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근력을 단단하게 키우는 법

몸의 고통과 정신적 고통이 느끼는 곳은 같다

우리 주위에는 실패와 시련을 ‘회복 탄력성’으로 극복하여 원래 지점보다 더 높이 도약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심리학, 정신의학, 간호학, 교육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은 회복 탄력성의 핵심으로 세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습관을 거론합니다. 이 습관을 통해 밑바닥까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튀어 오르는 회복 탄력성이 길러진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습관’이라는 말에 주목해야 합니다. 회복 탄력성이 지능이나 재능과 같이 인지적인 것이 아니라 끈기, 열정, 집념, 도전정신과 같은 비인지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능력 자체보다는 ‘나의 능력이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을 통해 더욱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율성에 기반한 내적 동기가 중요합니다.

긍정적 관점, 도전, 내적 동기, 그리고 회복 탄력성이라는 말 그 자체는 모두 좋은 말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회복 탄력성을 어떻게 높이느냐입니다. 서점에 있는 회복 탄력성 관련 도서를 아무리 읽어도 어렵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와 관련해 제가 자주 드리는 말이 있습니다.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지 마세요!” 우리가 원인에 해당하는 행동을 해야 가질 수 있는 결과라는 것입니다. 그 근본에는 우리의 정신력과 신체적 상태가 매우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저는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체력이 바닥났으니 이제는 정신력으로 버티라는 말은 대부분 틀렸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즉, 우리의 정신적인 측면은 신체의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회복 탄력성은 정신력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이를 높이려면 신체에 대한 무언가가 필요한 것이지요. 일종의 조치 말입니다.

사회적 고통으로 힘들 때 ‘몸’을 돌봐야 한다

우리가 가장 빈번하게 겪는 고통은 주로 사회적 맥락을 통해 옵니다. 실제로 사람들은 동료와의 이별, 누군가에게 받는 질책, 상사나 주위 사람들과의 갈등 등 이른바 관계 속에서 받은 고통으로 아파합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사회적 고통(Social Pain)이라고 하는데요. 반면에 물리·신체적 고통은 교통사고와 같이 실제 사고를 당해 통증을 느끼는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사회적 고통과 신체적 고통 모두 뇌에서 반응하는 영역이 대체로 일치합니다. 신체적 고통을 느낄 때 우리는 무엇을 하나요? 진통제를 먹습니다. 그리고 그 진통제는 상처 부위 자체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뇌에서 고통을 담당하는 중추 영역을 진정시키죠. 그렇다면 사회적 고통을 느낄 때 진통제를 복용한다고 해서 그 고통이 덜 느껴질까요?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놀랍게도 사실입니다. 미국 켄터키 주립대학의 네이선 드월(Nathan DeWall)교수 연구진은 이별과 같은 사회적 고통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타이레놀과 같은 진통제를 지속적으로 먹게 했습니다. 그 결과 진통제 복용 집단은 같은 기간 아무것도 복용하지 않은 집단이나 위약(僞藥, placebo, 환자에게 심리적 효과를 얻도록 하려고 주는 가짜 약)을 복용한 집단보다 3주 후 고통과 관련된 감정을 훨씬 더 낮게 지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¹⁾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는데요. 신체적 고통과 같이 사회적 고통 역시 진통제로 완화될 수 있다니 말입니다. 이는 결국 이별, 갈등, 모욕, 그리고 배신과 같이 우리가 사회 속에서 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받은 상처로 고통받고 있다면 몸을 다친 것과 같은 방식으로 회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고로 몸을 다쳐 입원한 환자를 병원에서 어떻게 돌보는가를 떠올려 보세요.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고, 혈액순환이 잘되도록 하며, 충분히 잠을 자도록 하지 않습니까. 사람 때문에 고통스러운 것도 몸을 다쳐 고통스러운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몸부터 돌봐야 하는 것이 순리입니다. 이것이 진짜 회복 탄력성입니다. 이 간단한 사실을 몰라 지금까지 우리 인류는 그리도 사회생활이 어려웠나 봅니다. 오늘부터 이 간단하면서도 분명한 사실을 꼭 실천에 옮겨 보시길 바랍니다. 이전의 삶과는 확연하게 다른 힘을 느끼실 수 있을 테니까요.

1)DeWall C. N., MacDonald, G., Webster, G. D., Masten, C., Baumeister, R. F., Powell, C., Combs, D., Schurtz, D. R., Stillman, T. F., Tice, D. M., & Eisenberger, N. I. (2010).Acetaminophen reduces social pain: Behavioral and neural evidence. Psychological Science, 21, 931-937.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대표 인지심리학자로서 인간의 판단, 의사결정, 문제해결, 그리고 창의성에 관해 연구한다. 저서로 <마음의 지혜>, <김경일의 지혜로운 인간 생활>, <적정한 삶>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