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RC 국제적십자위원회 (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Red Cross)

무력충돌에 의한 실향은 사람들을 일상생활에서 내몰고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다. ICRC의 “무력충돌 중의 국내실향민”보고서는 실향의 참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안젤라 구싱 ICRC 운영 부국장으로부터 국내실향민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들어본다.

국내실향민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방지할 수 있나?

우리 활동을 비추어 보았을 때 강제이주를 야기시키는 주요 원인은 두 가지이며, 모두 안전부족에서 기인한다.

첫째, 무력충돌, 폭력, 차별, 협박과 같이 삶에 가해지는 직접적인 위협 때문에 피난길에 오른다. 집을 떠난다는 결심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힘든 결정이다. 신체적인 상해, 빈곤, 일상생활포기,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 수반된다.

둘째, 생계에 위협을 받을 경우 집을 떠난다. 충돌과 치안불안으로 일터에 가거나 물건을 팔거나 시장에 갈 수 없기 때문에 생계를 꾸릴 수 없고 필수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없다. 의료, 식수, 교육 등 필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실향을 방지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그렇다’와 ‘아니다’이다. 실향은 크게 국제인도법 위반으로 생긴 결과다. 국제인도법 위반은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사실 이는 우리의 임무와 직결되는 것으로 우리 활동의 상당부분이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피난을 갈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고 이주만이 생명과 존엄성을 보전하는 유일한 방법일 경우 이를 방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가정과 지역사회가 일단 떠나기로 결정하면 ICRC가 해야 할 일은 오직 이들의 고통을 경감시키고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지원하는 것이다. 최근 파키스탄이 좋은 예로서, 여러 지방에서 충돌을 피해 떠나는 수십만 명의 이주민을 ICRC와 파키스탄 적신월사가 함께 도왔다.

ICRC는 전체적인 그림을 보려고 노력한다. 이주 현상의 각 단계와 역학을 고려해서 상황에 맞게 대응하려고 한다. 이주 전후 및 이주가 발생하는 동안 피해지역의 상황에 맞게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즉 피해자와 이들의 필요에 따라 우리의 활동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주민을 수용하는 지역사회의 역할은 무엇이고 이러한 지역사회에 지원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집을 떠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잠시 떠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에 돌아오고 싶어한다. 또한 일상생활에 대한 혼란을 최소한으로 하고자 가까운 친지나 지인의 집에 거주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주민을 수용하는 가족과 지역사회는 국제기구나 비정부기구가 문제를 인식하고 지원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낯선 사람을 수용하고 보통 얼마 안 되는 자원을 이들과 공유한다.

이주민을 수용하는 가족과 지역사회가 국내실향민으로 인해 영향을 받게 되는 경우는 흔하다. 일례로 최근 몇 년 동안 콩고민주공화국은 동일 지역 내에서 동일 인구의 연속적인 이주물결을 경험했다. 실향민의 2/3가 이러한 가족과 함께 거주함으로써 지역사회의 자원이 엄청난 압박을 받게 되었다. 이들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가까이 사는 친지나 지인과 지내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국제 및 국내 원조기구가 알아채지 못하는 국내실향민도 많다. 피난처를 자신들이 알아서 구하는 국내실향민을 도와주는 것이 피난처를 마련해주는 것보다 더 어렵다. 피난처를 마련해주는 것이 우리로서는 좀 더 간편하고 쉬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실향민을 돕고자 한다면 이들에게 거처를 제공하는 지역사회에 대한 지원을 반드시 우선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소말리아는 수용소보다 지역사회에서 대규모 실향민을 포함한 민간인을 지원하기 위해 활동을 벌인 좋은 사례다. 우리는 1990년대 초부터 소말리아 적신월사와 협력해 이 활동을 수행해왔다.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용수와 위생시설을 개선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종자와 농기구를 보급했다.

수용소에 대한 찬반의견이 분분하다. ICRC는 어떻게 생각하나?

수용소가 항상 최선의 해결책은 아니지만 유일한 해결책일 때가 있다. 지역자원이 지나치게 남용되고 줄어들 경우 수용소가 치안을 세우고 식량, 용수, 거처, 기타 필수품을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수용소는 특히 이주가 심각하게 발생하고 위험이 아직 도사리고 있을 때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고려해야 할 딜레마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수용소가 지역주민들이 이용할 수 없는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이로 인해 실향민과 지역주민 간에 적대감이나 긴장감이 조성되고 폭력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심지어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집을 떠나기도 한다.

응급조치단계 이후에는 수용소가 거주자의 자립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국내실향민이 독립적인 경제활동을 하거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기회는 드물기 때문이다. 또한 마을 가까이 설치되었을 경우 종종 최빈곤층이 거주하는 도시빈민가로 전락하기도 한다.

수용소는 사회규범과 상호작용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원 및 선택사항 부족은 폭력(성폭력 포함), 착취, 차별을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 게다가 무장단체가 수용소에 잠입하고 무기를 쉽게 구할 수 있어 거주민의 위험이 더욱 커진다. 또한 강제적 혹은 자발적 신병모집은 이런 수용소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결론적으로 수용소 설치가 불가피한 경우도 있지만, 이와 관련된 위험을 이해하고 수용소를 유일한 선택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도 나름대로 실향민이 어디에 있든 이들에게 관련 서비스를 가능한 신속하게 지원하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수용소 외부에 있는 실향민도 많기 때문이다. 

각국에 적십자사나 적신월사가 있는데 이들과 어떻게 협력하나?

지역파트너인 적십자사 및 적신월사와의 협력은 우리 활동 및 운영성과를 최적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우리의 통합된 자산과 자원은 좀 더 신속하고 적절하며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각국 적십자사/적신월사는 전국에 걸친 인적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이들이 자국의 피해지역에서 최초 대응자 역할을 할 때가 많다. 지역역학, 환경, 문화에 대한 이들의 지식은 중요하다.

우리는 국제기구로서 결국 외부인이기 때문에 지역 문화를 잘 이해하고 사람들의 필요를 재빨리 이해하는 파트너를 두면 필요한 대응을 휠씬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우리는 이들에게 세계적인 분석 및 통찰, 다른 상황에서 얻은 경험, 자원, 역량, 국제적이 신뢰성 같은 중요한 자원을 제공한다. 우리가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이들의 생활과 필요에 적합한 활동을 고안하고 시행할 때는 이러한 협력이 바로 진정한 자산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