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가장 촘촘한 안전망이 되겠습니다

더위가 저만치 물러가고 바람이 한결 시원해졌습니다. 힘든 시련을 극복하고 열매를 맺는 이 계절처럼 모든 가정에 풍요와 행복이 닿기를 기원합니다. 8월 17일, 대한적십자사 회장으로 취임한 지 1년이 되었습니다. 이날 누구나 무료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인천적십자병원 누구나진료센터에서 외국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료 봉사를 하며 느낀 보람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발목을 삐끗해 2년을 고생한 외국인 환자께서 진료를 받고 좋아졌다며 웃음을 되찾는 모습을 보고 새삼 적십자 활동의 소중함을 느꼈습니다. 적십자 활동을 위해 기부해 주신 기부자님과 현장에서 활동해 주시는 봉사원님, 그리고 직원 여러분의 헌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앞서 4월 25일은 인천에 이어 통영적십자병원에 누구나진료센터를 개소한뜻깊은 날입니다. 의료시설 접근성이 떨어지는 섬마을을 직접 찾아가는 도서 순회진료도 병행하며 지역민의 건강을 챙기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서울, 상주, 거창, 영주, 원주 등에 누구나진료센터를 설립하여 더 많은 분이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편찮으신 분들을 찾아 진료 봉사를 할 때와는 또 다른 차원의 책임을 통감할 때가 있습니다. 23명의 희생자를 낸 경기도 화성시 배터리 공장 화재 현장과 중남부지방 수해 현장으로 향한 대한적십자사는 아픔을 나누고, 일상으로의 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국제적십자운동의 일원이자 정부인도주의 사업의 보조자로서 현장에 주저앉은 희생자 가족들의 손을 잡으며, 이들을 끝까지 살피고 보듬겠다 다짐했습니다.

굳건한 마음과 뜨거운 인류애엔 국경이 없습니다. 튀르키예 대지진, 우크라이나 무력충돌 현장 등 세계 곳곳에서 펼치고 있는 구호활동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적십자 활동은 단순한 구호를 넘어, 피해 지역사회의 회복과 재건을 위한 핵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꿈꾸는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대한적십자사는 오늘도 한발 더 내디뎌 봅니다.

다가오는 10월 18일에는 대한적십자사 창립 119주년 기념식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지닌 인도주의 정신과 봉사 정신을 되새기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는 날입니다. 특히 올해 신설된 정부 훈·포장을 시작으로 적십자 가족들을 향한 사회의 인정과 예우가 강화될 수 있도록 더욱 힘쓰겠습니다.

존중과 예우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필요한 덕목입니다.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아야 함에도 현재 치매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고, 극단적 선택의 증가, 다문화가정의 문제 또한 곤경에 이르렀습니다. 대한적십자사는 치매예방활동과 자살예방교육을 운영하고 다문화가정 지원을 통해 누구나 행복하고 건강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 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다져가겠습니다.

대한적십자사 회장 김 철 수