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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RC 국제적십자위원회 (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Red C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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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History

전쟁터에서 부상당한 병사를 도와주겠다는 한 사람의 자발적 행동에서 시작되어 이제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전쟁 희생자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조직으로 거듭나게 된 ICRC는 이미 지난 150여 년간 주요 분쟁 지역에서 인도주의를 실천해왔다. ICRC는 각종 인도주의 활동을 실시함과 더불어 무력충돌 상황에 적용되는 국제법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무력충돌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거나 참여할 수 없는 이들에 대한 보호활동을 강화해왔다. 즉, ICRC와 제네바협약은 불가분의 관계라 할 수 있다.

ⓒICRC/ref HIST-03537-04

ICRC 기원과 설립초기

적십자마크가 있는 마차 두대와 그앞에 남자와여자가 서있는 그림

프랑스와 사르디니아 연합군이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마을인 솔페리노에서 격전을 벌이고 있던 1859년 6월 24일, 스위스 제네바 출신의 앙리 뒤낭(Henri Dunant)은 개인적인 용무로 나폴레옹 3세를 만나기 위해 그 지역을 지나고 있었다. 저녁 즈음 앙리 뒤낭은 전투가 벌어지고 있던 카스틸료네 마을에 도착했고 바로 그곳에서 9천 명이 넘는 전상자들이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한 채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처참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마을의 큰 교회에 모여있는 수 천명에 달하는 부상병들은 치료나 간호도 받지 못한 채 누워 있었다. 수 일에 걸쳐 앙리 뒤낭과 마을 부녀자들은 낮과 밤을 잊은 채 그들에게 물을 주고 상처를 닦아주고 붕대를 메어주는 등 간호 활동뿐 만 아니라 전상자들의 지친 심신을 위로하기 위한 담배와 차, 과일을 제공해 주었다.

뒤낭은 6월 27일까지 카스틸료네 마을에 머물다 7월 11일 제네바로 돌아갔다. 그 자신도 금전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뒤낭은 그가 목격했던 전쟁의 비참함을 지울 수 없었고, 결국 1862년 “솔페리노의 회상”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출간하게 된다. 저서에서 그는 참혹한 전장의 모습과 부상병의 모습을 생생히 기록하였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며 글을 마무리 짓는다.

“전시에 발생하는 상병자를 위해 이들을 헌신적으로 간호할 수 있는 열정적이고 능력 있는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구호기구를 평시에 만드는 것은 과연 불가능한 것인가?”

그가 제기했던 이 단순한 질문이 적십자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뒤낭은 또한 협약을 통해 강제력을 가지고, 헌장을 통해 불가침성을 확보하며, 국제적으로 동의되고 비준되는 국제원칙을 마련해 이를 상병자 구호를 위한 기구의 초석으로 삼을 수 없는지 의문을 제기하며 관련 원칙의 설립을 유럽 각국의 군대에 제안하였는데, 그가 제기한 이 두 번째 질문이 바로 제네바협약의 근거가 되었다.

위원회가 구성되다

앙리 뒤낭, 귀스타브 므와니에, 기욤 뒤푸르, 루이 아삐아, 테오도르 모누아 5명의 위원 그림

거의 모든 유럽의 언어로 번역되고 출간된 “솔페리노의 회상”은 당대 최고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들 중 이 책을 읽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귀스타브 므와니에 역시 뒤낭의 저서에 큰 감명을 받았던 많은 저명인사 중 하나로 스위스 제네바에서 활동하는 변호사이자 제네바공익협회를 이끌고 있는 인물이었다. 1863년 2월 9일, 그는 뒤낭이 그의 책 말미에 던졌던 질문을 그가 이끌던 협회에 소개했고 그가 던진 화두는 결국 앙리 뒤낭, 귀스타브 므와니에(법률가), 기욤 뒤푸르(장군), 루이 아삐아(의사), 테오도르 모누아(의사) 5명의 위원들로 구성된 위원회의 결성으로 이어지며 앙리 뒤낭이 제기했던 질문을 검토하는데 이르게 된다.

초기 이 위원회는 국제부상자구호위원회(International Committee for Relief to the Wounded)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ICRC는 1863년 2월 17일 최초로 소집되었다. 시작 초기단계에서부터 ICRC는 앙리 뒤낭이 처음 구상했던 대로 장교나 군인에게 어떠한 거부감도 일으키지 않아 효과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자원봉사자를 중심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눈에 띄는 표식을 통해 자원봉사자와 기타 민간인을 구별하고 이들을 교전에서 보호해야 한다고 믿었다. 바로 이러한 배경으로 의료진 및 자원봉사 간호사에게 중립적인 지위를 부여하는 개념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1863년 8월 25일, ICRC는 군대의 열악한 의료지원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제네바에서 국제회의를 개최할 것을 결정한다. ICRC는 모든 유럽국가 정부 및 주요 인사들에게 초청장을 발송했고, 1863년 10월 26, 14명의 정부 대표, 6명의 기관대표, 7명의 개인참석자 등 총 36명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가 개최되었다. 그날 회의 ICRC가 준비한 협약 초안에 관한 논의의 사전 작업적인 성격으로 마련되었다. 이런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국제적십자/적신월회의에는 각국 적십자 및 적신월사 대표단, 제네바협약 체결 당사국, 옵저버(주로 NGO)가 참석한다.

회의는 총 10개의 결의안 채택과 함께 마무리 되었는데, 이를 통해 부상병을 위한 구호 단체(즉, 국가별 ‘위원회’)의 설립, 다시 말해 각국의 적십자사 및 적신월사 탄생의 기반이 마련되었다.

각국 적십자사 및 적신월사의 성장

결의안 채택 후 수개월 만에 뷔르템베르그, 올덴버그 대공국, 벨기에, 프러시아에 최초의 단체(적십자사)가 설립되었다. 이후 덴마크, 프랑스, 이탈리아, 맥클렌버그-슈버린, 스페인, 함부르크 및 헤세 지역으로 펴져나갔다.

한편 ICRC는 그 다음 단계인 외교회의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 외교회의를 통해 ICRC는 1863년 채택된 결의안을 조약으로 격상시킴으로써 그 체결당사자(즉, 국가)에 대한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고자 했다.

그러나 1864년 2월 1일 오스트리아와 프러시아 연합군이 덴마크를 침공했고 독일-덴마크 전쟁이 발발하게 되었다. ICRC는 1863년 10월 회의에서 채택됐던 사항과 상병자 보호가 이행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두 명의 대표를 현장으로 급파하였다.

1864년 6월 6일 외교회의 개최를 지지했던 스위스 정부는 유럽 각국 정부 및 미국, 브라질 그리고 멕시코 정부에 초청서한을 발송하였다.

제네바협약의 채택

16개국 정부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1864년 8월 8일부터 24일까지 외교회의가 개최되었다. ICRC가 준비한 협약 초안에 대한 기조 논의의 성격으로 개최된 1864년 8월 22일 회의에서 육전에 있어서의 군대 부상자의 상태 개선에 관한 최초의 제네바협약이 채택되었고, 이로서 근대 국제인도법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1864년 말까지 프랑스, 스위스, 벨기에,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및 바덴 대공국이 협약을 비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