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RC 국제적십자위원회 (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Red Cross)

무력충돌상황에서 언론인들이 부상, 사망, 억류, 납치와 같은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전투에 가담하지 않는 민간인으로서 국제인도법에 따라 이들이 받을 수 있는 보호에 대해서 로빈 가이스 ICRC 법률전문가로부터 들어본다.

무력충돌상황에서 기자들은 주로 어떤 위험에 직면하나?

먼저 ICRC는 기자 등 언론인에게 가해지는 수많은 폭력행위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 최근 충돌에서는 언론인들이 점점 더 직접적인 목표물이 되고 있는데 이는 국제인도법을 위반하는 행위이다.

전쟁지역에서 활동하는 기자 등 언론인은 수많은 위험에 직면해 있다. 업무 성격상 전투를 피하기보다는 오히려 찾아 다니기 때문에 군사작전에 수반되는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까지 이들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위험이 고의적인 직접 공격이라는 점이다.

흔히 전쟁의 첫 번째 희생자는 진실이라고 한다. 충돌지역의 정확하고 공정한 언론보도는 중대한 공익을 위한 것이다. 즉 정보화 시대에 영상과 뉴스는 무력충돌의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무력충돌 시 언론보도를 막으려는 시도는 걱정스러울 정도다. 접근거부, 검열, 자의적인 억류, 언론인 직접 공격 등 차단방법은 다양하다.

국제인도법에서 언론인은 어떤 보호를 받나?

얼핏 보기에 제네바제협약과 추가의정서에서 기자에 대한 분명한 언급은 두 번(제3  제네바협약 제4조(1)라, 제1추가의정서 제79조)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국제인도법이 포괄적인 보호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타 인도적 규칙과 함께 이들 조항을 읽어보면 현행법이 상당히 포괄적으로 보호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가장 중요한 점은 제1추가의정서 79조에 따르면 국제적 무력충돌에서 기자는 민간인으로 간주되어 민간인에 제공되는 모든 보호와 권리를 받을 자격이 있다. 관습국제법에 의해 비국제적 무력충돌에서도 마찬가지다(ICRC 발행한 국제관습법의 규칙 34).

따라서 인도법에서 기자에게 보장되는 보호범위를 완전히 알려면 제네바제협약과 추가의정서에서 “민간인”을 “기자”로 바꾸면 된다.

무력충돌에서 기자를 공격하면 전범에 해당하나?

민간인과 마찬가지로 적대행위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다면 기자도 국제인도법에 따라 보호된다. 이 규칙을 위반하는 것은 제네바제협약과 제1추가의정서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더욱이 국제적 충돌이건 비국제적 충돌이건 고의적으로 민간인을 공격하는 것도 국제형사재판소 로마규정에 따라 전범에 해당한다.

종군기자 신분은 특별보호를 받나?

기자 등 언론인은 소위 안보상의 이유로 자의적으로 억류당할 위험이 매우 높다. 따라서 “종군기자”(제3제네바협약 제4조(1)라)와 “기자”(제1추가의정서 제79조)를 구분하는 것은 중요하다. 모두 민간인으로 인정되지만 이 중 종군기자는 전쟁포로 자격을 갖는다. 종군기자는 무장세력과 함께 행동할 수 있는 공식허가를 받은 기자들이다. 이런 밀접한 관계로 인해 종군기자가 체포되면 군인과 동일한 법적 지위에 따라 조치된다. 따라서 종군기자는 제3제네바제협약, 제1추가의정서, 관습국제법의 보호를 받는다. 

종군기자와 "동참기자”(임베디드 저널리스트)는 어떻게 다른가?

“동참기자”는 새로운 용어로 2003년 이라크 전쟁 때 처음 사용된 것으로 보이며 이후 널리 사용되었다. 국제인도법의 어떤 조항에도 나와있지 않으며 명확한 정의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경우는 아니더라도 종군기자와 동일하게 봐도 무방하다. 국제인도법상 종군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무장세력의 공식허가를 반드시 받아야 하는데 배속기자가 공식허가를 받으면 법적으로 종군기자와 동일하다.

종군기자 신분이 없는 기자나 언론인은 어떤가?

전쟁당사국에게 붙잡힌 언론인은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하는 듯 보이지만, 반대로 이들에게 보장된 법적 보호는 상당히 광범위하다. 이 점은 의도치 않게 간과되는 경향이 있다. 먼저 언론인이 억류당국의 국민이 아닐 경우 제4차제네바제협약이 보장하는 모든 관련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상황에서 기자 등 언론인은 최소한 제1추가의정서의 제75조에 명시된 기본적인 보호는 항상 받을 수 있다. 이 조항은 특히 무력충돌 당사국에 붙잡힌 이들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위협, 모든 종류의 고문, 인격모독, 인질행위를 금한다. 또한 이 조항은 형사범죄로 구금된 이들에게 공정한 재판을 보장한다. 구금된 언론인은 국제적이건 비국제적 무력충돌이건 동일한 기본 보호를 보장받는다. 민간인으로서 기자는 제네바 4개협약 공통 제3조, 제2추가의정서, 관습국제법으로 비국제적 무력충돌에서도 보호받는다.

ICRC는 위험한 업무를 수행하는 기자를 보호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하나?

직접적으로 공격을 받거나 전쟁 등 폭력상황에서 실종되거나 인질로 붙잡힌 언론인은 ICRC가 크게 우려하는 부분이다. 무력충돌상황에서 곤경에 처한 언론인을 위해 1985년부터 상설 핫라인(+41 79 217 32 85)을 운영하고 있다. 기자 본인이나 고용주 및 가족이 기자의 실종, 부상, 억류 신고를 하고 지원을 요청을 할 수 있다(전세계 ICRC 사무소로 직접 연락하거나 press.gva@icrc.org로 이메일 연락). ICRC는 신고를 받고 체포신고 확인, 체포된 기자와 접촉 시도, 가족과 고용주에게 기자의 거처정보 제공, 가족연락망 확보, 실종기자 소재파악, 부상당한 기자의 의료후송 등의 활동을 한다.

ICRC는 또한 각국 적십자사/적신월사에 국제인도법 교육과 언론인을 위한 응급조치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현행 법률은 기자를 충분히 보호하고 있나? 보호 강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는 없나?

현행법이 제공하는 보호는 충분하다. 전장에서 활동하는 언론인이 해를 입지 않도록 강력하고 현실적인 기반을 제공한다. 가장 심각한 결함은 규칙의 부족이 아니라 현행법률을 시행하지 않고 위반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기소,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다는 것이다.

ICRC는 현행법이 더 잘 준수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규칙을 시행하는 이들이 적절한 연수와 교육을 받아야 한다. 또한 위반자에게 책임을 물 수 있어야 한다. 유죄판결은 처벌로 이어져야 한다. 전범을 저지른 개인은 형사적 책임을 져야 하며, 무력충돌 당사국은 반드시 국제인도법을 존중하고 보장해야 한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ICRC가 하는 활동은 무엇인가?

우리는 기자와 민간인을 보호하는 규칙을 널리 알리고 더 잘 존중 받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고 있다. 국제인도법에 대한 강좌를 열고 다양한 행사와 전문가 상담에 참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제14차 유엔인권이사회 정기회기 동안 ICRC는 ‘무력충돌 중 기자 보호’에 관한 패널토의에 참여했다. 물론 현장에서 활동하는 타 기관과 협력하고 의견을 교환하기도 한다. 일례로 최근 무력충돌 중 언론인보호를 논의하기 위해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에 대한 특별보고관과 회의를 했다.

무력충돌 상황에서 활동하는 언론인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충분히 취해지고 있다고 생각하나?

이 부분과 관련해서 우리가 취하고 있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보면 2007년 11월에 열린 국제적십자 적신월회의 참가자(각국 적십자사/적신월사, 제네바제협약 체약국)에게 개별 혹은 공동 인도적 공약에 자발적으로 서명하여 국제인도법에 따라 민간인에게 보장되는 존중과 보호를 언론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과 언론인에게 적용되는 국제인도법 규칙과 원칙을 모두 증진할 것을 약속하도록 하였다.

하지만 종종 그렇듯 의지와 시행 측면에서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지금까지 6개 정부와 9개 적십자사/적신월사가 공약에 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