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아올”, “댜크유”
언어는 달라도 희망은 하나

튀르키예 지진 현장을 찾은 안재욱 홍보대사

2023년 2월 6일, 튀르키예 남동부에 7.8 규모의 강진이 발생했습니다. 수차례 이어진 여진으로 튀르키예는 마치 폭격을 맞은 듯 폐허가 됐습니다. 사망자 6만 명, 부상자 13만 명, 이재민만 2,300만 명입니다. 그 후로 1년, 튀르키예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지난 4월 20일부터 25일, 대한적십자사 안재욱 홍보대사는 튀르키예를 찾아 구호활동을 펼쳤습니다.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지진 피해가 가장 컸던 카르만마라쉬주 파잘직 지역. 뼈대만 남은 건물과 아직 치우지 못한 잔해가 그날의 참혹함을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맑은 하늘, 시원한 바람, 봄기운이 물씬 나는 튀르키예의 풍경 속에는 이질적이게도 무너진 건물, 폐허가 된 삶의 터전이 있었습니다. 지진을 겪은 사람들의 고통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왔습니다.”

지진 발생 직후부터 세계 각지에서 튀르키예를 향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는데요. 한국 정부와 대한적십자사는 대국민 모금 캠페인을 열어 급식 제공, 구호물품 배부 등을 지원했으며, 파잘직 지역에 1,000채 규모의 이재민 임시주택을 마련했습니다. 더불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경제적 자립을 위해 직업훈련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안재욱 홍보대사는 튀르키예적신월사 급식소를 찾아 이재민을 위한 식사 준비에 힘을 보탰습니다. 또 튀르키예 어린이날(4월 23일)을 맞아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했습니다.

“튀르키예에 머무르는 동안 슬픔과 절망에 빠진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싸아올(Saolun, 고마워요) 꼬레’라며 우리의 도움을 감사히 여기며, 다가올 미래에 희망을 잃지 않는 이들의 모습에서 오히려 제가 위로를 받았습니다.”

우크라이나에 전달된 한국 구급차 40대

지난 5월에는 대한적십자사 김철수 회장이 우크라이나로 향했습니다. 공습의 위험이 있어 우크라이나행 항공편은 중단된 상황. 폴란드 바르샤바를 거쳐 육로로 이동해야 했는데요. 국제적십자사연맹에서 제공한 차에 올라 13시간을 달려서야 겨우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에 도착했습니다.

대한적십자사는 우크라이나-러시아 무력충돌 발생 이후부터 현재까지 328억 원(현금 70억 원, 물품 258억 원)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했습니다. 이번에 김철수 회장이 직접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이유는 대한적십자사를 대표하여 국민의 성금으로 마련한 긴급후송용 구급차를 전달하고, 위험지역에서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는 우크라이나적십자사 대원들을 격려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번 무력충돌로 인해 우크라이나의 구급차 550대 이상이 손상되거나 파괴됐는데요. 김철수 회장과 주우크라이나 김형태 한국대사 등이 구급차 열쇠를 구급대원에게 건네자 구급대원들은 ‘댜크유(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긴박하게 접경지로 떠났습니다.

전달식을 마친 후 김 회장은 전사자들의 추모 공간, 키이우 독립광장을 찾았습니다. 광장에 꽂힌 수천 개의 우크라이나 깃발에는 전사자의 이름, 실종날짜 등이 적혀 있었습니다.

“70년 전, 우리가 겪었던 6·25 전쟁이 생각났습니다. 전사자 중에서 어린 친구들도 정말 많았습니다. 이처럼 무고한 생명들이 희생되는 상황이 안타깝고 가슴 아픕니다. 우크라이나의 조속한 안정과 평화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김철수 회장은 일정 내내 국제적십자사연맹과 국제적십자위원회를 비롯하여 현지에 파견된 각국 적십자사 관계자들을 만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향후 지원을 모색했습니다. 또 우크라이나 북쪽 도시인 이르핀과 부차를 방문해 재건복구 상황도 점검했습니다.

일상이 된 공습경보, 미사일을 맞아 무너져 내린 건물, 담장에 박힌 총탄 자국. 끝날 기약 없는 무력충돌 상황이 이어지면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공포를 일상으로 삼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황폐해진 이 땅에 다시 평화가 찾아올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도움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