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 마음을 다합니다

사방이 푸르른 녹음으로 깊어져 가는 계절, 여름입니다. 역대급 더위가 예고되는 올해 여름, 우리의 이웃이 힘든 시간을 보내진 않을지 걱정부터 앞섭니다.

최근 서울사무소가 위치한 남산 둘레길을 직원들과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을 진행했는데 몸이 개운하고, 마음도 가벼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주변 쓰레기를 줍는 단순한 활동이지만 인간과 환경을 보호하는 일에 마음을 다해 참여했다는 기쁨 때문이었습니다.

매년 5월 8일은 적십자운동의 창시자인 앙리 뒤낭의 탄생을 기념함과 동시에 적십자 인도주의를 실현하고 세계 평화와 인류 복지에 공헌할 것을 다짐하는 ‘세계적십자의 날’입니다.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은 ‘모든 일에 마음을 다합니다’를 올해 세계적십자의 날 슬로건으로 내걸었습니다. 앙리 뒤낭이 적군과 아군의 구분 없이 부상자를 돕고자 했던 열망에서 시작된 적십자운동의 탄생 배경과도 맞닿아 있는 문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솔페리노 전투 이후 1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수단 내전 등의 무력충돌과 동해안 산불,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등의 대규모 재난·재해로 인한 참혹한 인도적 위기 상황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지속되고 반복되는 위기 상황에서 적십자는 언제나 마음을 다해 인도적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인왕산, 홍성, 강릉 등 산불이 발생한 현장에 누구보다 빨리 출동해 산불진화요원을 지원하고 이재민의 마음을 어루만졌습니다. 지난해 동해안 산불로 폐허가 된 피해지역을 찾아 나무를 심으며 산림생태복원에도 힘썼습니다. 오랫동안 먼곳에서 고국을 그리워하던 사할린 동포의 영주귀국을 지원하고,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지진 피해 재건복구를 위해 재건복구지원단을 파견하며,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마음을 담아 전달해주신 후원금으로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등 소외되거나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넸습니다.

적십자운동은 오늘날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192개국의 적십자, 1,600만 명의 봉사자가 참여하는 인도주의 네트워크를 통해 무력충돌과 재난현장 곳곳에서 인간의 생명을 지키고 사회적 변화를 이끄는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힘의 원천은 지역사회에 뿌리를 두고 있는 적십자봉사원, 그리고 후원자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여러분 덕분에 우리가 숨 쉬고 살아가는 지금 이곳까지 적십자 인도주의 정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한적십자사의 인도주의 활동에 마음을 다해 함께 해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대한적십자사 회장 신 희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