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RC 국제적십자위원회 (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Red Cross)

본 글은 2009년 7월 9일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국제인도법의 날 기념행사에서 크리스틴 베엘리(Christine Beerli) ICRC 부총재가 제네바협약 체결 60주년을 기념하여 연설한 내용이다.

신사 숙녀 여러분,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오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국제인도법의 날 기념 회의를 개최하기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은 영국 적십자사와 외무행정부에 심심한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합니다.

오는 8월 12일 체결 60주년을 맞이하게 되는 4개 제네바협약은 전쟁의 수행 방식에 관한 발전에 초석이 되었습니다. 제네바협약은 우리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목격했듯이 전쟁이 어떤 식으로 치러져야 하는지에 대한 법적 틀을 마련함으로써 "총력전"의 개념을 폐기시킬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제네바협약은 국제인도법의 기반을 꾸준히 형성해나가고 있으며, 무력충돌의 희생자들의 보호를 주관하는 가장 중요한 조약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무력충돌의 희생자에는 병자와 부상자, 난선자, 전쟁 포로, 민간인 구금자, 점령지의 민간인들 그리고 여성, 어린이, 실향민과 같은 부류의 민간인들이 모두 포함됩니다.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제네바협약을 비준하였고, 이는 다시 말하면 제네바협약이 국제전이든 내전이든 모든 종류의 무력충돌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규칙이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비록 대부분의 조항들이 국제적 무력충돌에 적용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공통 제3조, 즉 협약 안의 미니협약인 이 조항은 특별히 비국제적 무력충돌을 다룬 첫 번째 조항으로 제네바협약의 모든 내용이 비국제적 무력충돌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무력충돌은 비국제적 성격을 띠고 있고 따라서 공통 제3조가 가장 중요한 조항으로 간주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것이 무장 단체를 포함한 모든 무력충돌 당사자에게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테러리즘이나 비대칭적 전투양상 등 새로운 도전으로 인해 무력충돌의 성격 또한 나날이 변화하고 있지만 제네바협약은 우리가 비국제적 무력충돌, 점령 상황, 그리고 다소 "전통적"이라 할 국가간, 국제적 무력충돌로 고통 받는 한 여전히 높은 관련성을 유지할 것입니다.

제네바협약은 눈부신 성공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생명을 구하고 수천 명의 전쟁포로들에게 위안을 주었으며, 수백만 명의 이산가족들이 재결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평화가 재정착될 수 있도록 기여했습니다. 또한 제네바협약 덕분에 ICRC는 전쟁포로들에 대한 접근을 확대하고, 부상자와 병자를 치료하며, 실향민을 돕고 점령지 민간인들에게 필요한 것을 알리고, 비국제적 무력충돌 시에도 충돌당사자들에 대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수 많은 제네바협약의 위반 사례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이러한 위반이 더 이상 침묵 속에 묻혀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협약의 준수를 효과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조치가 규칙 보다 다소 예외적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상황은 점차 변화하고 있습니다. 국제인도법의 심각한 위반에 대한 불처벌 관행은 이제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의 변화는 상당 부분 대중들의 압력으로 이룩된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은 멀기만 합니다. 그래서, 특히 이 유럽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묻고 싶습니다.

유럽은 20세기 두 번의 세계 대전의 진앙지였고, 그 전쟁은 제네바협약의 틀을 다지게 했습니다. 그 이후, 유럽은 세 개의 추가 의정서 채택을 통해 제네바협약의 증진, 보급, 이행 그리고 발전에 기여했습니다.

유럽연합은 특히 이러한 노력에 많은 기여를 했으며 그 중에서도 2005년 12월 채택한 국제인도법 준수 증진에 관한 유럽연합 지침은 주목할 만 합니다. 유럽연합은 또한 국제형사재판소와 같은 이행 강제 메커니즘에도 일조했습니다.

현재 필요한 것은 국제인도법 적용에 대한 공통적인 유럽적 접근입니다. 이는 이행, 보급, 인도의 주창 및 책임이라는 네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러한 행동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유럽 각국 적십자사의 법률 고문들로 구성된 유럽 법률 자문 그룹이 주도한 이니셔티브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자국의 정부에 제네바협약 60주년과 관련된 공동 서신을 보낼 계획입니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이행에 있어 이것은 모든 국제인도법 조약/협약, 특히 제3추가의정서를 비준할 수 있도록 위해 유럽 내에서 항시 추진력을 유지하겠다는 뜻입니다.

국내적 이행 노력 없이는 국제인도법 존중의 의무는 지켜질 수 없습니다. 모든 국가는 국제인도법이 국내법 체계에 수용되는 데 필요한 모든 법적, 규율적, 실용적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표장의 사용과 보호, 심각한 위반 방지, 문화재 보호, 전투 수행 방법 및 수단의 통제 및 실종자와 그 가족들의 권리 보호 등의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두 번째로 보급에 있어 국제인도법 지식의 함양은 법 존중을 개선하기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이 때문에 모든 계급의 군인들은 법 적용에 대한 적절한 교육을 반드시 받아야 합니다. 민간인 또한 무력충돌 시 자신을 보호해 줄 국제인도법의 부분적인 내용을 간략하게나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도법탐구' 프로그램을 통해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국제인도법 교육을 실시하기 시작한 것도 한 가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유럽 국가들은 무력충돌 시 - 유럽이든 다른 나라이든 간에 - 인도주의의 주창자로서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 주창의 내용에는 반드시 무력충돌 시 중립적이고, 공평하며 독립적인 인도적 활동에 대한 존중, 현대 무력충돌의 발전양상에 발맞출 수 있도록 국제인도법을 발전시키는 것, 각국이 국제인도법 조약을 비준하고 이행을 위한 국내법을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노력도 포함되어 있어야 합니다.

네 번째로 국제인도법 위반을 억제하고 처벌할 책임이 좀 더 강화되어야 합니다. 각국의 입법기관과 사법기관은 국제인도법을 위반한 사람들의 형사책임을 인정하고 이를 위해 국내법을 제정할 책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제적 수준에서 이러한 위반에 대한 조사와 기소를 위한 협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제네바협약이 무력충돌 시 인류의 고통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억제조치에 관한 기본적인 법적 틀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를 이행할 정치적 의지가 아직도 불충분한 상태입니다. 제가 제네바협약 60주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오늘, 꼭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국제적십자운동처럼 유럽국가들도 제네바협약의 이행과 준수를 우선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정부, 군, 입법기관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전쟁에도 제한이 가해져야 한다는 믿음에 반박할 분이 계신지 묻고 싶습니다. 우리의 이러한 믿음이 진정으로 그것을 필요로 하는 전 세계의 무력충돌 희생자들을 위해 의미있는 현실로 나타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입시다.

감사합니다.

(원문) http://www.icrc.org/eng/resources/documents/statement/geneva-conventions-implementation-statement-090709.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