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ESG를 해야 하는가?

ESG는 기업의 생존 문제와 직결

지난 4월 9일, 한국ESG기준원이 올해 ESG 평가 항목에 대한 변동사항을 회원기업에 알리는 설명회를 개최했습니다. 2024년 주요 변경사항 중 눈에 띄는 부분은 ‘지역사회 상생 활동 관련 성과 기준의 고도화’였습니다. 사회 부문(S)에 있어 이전에는 지역사회 공헌 활동과 기부금액, 장학 수혜 대상 인원만 보고하면 평가받을 수 있었으나, 이제는 사회적 가치를 정량적으로 측정해서 공개하도록 요구받게 된 것입니다. 이를 두고 기업 ESG 담당자들의 불만이 한껏 고조되었습니다. 사회적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론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해야 하니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입니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거버넌스(Governance)의 약어로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지표를 의미합니다. 과거에는 기업에 투자할 때, 재무적 지표만을 보고 투자의사를 결정했지만, 이제는 환경, 사회, 거버넌스에 해당하는 ESG 성과도 투자 및 평가, 거래 지표로 보겠다는 것입니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에서는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ESG 평가 결과를 입찰 조건으로 추가한 표준계약서를 새로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합니다.

ESG 관련 이러한 변화는 기업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인 임직원, 고객, 정부, 협력사, 지역사회 등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반대로 다양한 이해관계자 역시 기업이 ESG를 잘 수행하는지 감시하는 역할과 기업의 파트너로서 ESG를 더욱 잘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 역할이 강화됩니다. 임직원이 기업의 인사정책에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고, 환경단체가 공룡기업에게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을 묻기도 하고, 국제인권단체가 해외 공장의 아동 및 강제노동의 실사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기업의 ESG 실천을 감시하고 돕는 강력한 외부요인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사회적 가치 측정해 친환경·사회적 기업 증명해야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한국ESG기준원의 ESG 평가 항목 변경 때문에 기업들은 대한적십자사를 비롯한 사회복지 영역의 비영리 섹터에 ‘정량적인 사회적 가치 측정’을 요구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1차 연도 측정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사회적 가치가 지속적인 임팩트를 창출하는지 비교 분석할 것입니다.

이런 기업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려면 더 이상 ‘OO명 기업방문 체험 참여’, ‘OO 가구 김장나눔’과 같은 일회성 활동 및 일차원적인 성과집계 방법은 통하지 않을 것임을 예측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네트워크 통신회사 시스코(CISCO)는 온라인 교육을 제공한 후 교육을 제공받은 저소득층 학생들의 급여 수준이 어떻게 바뀌는지 추적 조사했습니다. 이를 통해 교육 프로그램의 효과성과 여기서 창출되는 사회적 가치를 산출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예로 대한적십자사와 SK텔레콤이 만든 ‘레드커넥트’라는 헌혈 앱이 있습니다. 이 앱을 쓰는 집단과 안 쓰는 집단을 비교해 봤을 때, 앱 사용 시 재헌혈률이 22.4% 정도 올라갔고, 이를 통해 ‘레드커넥트’가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 혹은 경제적 가치를 ‘레드커넥트 실멤버 × 헌혈 1건의 비용 × 재헌혈률(증가율)’로 환산할 수 있습니다.

결국 ESG는 투자, 고객사와의 거래, 규제와 관련된 기업의 비즈니스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특히 요즘 시대에는 단일 인물이 임직원, 고객, 환경단체 회원 등 다양한 페르소나(다중적 자아)를 가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을 비롯한 사회복지 현장에서도 ESG가 기업과 사회,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미치는 영향을 두루 살펴서 이를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