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치 않은 행동을 칭찬하라

어떤 칭찬은 누군가의 인생을 변화시킨다

비행청소년 교정시설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이러한 시설에서 일한 경험이 많은 보호사나 교정감독 교사는 자기가 시킨 일을 청소년이 열심히 해 오면 적절한 선에서 칭찬을 멈춘다고 합니다. 왜 그렇게 다소인색한 칭찬을 하는지 물었더니 대답은 이렇게 돌아왔습니다. “어차피 그 친구들 입장에서는 욕먹지 않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이런 일을 잘해 왔을 때 너무 많이 칭찬하면 오히려 자기들끼리 뒤에서 저를 비웃습니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대목입니다.

이런 대화를 나누던 중 그 시설의 구내식당에서 일하시는 나이 지긋한 할머니 한 분께서 식자재 상자를 들고 지나가다가 상자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휘청하며 넘어질 뻔했습니다. 마침 옆에 있던 한 청소년이 반사적으로 할머니를 부축했고, 식자재를 나르는 것까지 도왔습니다. 어떤 특별한 목적이나 의도 없이 말입니다. 이 반사적 선행을 목격한 지도교사의 눈빛이 반짝 빛났고, 잠시 후 슬쩍 그 친구 옆으로 지나가면서 이렇게 나지막하게 말을 거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오, 너 보기보다 괜찮은 데가 있다?” 경험많고 노련한 교사는 청소년의 의도하지 않은 선행을 놓치지 않고 칭찬했습니다.

나중에 그 교사로부터 들은 후일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청소년이 그날 밤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고 고백했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아, 나도 꽤 괜찮은 구석이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후 그 친구의 행동이 눈에 띄게 나아졌으며 시설을 나가면서 그때 선생님의 칭찬이 자신에게 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자율적 행동에 ‘좋은 칭찬’을 하자

상대방의 계산하지 않은 행동에 칭찬을 하자는 것입니다. 이런 칭찬은 상대의 긍정적인 측면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어떤 결과를 바라고 행동했을 때 받는 피드백보다 결과에 대한 기대가 없는 상태에서 한 행동에 대한 피드백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피드백은 선악, 우호성, 친밀감 등과 관련돼 자신의 입장이 분명하지 않을 때 더욱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별 뜻없이 베푼 친절에 상대방이 깊은 감사를 표시하게 되면 이로 인해 이후 스스로에게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며 상대방에게 더욱 친절하게 되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경험해 왔을 겁니다.

따라서 나 자신이 상대방에게 시킨 일이나 부탁한 일을 잘해줬을 때만 주로 관심을 가지고 긍정적 피드백을 주고 있지 않은지를 한 번쯤 진지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불만이나 아쉬움을 토로하기 전에 그들이 하는 무수히 많은, 이른바 ‘보상이나 칭찬에 대한 요구 없이 스스로 하는 자율적 행동’에 시선을 주고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이런 과정에서는 세대 차이도 성차도 거의 없습니다. 누구나 다 마찬가지라는 이야기입니다. 상대방의 목적 없는 긍정적 행동에도 감사하는 것이 나를 위한 진짜 소통입니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대표 인지심리학자로서 인간의 판단, 의사결정, 문제해결, 그리고 창의성에 관해 연구한다. 저서로 <마음의 지혜>, <김경일의 지혜로운 인간 생활>, <적정한 삶>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