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를 즐겁고 멋지게, RCY답게!

안주연앞으로 회장님과 함께할 시간이 정말 기대되는데요. 취임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에 봉사의 뿌리를 안착시킨 대한적십자사를 이끌게 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막중한 책임감도 느끼지만, 오늘 여러분을 만난 것처럼 그동안 적십자 가족들과 시간을 함께하면서 느낀 건 이곳에 오길 정말 잘했다는 겁니다. 적십자 가족의 일원이 되어 사랑과 나눔을 실천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그간 다양한 사회 의료봉사와 여러 조직과 기관을 이끌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적십자의 발전에 힘쓰고 적십자정신을 살려 소외된 이웃을 돕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리나학창 시절, 회장님은 어떤 학생이었나요?

우등생은 아니었지만, 모범생 정도 되지 않았을까요? 먹고 사는 게 힘들었던 시절, ‘바르게 살자’라는 마음만은 항상 품고 행동했어요. 장난기도 많았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바가 있으면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학창 시절 좋아했던 과목이 영어였는데 잘하고 싶은 마음에 영어 숙어 사전을 통째로 외웠던 기억이 납니다. 한 장을 다 외울때마다 해당 페이지를 뜯었다는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저였네요. 그렇게 해야 ‘공부한 것이 오롯이 내 것이 된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안주연어렸을 때부터 꿈이 의사셨나요? 왜 의사가 돼겠다고 결심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를, 고등학교 때 어머니를 여의었습니다. 어머니는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쓰러져서 돌아가셨어요. 그 후로 오랫동안, 내가 의사였다면 어머니를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늘 머리와 가슴에 맴돌았습니다. 생명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한다면 정말 의미 있겠다, 내가 의사가 된다면 내 가족뿐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죠. 어린 나이에 철이 일찍 든 셈입니다.

김리나1976년부터 47년 동안 한결같이 환자를 사랑과 정성으로 돌보셨는데요. 환자들에게 어떤 의사로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셨나요?

환자와의 공감과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의사는 단순히 진료만 보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환자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 하지요. 그 신념을 바탕으로 1976년 환자 중심의 병원을 개원했습니다. 지금도 매일 새벽 4시면 병원에 출근해 응급실을 회진하며 진료실에서 할 일을 점검합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일을 마치면 바로 적십자에 출근해서 그 마음 그대로, 업무에 임합니다.

현지원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이 특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나눔과 봉사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부모님이 일찍이 돌아가시면서 형님의 도움으로 어렵게 공부했습니다. 힘든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어려운 환경에 처한 이웃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과 시선이 자연스레 소외된 이웃에게로 향하더군요. 북한이탈주민, 다문화가정, 취약계층을 위한 치료비 지원, 의료봉사, 장학금 지원 등을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지요. 사회적 문제 해결에 미약하나마 힘을 보태고 싶어서 지금까지 나눔과 봉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안주연환경 문제에도 관심이 많으신데요. RCY 단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환경오염,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 문제입니다. 기후위기의 가장 큰 원인인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일에 적십자가 앞장서기 위해 취임한 후 ‘적십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위원회’를 설치했습니다. 환경 교육은 유치원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배우고, 환경보호를 위한 행동을 실천한다면 어른이 되어서도 몸에 배어 있을 테니까요. 이런 차원에서 RCY 친구들이 하고 있는 에코프렌즈 캠페인도 정말 중요합니다. 일회용품 대체품 쓰기, 재활용품 분리수거하기, 녹색식물 키우기, 쓰레기 줍기 등 일상생활의 작은 실천이 바로 지구를 살리는 소중한 한 걸음이 되겠지요.

현지원환자와 직접 만나는 현장에 계시면서 ‘혈액’과 ‘헌혈’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몸소 느끼셨을 텐데요. 헌혈자에 대해 특별한 생각이 있으신지요?

단 한 번의 헌혈일지라도 생면부지 타인의 생명을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헌혈자에게 참 고마운 일을 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헌혈자를 존경하고 예우하는 제도가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를 위해 헌혈과 관련해서 큰 역할을 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상 등 각종 포상을 늘려갈 계획입니다. 이외에도 공공기관 주차 시설 이용 시 주차 감면 혜택, 공공전시관 방문 시 무료입장 등 다방면으로 헌혈자를 위한 예우와 사회적 혜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헌혈의집이 없는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헌혈의집을 확충하고, 시설 개선과 노후 헌혈버스 교체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헌혈자의 헌혈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헌혈 참여를 독려하고자 합니다.

김리나올해 RCY가 창립 70주년을 맞았습니다. RCY 단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 RCY의 역사는 1953년 한국전쟁이 막바지로 접어들 무렵, 부산 천마산에서 1만 그루 나무 심기로 태동했습니다. 지난 70년간 여러분의 선배들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나라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듯이, 이제 여러분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더 나아가 세계를 위해 펼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RCY가 배출한 훌륭한 분들이 많이 계시지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님, 오웅진 꽃동네 신부님, 이국종 아주대학교병원 교수님 등은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선한 영향력을 펼치시는 분들이지요. 사회 곳곳에서 선행을 하는 RCY 출신들이 많을 겁니다. 또, 우리 RCY 단원들도 장차 그런 훌륭한 사람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안주연RCY 단원들에게 공유하고픈 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김홍신 작가의 ‘인생사용 설명서’를 이야기하고 싶네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수필집이니 우리 단원들이 읽어봤으면 합니다. 이 책은 한 번뿐인 인생을 참되게 살아가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중 기억에 남는 구절을 공유합니다. “인생을 잘 살려면, 첫째 지혜로운 스승을 만나야 하고, 둘째 어려울 때 함께하는 벗을 사귀어야 하며, 셋째 다사로운 동반자를 두고, 넷째 하고 싶은 일에 열정을 바쳐야 한다.” 목표나 노력 없이 막연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사람의 생각을 따끔하게 꾸짖고, 열등감에 위축된 사람에게 자신의 존귀함을 일깨워 주는 구절이지요. 우리의 인생은 매우 귀합니다. 하루하루 얼굴을 붉히며 매사를 걱정하며 살기에는 인생은 너무 짧습니다. 날마다 하늘만큼 환히 웃으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현지원청소년기에 있는 저희에게 특별히 조언해 주실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젊은 시절을 되돌아보면 혈기가 왕성해 앞만 보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항상 모든 일에 조급하게 굴면 빨리 가려다가 더 늦어지는 경우가 생겼고, 급한 마음에 일을 그르친 경험이 많습니다. 실패도 성공을 위한 소중한 경험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모르고 있지만 사실 성공과 실패는 같은 단어일 수도 있습니다. 성공을 위한 삶보다는 하루하루 즐겁게, 멋지게, 힘들지만 극복해 가며 열심히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루를 성실하게 살고 늦더라도 정직하고, 바르게 임한다면 언젠가는 앞서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의 후일담

• 안주연 회원

  대학생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다른 본부 중고등학생 단원을 만나는 기회가 흔치 않은데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거기에다 회장님의 이야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듣는 기회까지. 함께 써 내려갈 우리들의 이야기가 더욱 기대됩니다.

• 현지원 단원

  고등부 RCY 단원 대표로 이 자리에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입니다. 회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RCY 단원으로서 자부심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활동하고 싶어졌어요.

• 김리나 단원

  회장님께서 의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슴이 찡했습니다. 세대는 다르지만 적십자인으로서 가치관이나 목표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왼쪽부터 현지원 단원(서울본부, 정신여자고등학교), 김리나 단원(서울본부, 동도중학교), 안주연 회원(경기본부, 한국교통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