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RC 국제적십자위원회 (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Red Cross)

무력충돌이 발생하면 병원과 의료요원이 공격을 받기도 하고 구급차가 부상자에 접근 할 수 없을 때도 있고 물과 전기와 같은 기본적인 사항이 부족해서 수술이 중단될 수 도 있다. 무력충돌상황에서 의료서비스를 더욱 존중하고 보호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마르코 발단 ICRC 수석 전쟁외과의사로부터 들어본다.

충돌지역에서 의료서비스 종사자가 받는 위협이 더욱 커지고 이들의 안전이 위태로워지는 것 같다. 지난 몇 년 동안 상황은 어떻게 변했으며, 오늘날 의사가 직면한 어려움은 무엇인가?

그렇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항상 위협, 부상, 사망 납치의 위험에 처해있다. 이로 인해 전쟁법 규정에 따라 치료받을 권리가 있는 부상자 및 환자에 접근하기가 어렵다. 때문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환자가 병원이나 현지 의료기관에 도착하기도 전에 사망하는 일이 속출한다. 이것이 요즘 우리가 직면한 주요 문제다. 안타깝게도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막는 것이 전쟁전략의 일부가 되면서, 이로 인해 민간인과 부상병에게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가끔 구급차가 필요한 곳에 가지 못하고, 병원이 공격 받는다는 뉴스를 접한다. 의료서비스는 말 그대로 최전선에 있다는 것인가?

물론이다. 전쟁의 최초 피해자 중 하나가 바로 의료시스템이다. 본인이 의사라면 전쟁이 일어났을 때 무엇을 하겠는가? 가족이 있으면 제일 먼저 안전한 곳으로 가족을 대피시킬 것이다. 아마 가족과 함께 피난 갔다가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돕기 위해 되돌아올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공급망이 차단되고 병원에 있는 약품과 처치용품이 바닥날 것이다. 물이 끊기면 집기를 소독할 수도 없고 수술가운도 세탁할 수 없게 된다. 전기가 나가면 발전기를 사용해야 되는데 발전기 연료도 곧 떨어질 것이다.

한편 구급차의 움직임도 아마 느려지게 되고, 심지어 환자가 병원에 도착해도 이들을 치료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 넘쳐나는 부상자/환자와 제한된 자원 간의 불균형으로 인해 전 의료시스템이 급속도로 마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환자의 사망으로 이어질 것이다.

의료서비스 종사자가 목표물이 되거나 피난가야 하는 상황의 예를 들어 달라.

“2008 전세계 의료서비스 액세스에 대한 제네바포럼”에 제출된 이라크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2003년 이후 고참의사 2천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250명 이상이 납치됐으며 전체 3만 4천 명 중 1만 2천 명이 이라크를 떠났다. 이 수치는 이 연구가 실시된 이후 아마 더 증가했을 것이다. 문제는 남아 있는 의사 대부분이 아직 전쟁부상자를 치료할 준비가 안 되었거나 교육을 받지 않은 신참의사라는 사실이다. 이들이 가진 자원과 의료기기는 적고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다.

전쟁이 더욱 격렬해지면 ICRC의 지원도 차단될 수 있다. 소말리아의 모가디슈에서 이런 사례가 있었다. 안전상의 문제로 우리는 환자를 위해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의사와 외과의사를 돕기 위해 그곳에 상주할 수도 지원을 제공할 수도 없었다.

전쟁지역에 있는 의사들이 때로는 수일 동안 병원에서 지내야 하는 등 상상하기 힘든 어려운 상황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어떤 의사들은 업무를 끝내고 돌아왔을 때 집과 가족이 무사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아침에 집을 나서야 한다. 이렇게 계속 자신보다 다른 이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이들이 바로 진정한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ICRC는 “우리들의 세상: 전쟁으로부터의 목소리”라는 여론조사를 위탁했다. 이 현장 여론조사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의지하는 곳은 가장 가까운 지역사회, 가족, 이웃으로 나타났다. 현지 외과의사, 일반의사, 간호사와 같은 최초대응자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ICRC와 같은 기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그게 바로 ICRC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위험이 커지면 항상 현장에 있을 수는 없다. 우리가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 일은 모든 기회의 창을 이용해 이들 의료서비스 종사자와 협력하고, 이들에게 교육을 제공하고, 이들이 제한된 자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알려주는 것이다.

또한 폭력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에 수술도구, 반창고, 항생제, 진통제 같은 물품을 비치해서 전투가 터졌을 때 필요한 구호품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는 내부로 진입할 수 있을 때마다 이런 구호품을 공급한다. 현지 의사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전쟁이 발발한 즉시 수술 팀과 전문의사를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지역사회를 철저히 준비시키고 생명을 구하는 의료인이 현장에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이들이 존중 받고 보호 받으며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