이의 신원을 확인한다. DNA 분석은 시신 및 유해의 신원을 밝히는데도 활용된다.

실종자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시체 감식을 활용하는 것은 아직까지 비교적 낯선 풍경이다. 실종자 수색을 위한 최초의 공식적 유전 정보 은행이 1987년 아르헨티나에 설립되었고 가족들의 요구에 직접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부모와 함께 사라져버린 아이들의 할머니들이 국제 과학계에 새로운 시체감식 방법과 기술 개발을 도와줄 것을 요청했고, 특히 손자들의 수색, 신원확인, 시신 복구에 필요한 유전학의 발전을 요구했다. 이 여성들의 믿기 어려운 결의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적용되는 시체 감식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적용하는 토대가 되었다.

실종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 시체 감식을 활용함에 있어 어려움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몇 가지 어려움이 있다. 무력충돌 중이나 그 직후 실종자 수색은 매우 시급히 처리되어야 하는 사항 중의 하나이지만 우선적으로 처리되는 경우는 드물다. 실종자에 대해 시체 감식 조사를 실시하자면 많은 돈과 인력이 소요되는데 무력충돌 후에 이것이 가능한 경우가 많지 않다. 

실종자는 대체로 아주 가난한 지역사회 출신인 경우가 많아서 신원확인에 결정적인 치과나 진료 기록이 거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체 감식은 각기 다른 부족이나 무장단체로부터 위협이나 공격을 감수해야 하는 매우 위험한 작업이기도 하다. 혹은 조사관들이 잔류 폭발물에 부상을 입는 경우도 있다. 

실종자의 시체 감식을 위해 국가는 인력과 기술적 자원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역량을 초과하기 십상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CRC는 전 세계적으로 훈련과 장비를 제공하고 지역적 차원에서 지속 가능한 시체 감식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수년 동안 우리는 이라크에서 지역의 시체 감식 전문가들에게 훈련을 제공해 왔고 시신 및 유해의 처리와 신원확인에 필요한 의학적/법적 서비스용 장비를 제공하였다. 이란에서는 전쟁 사망자 신원확인에 관계된 개인과 단체를 지원하기 위해 교육과 DNA 감식 기술에 대한 지원을 제공한다. ICRC는 또한 이들 두 국가를 도와 제1차 걸프전으로 실종된 사람들의 유해를 복구하고 신원을 확인하는 양국의 공동 노력을 지원하고 있다. 여기엔 ICRC가 개발한 데이터베이스를 포함해 거대한 분량의 시체 감식 자료의 수집, 관리 및 분석 등이 포함된다. 

지난 몇 년 간, 시체 감식에 대한 미디어의 집중적 조명으로 인해 이것이 마치 절대적인 해답을 주는 방법인 것으로 잘못 인식되기도 했다. 그렇게 형성된 부푼 기대를 다루는 것도 어려움 중 하나다. 시체 감식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적절한 자료를 가지고도 몇몇 시신들의 신원확인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이는 아마 가족들과 심지어 일반 대중에게도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기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실종자 신원확인을 위해 시체 감식이 이용되고 있는 곳은 어디이며, 가장 성공적이었던 사례는 무엇인가?

실종자 문제는 보편적이다. 어디서 무력충돌이 벌어지든 간에 실종자는 늘 있어왔다. 이 문제는 수 세대를 거쳐 이어질 수 있다. 스페인에서는 아직도 내전으로 실종된 혈육의 소식을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으며 유해를 복구하고 신원을 확인하는데 시체 감식의 활용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사이프러스의 경우 ICRC가 지속 가능한 시체 감식 팀을 구축하는데 조언과 지원을 제공했는데 이는 성공적인 케이스였다. 사이프러스 법의학 팀은 그리스 및 터키, 사이프러스의 법의학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고고학, 인류학 및 유전학 등 각기 다른 전문 분야를 모두 아우르고 있다. 이 팀은 실종과 가족들과 협력하고 있으며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

발칸 반도에서는 독창적인 시체 감식 기법과 기술을 응용한 광범위한 조사를 통해 수천 명의 실종자의 시신이 복구되고 신원이 확인되었다. 

중동에서는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와 레바논이 그 지역의 무력충돌로 인해 혈육을 잃어버린 가족들의 물음에 답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노력을 쏟아 붓고 있다.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칠레, 과테말라 및 페루 등의 남미 국가에서도 조사가 계속되고 있다. 앙골라, 에티오피아, 케냐, 모로코, 시에라리온 및 남아공 등의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시체 감식을 시작했다. 

아시아 지역의 동티모르, 네발, 필리핀 및 스리랑카 등의 몇몇 국가에서는 실종자 수색을 위해 시체 감식을 실시하고 있다. 

실종자 수색을 위한 조사가 실시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와 무력충돌 상황에서 ICRC는 기술적 자문을 제공하고 시체 감식 역량 강화를 지원한다. 그 목적은 슬픔에 잠긴 가족들에게 답을 주고 그들의 알 권리를 수호하기 위해서이다. 

(원문) http://www.icrc.org/web/eng/siteeng0.nsf/html/missing-interview-28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