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
열정이 있습니다

벌써부터 폭염이 기승을 부립니다. 이상기후가 더이상 이상하지 않은 요즘, 취약계층에게는 더욱 힘든 계절이기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모두가 안전하고 건강히 여름을 날 수 있도록 대한적십자사가 함께하겠습니다.

매년 5월 8일은 ‘세계적십자의 날’입니다. 전쟁의 참상을 목격하고 인도주의 정신을 주창했던 적십자운동의 창시자 앙리 뒤낭의 생일이기도 합니다. 차별 없이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고자 하는 적십자의 숭고한 정신이 세상을 채우고 있지만, 인도주의가 닿아야 할 곳은 아직 너무나 많습니다.

최근 대한적십자사를 대표하여 우크라이나를 다녀왔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부상자를 이송할 수 있도록 구급차를 전달하고 이들의 불안한 현실을 들여다봤습니다. 안타깝게도 160여 년 전, 앙리 뒤낭이 목격한 솔페리노 전투의 참혹함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폭격으로 완전히 주저앉은 건물과 불에 타서 고철처럼 구겨진 차량들이 도시 전체를 뒤덮고 있었습니다. 민간인 피해 규모는 정확한 집계조차 어렵다는 이야기도 들려왔습니다. 평화로웠던 도시가 어쩌다 이렇게 폐허로 변한 것인지, 말할 수 없이 참담했습니다.

인도주의적 위기에 직면한 곳은 우크라이나뿐만이 아닙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분쟁이 끊이질 않는 가자 지구, 13년째 내전이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 등 세계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감염병과 기후변화 등 사회적 재난은 미래의 불확실성까지 가중합니다.

이처럼 다양하고 전방위적인 위기의 현장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합니다. 바로 인도주의가 계속될 수 있도록 실천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분쟁이 고조된 이래, 팔레스타인적신월사 직원과 봉사자 15명이 목숨을 잃었고 13명은 실종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가자지구 주민들을 위해 트럭으로 식량을 운송해 전달하는 인도적 활동을 중단하지 않았습니다.

대한적십자사 역시 대내외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인도주의 가치와 사명을 실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대형 재난과 감염병 확산, 복지사각지대의 증가 등 위기 상황에서도 가장 먼저 달려가 차별화된 인도주의 활동을 수행했습니다. 또한 공공병원을 운영함으로써 공공의료의 한 축을 담당했으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혈액 수급 안정에도 힘을 쏟았습니다.

여름을 꽉 채우는 열기보다 뜨거운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인도주의를 실천하는 여러분의 열정일 것입니다. 이 순간에도 세계 각지의 위기 현장에서 인도적 활동에 진심을 다하고 있는 모든 적십자 가족에게 존경과 감사의 박수를 보냅니다. 이웃의 어려움과 아픔을 함께 나누어 짊어지는 일에 더 많이 동참하고, 행동하는 실천이 더욱 존중받을 수 있도록 적십자가 앞장서겠습니다.

대한적십자사 회장 김 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